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저녁 7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 국군교향악단의 힘찬 선율이 울려 퍼졌다.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이날 참석한 각계각층 사람들을 하나로 만든 것은 음악, 더 나아가 모두가 함께 만든 음악이었다. 의정부가 시(市)로 승격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경기 북부권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도시 발전에 여러 제약을 받아왔음에도 1963년 이래 꾸준히 성장해온 의정부시는 이제 역사의 반세기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50년을 준비하는 시점에 서게 됐다. 그 교차의 지점에 선 의정부시가 시민과 함께 하는 연주회를 통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그 어느 행사보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날 대극장에는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문화소외계층 500여 명과 국군교향악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일반 시민들로 1천 석 규모의 객석이 가득 찼다. 대한민국 군 대표 문화사절로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주를 이어가고 있는 국군교항악대장 정연재와 국군교향악단은 이날 무대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시민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냈다. 먼저 국군교향악단은 절도 있는 군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주페의 ‘경기병 서곡’과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으로 연주회의 시작을 알렸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소프라노 임경애가 송창식의 ‘우리는’과 ‘그가 나를 일으키시네(You Raise Me Up)’를 부를 때, 객석 곳곳에서는 가사의 의미를 음미하는 듯 흥얼거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노래를 듣던 한 관객은 “모두에게 잘 알려진 대중가요의 익숙한 멜로디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니 가사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라는 말을 건넸다. 공연 중반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 솔레미오’ 등 각국을 대표하는 노래들을 메들리로 엮은 슈바르츠의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무르익은 공연 분위기를 섹소포니스트 김기철이 케니 지의 연주로 유명한 ‘러빙 유(Loving You)’로 이어갔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으로 연주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었다. 관현악과 혼성합창으로 구성된 작품을 위해 의정부시립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민족의 탄생과 외적의 침략에 항거하며 독립과 광복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려낸 선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반부 익숙한 애국가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합창단과 관객이 하나 되어 부르는 ‘만세 만세 만세’의 노랫말은 객석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여기에 서예가 김기상이 무대 중앙에서 대형 붓으로 ‘대한민국 만세’ 글귀를 써내려간 퍼포먼스는 국군교향악단의 연주와 어우러지며 장엄한 분위기와 함께 연주회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의 모든 순서가 뜨거운 박수 속에 마무리되고, 객석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공연 전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처음으로 직접 들었다”라는 초등학생부터 “오랜만에 애국가를 불러봤다”라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까지, 각자 소회는 달랐어도 음악으로 함께한 시간에서 희망을 보고, 위로를 얻은 것만은 모두가 동일하게 받은 선물이었다. 글 김선영 기자(s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