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알테 베르크 50CD 선집

시대음악의 명가 총정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 귀스타브 레온하르트

다스 알테 베르크(Das Alte Werk, 이하 DAW)는 텔덱이 타임 워너에 인수된 뒤부터 텔덱 레이블의 하위 시리즈처럼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DAW는 엄연한 독립 레이블로서 도이치 그라모폰의 아르히프와 양대 산맥을 이룬 ‘시대음악의 보물창고’였다. 1958년 신인 프로듀서 볼프 에리히존을 영입해 DAW를 만들었다. 회사는 처음부터 음반에 DAW 로고를 커다랗게 새기며 자부심과 함께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 에리히존은 훗날 소니에서 세온과 비바르테를 만든 영민한 기획자였다. 그는 론칭 초기 카를 리히터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라는 상반된 해석가를 대표로 내세웠다. 리히터는 1950년대부터 텔덱 아티스트로서 현대악기에 의해 낭만적인 스타일을 구사했고, 아르농쿠르는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를 만들어 시대양식에 천착했다. 아르농쿠르는 당시 라이벌인 아르히프에서 이미 두 장의 음반을 발매한 상태였다. 에리히존은 2년 뒤 아르농쿠르를 필두로 하프시코드 주자 겸 지휘자 귀스타브 레온하르트, 리코더 주자 프란스 브뤼헌, 첼리스트 아너르 빌스마, 바이올리니스트 야프 슈뢰더 등 5명과 전속 계약을 한다. 이어 리히터가 아르히프에 둥지를 틀면서 DAW는 비로소 ‘시대양식 우선주의’라는 독창적인 색깔을 냈다. 이 전집은 50CD로 홍보되고 있으나 재미있게도 51장의 CD로 구성돼 있다. 아르농쿠르의 몬테베르디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가 처음에는 발췌반으로 기획됐다가 전곡 수록으로 바뀌었는데, 음반사는 마케팅 편의상 50이란 숫자를 고수한 것이다. 전집은 1958년 리히터의 초기 바흐 칸타타부터 2000년 아르농쿠르의 바흐 ‘마태 수난곡’까지 LP와 CD시대 녹음을 균형 있게 아우른다. 간판은 18장의 음반에 등장하는 아르농쿠르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다. 1968년 작 바흐 ‘B단조 미사’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발췌)는 동곡의 초기 시대악기 연주로서 아직도 세련미를 잃지 않았다. 반면 바흐 ‘마태 수난곡’과 몬테베르디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는 완성도가 앞선 두 번째 디지털 녹음으로 들을 수 있다. 1964년 작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3번만 수록되고 나머지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의 디지털 녹음으로 들을 수 있는데, 25년 간격으로 각 시대를 상징한 진보 연주자들의 상반된 해석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온하르트의 대표작은 1964년에 나온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4종의 레온하르트 녹음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다. 독일 음악 외에 그가 관심을 보인 영국 건반 음악집(1965~1970년)과 바리톤 막스 판 에그몬트와 협연한 ‘바로크 가곡집’(1968년)도 빼놓을 수 없다. 브뤼헌은 여기선 3장의 소나타와 협주곡 편집 앨범을 통해서만 소개되는데, 12장짜리 전집이 이미 발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오르가니스트 헤르베르트 타헤치의 바흐 ‘푸가의 기법’, 빌스마의 바로크 음악곡집도 빠져선 안 될 역작으로 포함됐다. 디지털 시대 대표 아티스트로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포르테피아노 주자 안드레아스 슈타이어다. 전자는 ‘사계’를 비롯한 비발디 협주곡집으로, 후자는 클레멘티 소나타와 살리에리 협주곡으로 만날 수 있다.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가 아르농쿠르가 아닌 아이버 볼턴의 디지털 신반으로 수록된 점도 눈길을 끄는데, 지휘자의 해석이나 가수의 역량에서 볼턴 음반이 훨씬 낫다.

글 이재준(음악 칼럼니스트)


▲ 리히터·아르농쿠르(지휘)/레온하르트(하프시코드·지휘)/브뤼헌(리코더)/슈타이어(포르테피아노) 외
Das Alte Werk 2564643852A (D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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