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오그린추크의 모차르트 오보에곡집

다름아닌 모차르트의 오보에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9월 1일 12:00 오전

오보에는 원래 오부아(hautbois)라는 프랑스어를 이탈리아 식으로 옮긴 말이다. ‘높다(haut)’라는 말에는 음높이뿐만 아니라 음량·음악성까지 내포되어 있다. 오보에는 정말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다. 다이내믹과 음정을 제대로 구사하기도 어렵지만 다른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노래’하기는 더 힘들다.
현재 활동하는 비르투오소 오보이스트 중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주자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독일식 사운드를 구사한다면, 모스크바 태생으로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한 알렉세이 오그린추크는 프랑스식 사운드를 구사한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며 때로는 수줍은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렇게 여성적인 오보에 사운드는 처음 들어본다. 마시멜로처럼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음의 각도는 살아있다. 고음에서는 억센 소리를 내기 쉬운데 그가 내는 고음역 음색은 플루트 소리처럼 화려하다. 그의 녹음을 들어보면 오보에를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연주한 것만 같다. 감정의 과잉 상태와는 거리가 멀고 테크닉도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음정도 자로 잰 듯 정확하다. 모차르트에 잘 어울리는 투명한 음색이다. 이런 오보이스트를 수석주자로 데리고 있는 지휘자라면 안심을 푹 놓아도 될 것 같다. 오그린추크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거쳐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헤보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로 있으면서 제네바 음대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바쁜 일정 때문인지 독주나 음반 활동은 그리 활발하진 않은 편이다. 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는 지금까지 독집 음반으로는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부부의 독주곡집, 벤저민 브리튼의 변주곡 등을 냈다.
비스 레이블에서 나온 이번 음반의 테마는 모차르트다. 오보에ㆍ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를 위한 4중주 F장조 K370을 제외하면 다른 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더 유명한 곡들이다. K370은 4중주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나머지 악기들이 오보에 독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협주곡’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협주곡 C장조 K314는 플루트 협주곡 2번 D장조의 오리지널인데 플루트 협주곡이 더 유명하다. 모차르트가 네덜란드의 아마추어 플루티스트 드 장의 의뢰를 받고 쓴 두 곡 중 하나인데 오보에 협주곡 C장조를 조옮김한 뒤 약간 수정했다. 소나타 Bb장조 K378은 원래 바이올린 소나타다. 빠르게 움직이는 유려한 선율 덕분에 모차르트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클라리넷ㆍ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 등의 ‘클라리넷 4중주’ 버전을 비롯해 관악기를 위한 다채로운 편곡이 나왔는데 이 음반에 실린 슬라빈스키의 오보에 소나타 버전도 그중 하나다.
협주곡ㆍ4중주ㆍ소나타 등 다채로운 편성의 작품을 실었다. 협주곡에서는 리투아니아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했고, 소나타에서는 그에게 조기 교육을 선사했던 아버지 레오니드 오그린추크(그레신 음대 교수)가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오그린추크의 오보에 연주를 들으면 관악 앙상블의 리더로서의 권위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다. 결국 오보에 연주도 사람 목소리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낯설지 않은 레퍼토리지만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모차르트와 오보에 음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lully@)


▲ 오그린추크(오보에)/브롭친(바이올린)/리사노프(비올라)/블라우마네(첼로)/리투아니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BIS 2007 (DSD, Hybrid-SAC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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