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0년 만에 통영에 전용 콘서트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 건립 계획을 밝힌 이래 통영국제음악당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사업 구상도 여러 번 변경됐다. 2004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으나 바로 다음 해 계약을 해지하고는 국책사업으로 변경했다. 당초 설계를 맡은 빌더스 관광개발연수소 측은 7층짜리 호텔과 40층짜리 콘도를 포함시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음악당의 비중이 작아져 기본 계획안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충무호텔이 있던 도남동 지역을 152억 원에 매입하고, 진의영 통영시장은 미국에 위치한 프랭크 게리 사무소를 방문해 그와의 계약을 추진했다. 수차례 접촉 끝에 2009년 프랭크 게리는 인생 최대의 역작을 통영에서 만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1천억 원에 해당하는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한 타당성 검토가 2년 이상 걸리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지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에 통영시는 원래 예산인 480억 원대 규모로 축소했다. 이름도 윤이상국제음악당에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0년 대림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되어 총 520억(국비 약 24억 원, 도비 약 16억 원, 시비 약 11억 원) 사업비로 올해 7월 새로운 음악당이 준공되었다.
11월 8일 열린 준공기념식은 관계자와 시민 총 3,500여 명이 참석했다. 통영시 곳곳에서 준공 기념식 소식이 들려왔고,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음악당 운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응원 일색이던 통영국제음악제 때와는 달리 시민들은 연간 약 20억 원에 달하는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다소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1,3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의 다목적홀에서 각각 기념음악회가 진행되었다. 음악당 앞뒤로 큰 바다가 펼쳐져 있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주차장이 노출되어 있는 설계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벽면의 페인트 자국이 육안으로 보인다거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흰색 벽면 위의 흰색 표지 사인이 그마저도 삐뚤빼뚤하게 박혀 있는 점, 떨어질 것 같은 비상등 같은 디테일은 내년 정식 오픈 전까지 개선되었으면 한다. 음악당의 CI 사용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당과 음악제를 총괄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국내에서 네 번째 규모의 음악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힘을 쏟기 위함이다. 14만 명의 소도시 통영의 음악당에 사람이 ‘상시’ 모이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우선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남해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음악제를 방송으로 보여주고, 콩쿠르는 인터넷에서 생중계함으로써 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통영이 클래식 음악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통영의 관광문화 인프라 또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객석 점유율 94퍼센트를 유지하며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통영은 ‘음악의 도시’라는 사실을 상식으로 갖게끔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두 개의 공연장을 가진 통영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