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살 플레옐에서 성공적인 첫 독주회를 가진 이후 꾸준히 파리 청중을 만나온 김선욱이 지난해 12월 9일, 다시 파리를 찾았다. 프로그램은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크라이슬레리아나’, 그리고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 김선욱은 무대에 걸어 들어오자마자 바로 연주를 시작하며 ‘아라베스크’의 선율에 호흡을 불어넣었다. ‘크라이슬레리아나’는 균형 잡힌 연주가 돋보였다. ‘하머클라비어’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통해 이뤄낸 음악적 성취를 온몸으로 증명해보였다. 실연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속도감 있는 템포와 눈부신 테크닉은 청중을 압도했다. 웅대한 1악장, 놀라운 지구력으로 흐트러짐 없이 곡을 끌고 나가는 그에게서 어떤 결연한 의지가 전해졌다.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엄함을 고스란히 무대에 가져오겠다는 그의 열정 앞에 청중은 40분이 훌쩍 넘어가는 이 대곡에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뜨거운 “브라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꽉 들어차지 않은 객석이 아쉬웠지만, 유럽 무대에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것은 더 많을 것이다.
글·사진 김나희(파리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