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S EYE
from GERMANY
미래를 위한 씨앗 심기
베토벤의 도시에 펼쳐진 어린이 공연
지난 6월 5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상임지휘자 디르크 카프탄)는 비발디 ‘사계’로 실험적인 공연을 진행했다. 악단이 비발디의 ‘사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연주하고, 공연 진행자가 어린이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즈가 표현하고자 하는 계절이나 자연의 요소 등을 물을 때마다 재치 있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서 ‘사계’의 알고리즘 편곡 버전이 연주됐다. 관객들은 조그마한 손을 들곤 목소리를 높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는 지난해부터 UN 기후변화 사무국의 친선 대사로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본 UN 기후변화 회의(6.6~16)를 앞두고 열렸다. 이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300여 년 전의 ‘사계’가 오늘날 균형과 조화를 잃었다는 것이다.
북독일방송교향악단과 작곡가 그룹 클링클랑클롱(KlingKlangKlong)의 음악가들로 꾸려진 편곡 팀은 기온·강수량·태양복사열 등의 변화 수치를 알고리즘 작곡 프로그램에 입력해 ‘사계(Four Seasons)’에 반영했다. 원어로 ‘For Seasons’, 즉 ‘계절을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작품은 전례 없는 기후 위기를 표현했다. ‘여름’엔 더 많은 태풍이 몰아치고 ‘겨울’은 더 건조해졌으며, 새소리는 잦아들었다. 직관적인 음악과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들은 관객은 환경을 위해 각자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약속하며 공연장을 떠났다.
독일의 음악 교육은 성장세
미래의 주인을 위한 공연은 또 있었다. 21일, 중장기 청소년 프로그램인 ‘베토벤 플러스(B+)’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 중학생들이 오케스트라 단원과 한 학기 동안 베토벤의 교향곡을 재해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3개 학급이 교향곡 8번을 바탕으로 창작한 연극, 무용 등을 선보였다.
음악 교육을 우선순위로 강조하곤 했던 음악감독 디르크 카프탄(1971~)이 이번 공연을 이끌었다. 음악교육팀 디렉터 로나 보우덴은 “이 프로그램은 ‘음악 놀이터’와 같다”며 “학생들의 창작 과정에 에너지가 가득했다. 이것이 우리가 기여하고자 하는 바였다”고 설명했다.
독일 전역에서 이와 같은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팬데믹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2003~2018년 사이에는 그 수가 약 3.5배 증가(독일 오케스트라 연합 2018년 통계)했다.
그 시작에는 젊은 관객 대상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단체들이 있었다. 특히 독일 오케스트라 연합(DOV)이 주축이 되어 2004년 발족한 ‘오케스트라-학교 네트워크’는 공연장과 학교 간의 적극적인 협업을 도모하고, 2007년 형성된 ‘젊은 청중을 위한 네트워크(Netzwerk Junge Ohren)’는 매해 창의적인 어린이·청소년 대상 공연 프로그램을 시상하고 있다. 300여 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가입한 독일 젊은 음악인 협회 역시 동력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교육학자 미하엘 다르치는 독일음악정보센터(Deutsches Musikinformations Zentrum)에 기고한 기사를 통해 “학교 밖 음악 교육은 폭넓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된다. 인성 발달과 사회 참여에 미치는 영향에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연장·오케스트라 등이 젊은 관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단체의 활동에 반영되고 있다. 독일음악위원회도 이런 활동에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 사진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