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칼럼 |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위한 기념비적 음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4월 23일 10:00 오후

RECORD COLUMN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위한 기념비적 음반

원전연주부터 전통적 해석까지, 모차르트에게 헌사하는 여섯 개의 대작 음반

 

20세기 초·중반 모차르트 관현악의 히스토리컬 음반들을 들어보면 하나의 공통된 경향이 드러난다. 대부분 현대 악기를 사용하며, 풍성함을 넘어 다소 과장된 낭만주의적 색채로 채색한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당시 음악계가 받아들였던 모차르트의 전형적인 상(像)이 그랬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며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음악에 원전연주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1929~2016)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1941~2014)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은 그 흐름을 대표하는 선구자들이다.

비브라토를 절제하고 거트현(양의 장을 꼬아 말려 가공한 바로크 시대의 현)을 장착한 현악기, 내추럴 호른 등 시대 악기를 활용한 투명하고 따뜻한 음색은 청중을 모차르트의 시대에 한층 더 가까이 데려다준다.

 

❶ Decca E4557212

원전연주를 곁들인 해석의 재평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Decca)❶의 음반은 시대악기로 녹음된 최초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집으로 평가된다. 위작으로 의심받는 작품들과 교향곡 40번의 서로 다른 판본까지 포함해 무려 71곡을 수록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전집을 넘어 모차르트 교향곡 해석의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다. 악보에 담긴 정보를 충실히 재현하려는 호그우드의 접근이 전체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여러 원전연주 해석은 물론, 현대악기 연주와 비교해도 이 녹음은 여전히 신선하고 날렵하다.

전집에는 아날로그 후기인 1978년 9월부터 디지털 초기인 1985년 8월까지 진행된 스튜디오 녹음이 담겼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레이블의 변화도 있었다. 고음악계의 마이너 레이블이었던 루와조뤼르(L’Oiseau-Lyre)는 1973년 말 데카 레이블 산하로 재정비되었고, 이후 데카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 방대한 기획이 추진될 수 있었다.

저명한 모차르트 학자 닐 자슬로가 자문을 맡아 당시 연주 관습과 악보 교정을 면밀히 반영했으며, 녹음은 런던 북부 햄스테드의 세인트 주드 교회와 킹스웨이홀 등 작품 규모에 맞춰 여러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존 던컬리와 사이먼 이든 등 데카의 저명한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음향적 완성도 또한 높였다.

모차르트에 특화된 빈

❷ DG 4794195

모차르트가 활동할 당시, 빈에는 궁정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가 존재했는데, 모차르트가 관현악 작품을 구상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악단의 후신이 빈 필하모닉이다. 그런 관점에서 빈필의 모차르트 연주에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으리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1991년 모차르트(1765~1791) 사후 200주년을 앞두고, 빈필 최초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집(DG)❷이 기획됐다. 빈필은 이 프로젝트의 지휘자로 제임스 러바인을 직접 선택했다. 전집에는 1984년부터 1990년 사이에 녹음한 음원들이 담겼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러바인은 실내악과 성악곡 반주·오페라·관현악·협주곡 등 모차르트 작품 전반의 연주에 폭넓게 참여했다. 그는 이 전집에서 제1바이올린은 왼쪽에, 제2바이올린을 오른쪽에 둔 ‘양날개’ 편성을 사용하고, 악보에 기록된 반복을 충실히 준수했다. 빈필의 매력적인 사운드에 현대 모차르트 연구의 성과를 반영한 해석을 더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녹음에서는 빈필의 모차르트 전통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따스하게 재현된다.

현악과 금관의 풍성한 음색 속에서 목관의 선율이 살아나며, 현이 노래하는 듯한 우아함이 인상적이다. 같은 빈필을 지휘한 카를 뵘의 전집에 비교하면 더욱 활기차지만, 템포가 지나치게 빠르지는 않다. 뵘 녹음에는 삭제됐던 반복을 충실히 준수하는 부분에서 ‘지루하다’와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갈릴 것이다.

이 음반은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교향곡 전집 가운데 하나로, 현대 악기를 채택한 모차르트 교향곡 전집 중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기록이다.

 

❸ DG 4159582

고전적인 균형감을 손끝에 쥐고
이츠하크 펄만(1945~)과 제임스 러바인(1943~2021) 등 같은 세대의 음악가들이 모차르트 음악에서 어우러지기도 한다. 특히 펄만의 연주 특징이라면 인간적인 따뜻한 음색, 어떤 곡이라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안정감을 들 수 있다. 장애를 이겨내고 더 큰 차원으로 승화시킨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이란 보너스도 있다.

펄만의 따스한 바이올린과 제임스 러바인/빈필의 앙상블 음반(DG)❸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차르트상을 표출한다. 1775년에 작곡된 다섯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프랑스적인 색채감이 나타나는 협주곡 3번과 ‘터키풍’의 애칭으로 사랑받는 협주곡 5번이 특히 빼어나다. 실내악적 울림이 두드러지는 협주곡 2번과 발랄한 정감이 넘치는 다소 변칙적인 형식으로 구성된 협주곡 4번도 우수하다.

협주곡 1번은 잘츠부르크 궁정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브루네티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전통 위에 이탈리아 양식이 쓰였고 번갈아 연주되는 독주와 총주는 바로크 협주곡의 잔상이 느껴진다. 펄만의 생생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이 빛나며 제임스 러바인은 역시 최고의 모차르트 해석가다. 아다지오와 두 곡의 론도 역시 호연이다.

 

❹ DG 4695102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기록한 사람은?
게자 안다(1921~1976)가 피아노와 지휘를 겸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집(DG)❹은 1961년부터 1969년까지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녹음됐다. 모차르테움 음악원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이 전집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한 최초의 음반 세트로 기록된다.

피아노와 지휘를 겸하는 시도는 요즘에야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시도였다. 결과적으로 독주자와 악단 사이의 이상적인 일체감을 이뤄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어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싱그러움을 잃지 않는 녹음이다.

헝가리 출신의 게자 안다(1921~1976)는 베토벤·슈만·쇼팽·리스트·브람스 등 고전과 낭만 레퍼토리에서 두루 뛰어난 해석을 남긴 피아니스트다. 명료한 터치와 우아한 음색,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조했던 안다는 특히 모차르트 해석의 전형을 제시했다. 푸르트벵글러가 일찍이 그를 ‘피아노의 음유시인’이라 칭했듯, 안다는 과도한 낭만주의적 해석을 배제하고 고전적인 균형미를 살리며 시적인 절제와 품격을 보여준다. 전집의 모든 연주가 고른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특히 중기 협주곡 작품들이 빼어나다. 그 가운데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은 1967년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삽입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해당 악장이 오늘날까지 ‘엘비라 마디간’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모차르트는 11세 때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했고, 사망하던 해에는 27번을 남겼다. 피아노 협주곡에는 작곡가의 유년기부터 성장하며 늘어나는 나이테 같은 깊은 희로애락이 담겨있음을 이 음반을 감상하며 깨달았다. 수많은 녹음이 존재하지만, 안다의 이 음반을 들으면 오랜만에 고향에 와 집밥을 먹듯 푸근함에 젖게 된다.

 

❺ Decca 4683562

청정한 기품으로 그린 모차르트
우치다 미츠코(1948~)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13세에 빈으로 건너가 공부했고, 24세 때부터는 런던에 정주했다. 동양인의 DNA를 가졌지만, 음악적 형성은 유럽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1970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그는 1980년대부터 모차르트를 중심 레퍼토리로 삼았다.

1982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큰 성공을 거둔 뒤, 그는 1983년 녹음을 시작해 4년간 매년 음반을 발표하며 전곡 녹음을 완성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1~18번)과 환상곡 등이 담긴 이 음반(PHILIPS)❺에서 그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채 청정함과 기품을 드러낸다. 릴리 크라우스(1903~1986), 알프레드 브렌델(1931~2025), 마리아 주앙 피르스(1944~) 등 수많은 모차르트 연주자 가운데서도 우치다의 음반을 다시 꺼내 듣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묘한 음색의 변화로 개성을 불어넣는 그의 해석은 들을수록 깊이를 더한다. 이 녹음은 우치다에게도 자신의 예술적 황금기를 기록한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❻ DG 4778680

모차르트의 이름으로 활동한 앙상블의 음색
1948년 1월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한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4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실내악 전통을 이어갔다. 첼리스트 마틴 러벳을 제외한 노버트 브라이닌·지그문트 니셀(바이올린), 피터 슈돌로프(비올라)가 빈 출신이자, 오스트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막스 로스탈의 제자였다.

이들의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전곡 음반(DG)❻은 20세기 실내악 연주사에서 가장 중요한 녹음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물론 1950년대 웨스트민스터 레코드와 DG에 남긴 녹음들도 훌륭하지만,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완성된 전집은 이들의 우아하고 정돈된 앙상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하이든 4중주’로 불리는 14~19번과 21번 ‘프러시아’를 포함해 모차르트가 남긴 총 23곡의 현악 4중주 전곡이 담겼다. 가장 이른 시기(K387·458)의 연주는 1963년 하노버 세션에서 이루어졌으며, 초기 4중주곡 연주(K155·173)는 1975~1976년 뮌헨에서 녹음되었다.

전곡에 걸쳐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 특유의 밝고 투명한 음색과 빈 고전주의적인 우아함이 돋보인다. 이들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풍성하고 울림을 지향하며, 음표 하나하나에서 표현의 모든 정수를 끌어내려 애쓰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초기 작품에서 지나치게 진지해 천진난만함이나 춤곡의 성격이 옅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연주의 몰입감과 작품들을 잇는 일관성을 견지하는 태도는 여전히 귀감이 된다.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 칼럼니스트)

 

PERFORMANCE INFORMATION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4월 4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김선아/부천시립합창단

4월 23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모차르트 c단조 ‘대미사’ 외

민인기/국립합창단

5월 1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c단조 ‘대미사’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협연 르노 카퓌송·강윤지)

10월 15·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 교향곡 41번

 

폴 루이스 피아노 독주회 ‘모차르트 플러스’

10월 21·22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외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협연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10월 23·2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외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365, ‘레퀴엠’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