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2 ‘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다양한 소리와 꿈을 품은, 첼로
중동과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키운 솔타니의 서울 공연 데뷔를 앞두고
키안 솔타니(1992~) 12세에 스위스 바젤 음악원에 입학, 2014년 안네 조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2023/24 시즌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포커스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며, 2023년부터 빈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마르코 레토냐/서울시향(협연 키안 솔타니)
3월 14·15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프로 음악가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이십 대 중반, 키안 솔타니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끌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에 지원했다. 이 거장을 만나보겠다는 열망에서였다. 솔타니는 그곳에서 바렌보임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수석 첼리스트로 출발한 그는 곧 악단의 협연자로 낙점돼 베를린, 잘츠부르크, 루체른 등 주요 무대에 올랐다. 이후 솔타니는 바렌보임의 실내악 파트너로도 여러 공연과 음반에서 활약했다. 이 젊은 연주자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은 높아졌다.
그게 무엇이었든, 키안 솔타니는 더 많은 청중을 설득했다. 2017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세계 주요 악단·공연장·축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가장 바쁜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인물이 됐다. 2023/24 시즌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포커스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한편, 3월에는 서울시향과 첫 만남을 갖는다. 내한을 앞둔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페르시아계 부모님 아래,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환경을 누렸겠다.
음악을 공부했던 부모님은 1970년대에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왔다가 이곳에 정착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과 페르시아 음악을 모두 들었다. 처음 첼로를 잡아본 순간 매료돼 음악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페르시아 음악 공연을 열기도 하고 전통 현악기인 카만체도 종종 연주한다.
그 정체성을 데뷔 음반 ‘홈’(DG, 2018)에 담았다. 슈베르트, 슈만과 함께 이란 작곡가 레자 발리(1952~)의 ‘일곱 개의 페르시아 민속 음악’을 병치했다.
다른 성향의 두 음악이 모두 내겐 고향에 온 듯한 정감을 일으킨다. 두 음악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페르시아 음악은 서양음악과 달리 조바뀜이 거의 없다. 한 조성이 오래 유지되면서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즉흥연주가 더해져 음악의 맛이 산다. 페르시아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를 바탕으로 직접 작곡한 ‘페르시아 불의 춤(Persian Fire Dance)’도 음반에 수록했다.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서동시집오케스트라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을 만났다. 그를 단번에 사로잡은 당신의 특별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릴 때부터 서로 다른 두 문화를 경험하면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여러 문화를 경험할수록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포용할 그릇이 커진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란·튀르키예·레바논 등 많은 음악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이 정말 소통 수단이 되더라. 바렌보임은 늘 음악의 큰 그림을 살펴보고, 그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그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음악가들이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내 눈을 뜨게 했다.
‘다름을 듣는 마음가짐’을 훈련한 기회였던 것 같다. 이런 자세가 실제 공연에서도 힘을 발휘하던가?
공연장 리허설 때마다 내 연주를 녹음해 들어본다. 여러 공연장에서 연주한다는 건 늘 다른 환경에 놓인다는 뜻이다. 녹음을 듣고 분석해 보면 어느 홀에서 좀 더 민첩하게 연주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음은 공간에서 다르게 움직인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연주에 적용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내주는 숙제가 곧 행복
음반 ‘첼로 언리미티드’(DG, 2021)는 한스 짐머, 호워드 쇼 등의 영화음악을 직접 편곡하고 주선율을 비롯해 많게는 50여 개의 파트를 첼로 소리로 담은 음반이다. 감독, 주·조연 배우, 작곡가가 되고 싶다던 자신의 오랜 꿈에도 귀 기울인 셈이다.
학교 다닐 때 시간이 나면 좋아하던 영화음악을 편곡하곤 했다.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의 장면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직관적으로 작업했다. 그리곤 혼자 여러 파트를 녹음했는데, 모든 트랙을 겹쳐 놓으니 완전한 첼로 오케스트라처럼 들렸다. 그때의 아이디어가 음반에 구현됐다.
‘무한한(언리미티드)’ 가능성은 첼로보다는 당신을 수식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 작업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첼로의 다재다능함을 꼭 선보이고 싶었다. 베이스부터 바이올린이나 플루트에 이르는 음역, 심지어 타악도 소화할 수 있는 악기는 첼로가 유일하지 않나?
마르코 레토냐/서울시향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첫 협연 음반(DG, 2020)에 담긴 작품인 걸 보면,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은데.
작품에 얽힌 작곡가의 사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가는 첼로 협주곡이다. 드보르자크는 이 작품을 뉴욕에서 지내던 중 썼다. 당시 그는 유럽에 남아 있던 그의 연인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2악장에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음악을 녹여 넣었다. 그의 참담한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3악장 말미에 그 음악이 다시 등장한다. 자신의 사랑에 바치는 레퀴엠인 것이다.
현재 음악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균형’이다. 첼로는 큰 악기지만, 좀처럼 큰 음량을 내기가 어렵다.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요즘 콘서트홀은 규모도 커서 알맞은 음량에 다가가기가 더 어렵다. 현대음악을 연주할 땐 앰프를 쓰는 실험도 해보는 중인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어떤 첼리스트가 되길 꿈꾸나?
새로운 첼로 작품의 탄생에 기여하고 싶다. 의뢰도, 초연도 많이 해볼 생각이다.
창간 40주년을 맞은 ‘객석’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오랜 시간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왔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다가올 40년 동안에도 더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서울시향
키안 솔타니의 대표 음반
데뷔 음반 ‘홈’에는 페르시아계 오스트리아 태생인 솔타니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와 이란 작곡가 레자 발리의 작품이 함께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실내악 음반 중 바렌보임과 함께한 음반도 눈에 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했던 인연이 음반으로 이어진 것. 2021년엔 ‘첼로 언리미티드’를 발매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음악의 전 파트를 홀로 연주하고, 직접 작곡한 ‘인터메조’와 ‘첼로 언리미티드’를 수록했다는 점에서, 그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김강민
➊ ‘홈’(2018) DG 4798100
아론 필산(피아노)
슈베르트 ‘밤과 꿈’, 레자 발리 페르시아 민요 모음곡
➋ ‘모차르트 피아노 4중주’(2018) DG 4835255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마이클 바렌보임(바이올린)/ 율리아 데이네카(비올라),
모차르트 피아노 4중주 1·2번
➌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2020) DG 4836090
다니엘 바렌보임(지휘)/베를린 슈타츠카펠레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외
➍ ‘첼로 언리미티드’(2021) DG 4860518
한스 짐머 ‘잭 스패로우’(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삽입곡), 키안 솔타니 ‘첼로 언리미티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