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클라우스 메켈레, 젊음으로 피워낼 음악의 생명력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6월 9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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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클라우스 메켈레

젊음으로 피워낼 음악의 생명력

 

메켈레와 임윤찬. 두 젊은 음악가의 손끝에서 펼쳐질 또 다른 라벨의 음악

 

 

‘약관(弱冠)의 마에스트로’, 29세의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그는 2020년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2021년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잇따라 취임하며 유럽 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2027년부터는 네덜란드의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제8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취임 전까지 ‘예술적 파트너’로서 공석인 음악감독직을 대행하며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된다. 같은 해, 메켈레는 리카르도 무티의 뒤를 이어 시카고 심포니의 음악감독직에도 오른다.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을 대표하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들이 한 젊은 지휘자에게 그들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세계가 주목한 젊은 지휘자

최근 라 스칼라 오페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은 한 인터뷰에서 “60세가 넘어야 지휘를 조금 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지휘에는 경험과 통찰을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명훈 역시 31세에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로 발탁되며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젊은 지휘자가 세계적인 악단을 맡는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해왔다. 반세기 동안 RCO를 이끈 빌럼 멩엘베르흐는 24세에 수석지휘자가 되어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악단을 이끌었고, 라파엘 쿠벨릭은 25세에 체코 필하모닉(1942~1948), 사이먼 래틀은 같은 나이에 버밍엄 시립교향악단(1980~1998), 에사 페카 살로넨은 26세에 스웨덴 방송교향악단(1984~1995),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2016~2021)는 29세에 버밍엄 시립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았다.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요르마 파눌라에게 지휘를 배운 메켈레는 첼리스트로도 활동하며 마르코 일로넨, 티모 한히넨, 한누 키스키를 사사했다. 10대 시절부터 지휘자로 주목받은 그는, 핀란드의 주요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2016년에는 영국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해리스 패럿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당시 메켈레는 이미 헬싱키 필하모닉과 타피올라 신포니에타에서 지휘 경험을 쌓고, 핀란드의 주요 오케스트라들과 첼리스트로 협연한 이력도 갖추고 있었다. 같은 해, 예테보리 심포니를 지휘하며 스웨덴 무대에 데뷔했고, 2017년에는 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독일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도쿄 산토리홀에서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의 ‘프롬나드 콘서트’를 지휘하며 일본에 데뷔했고,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과 교향시 ‘레민카이넨의 귀향’을 연주했다. 같은 해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미국 무대에도 데뷔했으며, 오슬로 필하모닉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메켈레는 타피올라 신포니에타와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하며 범위를 넓혀갔다.

2019년에는 밤베르크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핀란드 국립 오페라에서는 에사 페카 살로넨의 부지휘자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곡 연주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데뷔하고, 오슬로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 겸 예술자문역으로 취임했는데, 시즌 시작 전 이미 음악성에 신뢰를 얻어 임기가 3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같은 해 뮌헨 필하모닉과 런던 필하모닉에도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무산되었다.

2024년에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봄의 제전’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며 미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연말에는 말러 교향곡 6번을 지휘하며 빈 필하모닉에 데뷔했다.

 

단원과 청중을 사로잡는 힘

메켈레는 2023년 10월 28일 처음 내한했다. 고양아람누리 하이든홀에서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재닌 얀센과 함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그는, 큰 키와 우아한 지휘 동작으로 단원들과 음악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눴다. 북유럽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차갑게 몰아치는 눈보라 같은 강렬한 반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두 번째 내한 연주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을 지휘했다. 도입부의 호른은 눈부시게 화사했고, 그 색채감은 마치 빙판 위 햇빛처럼 피부에 와닿을 정도였다. 피날레는 마치 창밖으로 펼쳐진 피오르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메켈레는 북유럽 오케스트라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아름답게 전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휘자는 우선 좋은 음악가여야 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혼잣말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지휘는 사람의 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심지어 그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최고의 연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중시하고, 예술 생태계와 인간 심리를 깊이 이해하는 메켈레의 지휘는 젊은 패기와 자유로움 속에서도 모호함 없이 뚜렷하다. 그는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확고히 이끌며, 악단 고유의 음색을 극대화한다. 익숙한 작품조차 낯설게 들리게 만드는 그의 해석은 청중에게 새로운 길을 안내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메켈레의 역량은 무한히 확장될 것이다. 오늘날 그의 20대를 목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귀한 음악적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빈체로

 

클라우스 메켈레(1996~)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이자 첼리스트. 2020년부터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2021년부터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27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상임지휘자 및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취임 예정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클라우스 메켈레/파리 오케스트라

★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 공연

6월 11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협연 임윤찬) ★

6월 13일 오후 7시 30분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협연 임윤찬) ★

라벨 ‘쿠프랭의 무덤’,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편곡 라벨)

6월 14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라벨 ‘쿠프랭의 무덤’ ‘어미 거위’ 모음곡,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6월 15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협연 임윤찬) ★

불레즈 7대의 금관악기를 위한 ‘이니셜’,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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