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짜기 옵서예’

한국 첫 창작 뮤지컬의 귀환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2월 1일 12:00 오전


▲ 김선영 최재웅

한국적인 해학이 넘치는 배비장과 애랑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새롭게 쓰인다. 1966년, 국내 첫 창작 뮤지컬로 대중과 만났던 ‘살짜기 옵서예’는 2013년 최신 영상기법과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한 캐릭터, 국내 정상급 배우들과 함께 한층 특별해진 모습이다.
2월 19일~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양 뮤지컬에 한국적 해학을 버무리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CJ E&M의 2013년 첫 신작 뮤지컬이자, 개관 25주년을 맞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CJ토월극장’으로 개명하고 뮤지컬 대극장으로의 재개관을 기념하는 작품이어서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 1966년 10월 26일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부지)에서 개막해 나흘간 일곱 차례 공연 만에 무려 1만 6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국내 첫 창작 뮤지컬이기도 하다.
‘살짜기 옵서예’의 초연 창작진들(극본 김영수·작곡 최창권·연출 임영웅·안무 임성남)은 당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양음악 형식에 한국적 가락과 발레 기법을 응용한 안무로 서양식 뮤지컬의 불모지였던 한국 공연계에 혁신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에서 뮤지컬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패티김이 주인공인 제주 기생 ‘애랑’ 역할을 맡았으며, 익살스러운 ‘정비장’ 역은 ‘후라이보이’ 곽규석, 신임목사 역은 탤런트 김성원이 캐스팅되면서 스타들의 출연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후 수차례 앙코르 공연마다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왔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하는 ‘살짜기 옵서예’는 천하일색 제주 기생 애랑과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순정과 지조를 지키려는 배비장(비장은 조선시대 감사·절도사 등 지방장관이 데리고 다니던 막료이다), 그들의 운명적 사랑에 가교 역할을 하는 신임 제주목사(목사는 오늘날 도지사와 유사한 지방관료이다)와 방자의 익살스러운 계략을 담아내고 있다.
제주목사를 따라 서울로 가게 된 정비장은 옛 연인인 천하일색 제주 기생 애랑을 떼어놓고 가려 한다. 이를 눈치 챈 애랑은 돈도 비단도 필요 없으니 정표로 앞니를 하나 빼어주고 가라며 혼쭐을 낸다. 여색을 좋아하는 신임목사는 해녀와 기생을 비롯해 여자가 많은 제주에 부임해 신이 나지만,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색을 멀리하는 배비장이 달갑지 않다. 결국 신임목사는 배비장의 지조와 절개를 깨기 위해 다른 비장들이며 방자와 모의해 애랑에게 배비장을 유혹할 것을 명한다. 이에 양반들의 사랑과 지절을 믿지 못하는 애랑은 배비장의 지절을 꺾고, 그의 상투를 상으로 받기 위해 배비장에게 접근한다. 애랑의 노랫소리에 수포동 폭포까지 오게 된 배비장은 애랑의 목욕하는 모습을 엿보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배비장의 죽은 아내가 나타나 애랑에 대한 배비장의 정을 만류하지만, 그날 이후 배비장은 애랑의 환상에 휩싸이며 고민하다가 결국 애랑과의 정(情)을 택한다. 배비장은 방자에게 애랑에 대한 마음을 적은 편지를 주게 되고, 급기야 그녀의 처소에 들어가게 되면서 웃음거리가 된다. 지극히 한국적인 해학이 넘치는 배비장과 애랑의 이야기는 지난 연말 국립창극단에서 ‘배비장전’이라는 정기공연을 올릴 정도로 대중적인 이야기이다.


▲ 홍광호 임기홍

전통 위에 첨단기술이 깃든 무대
‘살짜기 옵서예’ 뉴프로덕션은 해외 크리에이터를 대거 영입해 전통과 첨단기술이 만나는 무대 구현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출은 안무가 출신으로 국내 무대에서 이미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에 참여한 구스타보 사하크가 맡았고, 김민정 연출가가 공동연출로 합류했다. 조명 디자이너로는 제이피 와이드먼, 영상 디자이너로는 에런 린이 함께 한다. 이 작품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1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차세대 문화기술을 통한 무대 메커니즘을 구현해 한 단계 더 발전한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특히 해외 창작자들과 함께 구현해낼 홀로그램, 3D 맵핑 등 최신 영상 기법을 적극 활용해 전통적인 소재를 다룬 해학 드라마와의 조화를 꾀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입체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유채꽃 들판·애랑의 폭포·몽환적인 숲 등 작품의 주요 장면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 마음의 풍금’ ‘미녀는 괴로워’ ‘파리의 연인’ ‘마마 돈 크라이’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을 쓴 이희준 작가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등장인물을 좀 더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각색했다. 피아니스트이자 뮤지컬 ‘파리의 연인’ 등의 편곡자인 이진욱은 14인조 오케스트라를 기본으로 동서양의 음악을 다채롭게 편곡해 소개할 예정이다.
역대 애랑 역은 초대 패티김을 비롯해 김상희·배인숙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큰 별들이 맡아왔다. 이 막중한 책임을 이어갈 2013년 애랑은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최고의 여배우 김선영이 단독으로 맡았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할 배비장 역은 최근 SBS 드라마 ‘대풍수’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최재웅과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함께 캐스팅됐다. 최재웅은 평소 진지한 드라마와 코믹한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전천후 연기파 배우로 이번 무대에서 연기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 ‘미친 가창력’ 홍광호는 최근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등 주로 검증된 라이선스 대형작에 출연해왔는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 작품에 합류했다고 한다. 아마 홍광호가 출연하는 공연을 선택하는 관객은 역대 배비장 중 가장 노래 잘하는 주인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신임목사 역할에는 송영창과 1996년 ‘살짜기 옵서예’ 프로덕션에서 ‘배비장’을 맡았던 박철호가 더블 캐스팅 됐으며 김성기·임기홍은 방자를 연기한다.
‘살짜기 옵서예’가 초연된 1966년 10월 26일은 현재 ‘뮤지컬의 날’로 제정되어 있다. 최근 십여 년에 걸쳐서 뮤지컬을 즐기는 관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그동안 문헌으로만 전해져오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무대 위 주인을 맞아 귀환하게 된 것이다. 좋은 콘텐츠는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외면받지 않는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해학과 서양의 뮤지컬의 짜릿한 만남을 한번 기대해본다.

글 조용신(뮤지컬 연출가·칼럼니스트)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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