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8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는 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트리오 반더러의 베토벤 전곡 연주가 오전 11시, 오후 3시와 5시에 걸쳐 마라톤처럼 열렸기 때문이었다. 25년을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차례 바이올리니스트 교체를 겪은 이 트리오는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뛰어난 하모니를 자랑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장 마르크 필리프 바르자베디앙은 소니에서 아르모니아 문디로 레이블을 옮긴 사연에 대해 털어놓았다. “당시 바네사 메이가 음반 표지 사진 하나로 모두를 경악시키며 센세이셔널한 등장을 했을 때 우리에게도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라는 제안이 있었다. 더 유명해지고, 더 팔린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나. 정체성에 도전을 받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조금 규모가 작고 미디어에 노출이 덜 되더라도 원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데 동의했다.”
피아노의 뱅상 코크는 베토벤 전곡 연주가 지닌 의미에 방점을 찍었다. “우리는 이미 베토벤 트리오 곡은 물론 3중 협주곡까지 음반으로 냈다. 이번 연주는 2012년에 음반을 완성한 이후 진행하는 전곡 연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11시의 첫 공연. 베토벤 초기작들이 갖는 구조적 단순성 때문에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지만, 이들은 놀라운 균형으로 음악을 빚어나갔다. 일회성 실내악 무대에서 난무하는 눈빛 교환조차 이들에겐 불필요한 제스처였다. 이들의 하모니는 베토벤 트리오가 구조적으로 발전해가는 후기로 가면서 더욱 돋보였다.
글 김나희(파리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