YOUNG ARTIST
개성 잃지 않고
함께 빛나기
이든 콰르텟 정주은 & 리수스 콰르텟 이해니
젊음으로 무장한 현악 4중주단의 두 바이올리니스트와 나눈 대화
국내 현악 4중주단에 젊은 피 수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콩쿠르가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재개되자 기다렸다는 듯 실내악 분야에서 한국인 수상 소식이 쏟아졌다. 2021년 프라하 봄 콩쿠르의 현악 4중주 부문에서 아레테 콰르텟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으며, 이어 2022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리수스 콰르텟이 특별상 수상 소식을 전해왔다. 노부스 콰르텟부터 에스메 콰르텟까지 이어지는 젊은 현악 콰르텟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더 젊은 콰르텟들도 콩쿠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00년생 멤버가 포함된 이든 콰르텟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현재 ARD 콩쿠르를 바라보며 열정을 다하는 중.
이중 리수스 콰르텟과 이든 콰르텟에서 각각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이해니(1992~)·정주은(1996~)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네 명의 젊은 음악가들을 뭉치게 한 그들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현재 어떤 일정들을 앞두고 있나요.
(리수스)이해니 8월 MISQA 페스티벌에서 알반 베르그 콰르텟과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할 예정이고, 예루살렘 콰르텟의 첼리스트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7월 데뷔 리사이틀을 가지며, 옐로 스프링스 컴피티션 우승으로 2023년 시즌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리사이틀을 가집니다.
(이든)정주은 현재 가장 가까운 목표는 ARD 콩쿠르입니다. 비디오 심사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큰 콩쿠르에 참가할 기회를 얻어 얼떨떨하지만, 저희를 제대로 보여드릴 기회라 감사한 마음으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국내 리사이틀도 가질 예정입니다.
젊은 콰르텟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콩쿠르 출전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이해니 처음 도전한 피쇼프 실내악 콩쿠르에서 운 좋게 대상을 타면서, 다른 콩쿠르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오히려 결과에 대한 욕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멤버들과 함께 겪는 무대 위에서의 경험, 관객과의 소통을 즐기자고 생각하면서부터 콩쿠르에 대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정주은 콩쿠르 입상이란 선물처럼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빛나는 타이밍은 모두 다르잖아요. 꾸준히 도전하면, 그 순간이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지금은 멤버들도 솔로 활동을 통해 여러 콩쿠르 경험도 쌓인 후라, 더 똑똑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하나
‘우리 콰르텟만의 특징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해니 미국에서 공부한 여성 연주자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단시간에 비해 많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편이라며 저희를 지도하신 선생님들도 놀라워하셨습니다.
정주은 ‘따뜻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으려고 하는 편이고, 연주를 들으신 관객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멤버는 어떻게 결성된 것인가요?
이해니 학업 과정에서 멤버들의 일부가 서로 같은 콰르텟에 속해서, 함께 연주를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저와 첼리스트(이보배)가 한국에 돌아와 있었고, 콰르텟을 유지하고 싶었던 나머지 두 멤버가 텍사스로 와 함께 콰르텟 수업을 듣지 않겠냐며 연락을 해왔죠. 그렇게 함께 시작해, 저희끼리는 ‘Covid Born Quartet’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고 합니다.
정주은 첼리스트 정우찬은 제 동생이고, 비올리스트 임지환은 저희 남매와 10년 된 친구로 어렸을 때부터 서로 잘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함께 실내악 수업을 들었고, 당시 박상민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콩쿠르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이걸 계기로 팀 이름을 정했고, 그게 이든의 시작이 된 것 같아요.
현악 4중주는 예민한 네 현악기가 개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동종의 악기로 화합의 시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멤버들이 공유하는 음악적 지향은 무엇인가요.
이해니 네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곡마다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프레이즈의 캐릭터는 무엇인지, 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테크닉이 무엇인지 의논합니다. 스승인 미로 콰르텟이 롤모델이기도 한데요, 그들의 연주만 들어도 미로 콰르텟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성이 강하면서도 화합이 빠르게 일어나죠. 콰르텟은 세 명의 멤버와 결혼한 것과도 같아요. 모든 일을 함께 공유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미래를 이야기해나갑니다.
정주은 때마다 참고하고 싶은 팀이 다른 것 같아요.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을 지향하고 있어서,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저희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또 서로 믿고 존중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일단 모두의 것을 다 받아들이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희 음악에 맞는 것을 찾아가죠.
글 허서현 기자 사진 스테이지원
리수스 콰르텟
왼쪽부터 이보배(첼로), 장은경(비올라), 유지은(제2바이올린), 이해니(제1바이올린)
2020년, 라틴어로 ‘웃음’을 뜻하는 이름으로 관객에게 연주로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창단했다. 제48회 피쇼프 실내악 콩쿠르·옐로우 스프링스 컴피티션에서 우승을, 2022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차지했다. 미국 순회 연주와 시카고 과르네리 홀에서의 음반 녹음, 이탈리아에서의 연주를 예정하고 있다.
이든 콰르텟
왼쪽부터 임동민(제2바이올린), 임지환(비올라), 정주은(제1바이올린), 정우찬(첼로)
순우리말 ‘어질고 착한’이라는 뜻으로 2017년 결성, 지난해 임동민이 함께해 지금 멤버가 구축됐다. 2018년 모차르트 콩쿠르 현악 4중주 부문 준결선에 진출한 바 있으며, 대관령국제음악제, TIMF아카데미,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등에 선발되어 연주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리수스 콰르텟 리사이틀
7월 14일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5번, 리게티 현악 4중주 1번 ‘변용된 야상곡’,
베토벤 현악 4중주 9번
이든 콰르텟 리사이틀
8월 11일 롯데콘서트홀
하이든 현악 4중주 53번 ‘종달새’, 베베른 ‘현악 4중주를 위한 5개의 악장’,
베토벤 현악 4중주 1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