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요한 달레네, 자신만의 색깔이 소리의 무기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6월 16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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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요한 달레네

자신만의 색깔이 소리의 무기다

 

베토벤부터 잭 프레러까지, 고전과 실험을 아우르는 첫 내한 리사이틀

 

 

앳된 얼굴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긴장된 표정으로 활을 들어 올렸다. 숨을 고요히 들이마시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연주를 시작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데크레셴도, 숨을 멈추게 하는 쉼표. 요한 달레네(2000~)는 섬세한 연주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열여덟의 나이로 2019년 카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몇 달 뒤에는 차이콥스키와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수록한 데뷔 음반을 발표했다. “젊은 음악가가 등장하자마자 성숙한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팡파르’), “요한 달레네는 소리 그 자체”(‘디아파종’) 등 호평이 쏟아졌다. 2022년에는 그라모폰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BIS 전속 아티스트로 벌써 다섯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스물다섯이 된 달레네는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넘어, 성숙한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그려가는 중이다.

오는 6월, 요한 달레네가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 시즌 동안 여러 시대의 작품을 연주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베토벤·차이콥스키·라벨을 비롯해 잭 프레러(1995~)의 ‘기울어진 음계’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올린과의 첫 만남

첼리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덕분에 달레네의 집에는 늘 음악이 흘렀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첼로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다른 제안을 건넸다.

“아버지는 저에게 바이올린을 1년만 배워보라고 하셨어요. 그 뒤에 다른 악기로 바꾸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결국 바이올린과 쭉 함께하게 됐죠.”(이하 요한 달레네)

4살에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그는 금세 악기와 친구가 되었고, 불과 3년 만에 협주곡을 연주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작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12살, 친구들과 함께하는 축구가 너무나 재미있었던 것. 음악과 조금씩 멀어지던 그때, 우연히 듣게 된 야샤 하이페츠(1901~1987)와 막심 벤게로프(1974~)의 연주는 다시 악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자기만의 소리를 찾는 과정

달레네는 기술적인 완성도만큼이나 ‘자기만의 음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콩쿠르에 참가할 때도 경쟁보다는 자신답게 연주하는 일에 집중했다.

“콩쿠르에 참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최대한 떨치고, 음악 자체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음악이란 원래 다양한 해석과 취향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니까요.”

이러한 진심이 통했는지 어린 시절 참가한 콩쿠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그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된 2019년 닐센 콩쿠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무대를 지켜본 음악평론가 앤드루 멜러는 2022년 ‘그라모폰’에 그때의 인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모든 사람과 눈을 맞추고, 모든 프레이즈를 조각하고, 음악을 읊조리며, 영화를 연출하듯 연주한다. 청중을 생각하지만, 그 자신은 그대로다.” 달레네는 이미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적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

“저는 뚜렷한 개성과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사람이 ‘성공한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처럼요. 이들의 연주는 독보적이어서 눈을 감고 들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개성은 음악가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거든요.”

그렇지만 그는 기존의 연주를 너무 많이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다른 아티스트가 쌓아온 해석에서 한 걸음 물러섰을 때,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보는 게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달레네의 ‘오늘’을 듣다

요즘 달레네는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음악을 즐긴다. “저는 모든 음악을 좋아해요. 특히 스칸디나비아 같은 북유럽 음악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무대에 올리는 걸 좋아합니다.”

이러한 그의 취향이 반영된 특별한 작품이 잭 프레러의 ‘기울어진 음계’이다. 2025년 오스트레일리아 투어를 위해 준비한 곡으로, 공간의 왜곡과 시간의 흐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이 외에도 이번 내한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8번과 차이콥스키의 ‘소중한 곳의 추억’을 통해 달레네의 탄탄한 기본기와 서정적인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릴리 불랑제의 ‘봄날의 아침’과 라벨의 ‘치간’까지 더해지니,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조망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스트라드·그라모폰·바이올린 채널·로열 필하모닉 등을 참조해 재구성했다)

김강민 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요한 달레네(2000~) 스톡홀름 왕립 음악대학에서 수학, 페르 에녹손과 재닌 얀센을 사사했다. 2019년 카를 닐센 콩쿠르에서 우승, 2022년 그라모폰의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예블레 심포니(2023/24 시즌)와 로열 리버풀 필하모니(2024/25 시즌)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요한 달레네 바이올린 리사이틀

6월 25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라벨 ‘치간’, 프레러 ‘기울어진 음계’(한국 초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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