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 8월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알프스 산맥 인근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지방 도시 잘츠부르크는 가히 ‘관광 명소’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천혜의 자연과 고풍스런 시가지, 높다란 언덕 위에 다시 더 높이 자리한 옛 성곽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사실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이야기의 배경이자 뮤지컬 영화가 촬영된 곳이 바로 잘츠부르크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버스’를 타면 안내자의 설명과 함께 시종일관 흐르는 뮤지컬 선율을 즐기며 시내 곳곳의 촬영지를 돌아볼 수 있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50여 년이 흘렀지만, 잘 만든 문화 콘텐츠 하나가 시대를 초월해 거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잉태해낼 수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잘츠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은 모차르트다. 잘츠부르크는 그가 태어나 청년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시공간적 공간이다. 덕분에 이 도시를 찾으면 모차르트의 생가나 유년 시절 그가 즐겨 다뤘던 건반 악기, 청년 시절 연주했다는 성당의 오르간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실제 모차르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초콜릿조차 ‘모차르트 초콜릿’이란 이름에 그의 초상화를 붙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젊은 모차르트는 짧은 생애 동안 잘츠부르크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이 도시는 오늘날까지 모차르트에 대한 흠모와 연정을 놓지 않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원산지는 당연히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극 전개가 대부분인 영미권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장면 사이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메시지를 촘촘히 박아넣는 세련된 포장술을 보여준다. 마치 ‘대중음악으로 만든 오페라’ 같다. 물론 오랜 세월 클래식 음악의 본령으로 군림하던 역사와 전통의 반영이자 자존심의 표현으로 이해할 만하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막을 올렸던 뮤지컬 ‘모차르트’는 김준수라는 아이돌 스타의 이름값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그것도 3층 객석까지 모두 티켓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감상 포인트는 무대라는 가상 공간이 구현해내는 극적 상상력에 있다. 찢어진 청바지에 길게 땋은 레게 머리를 한 모차르트는 요즘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정의된 천재 음악가의 이미지다. 그의 분신이자 창조의 원천인 꼬마 아마데 역시 어려서부터 천재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가 느꼈을 정신적 압박과 무의식 속의 의무감을 투영한 극 속의 흥미로운 가상 이미지다. 펜 끝에 피를 묻혀 음악을 만들던 아마데가 마지막 순간 모차르트의 심장에 펜을 꽂음으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는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는 관객들로부터 짜릿한 흥분과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국내에서 뮤지컬 ‘모차르트’는 소위 ‘잘 나가는’ 흥행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늘 꼬리표처럼 붙이고 다닌다. 그래서 대작들의 충돌이 유난히 대단한 올여름 뮤지컬 공연가에서 이번 앙코르 공연이 또 다른 승자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비록 ‘김준수’는 없지만, 명불허전의 배우들인 임태경·박은태·박효신이 캐스팅되고, 업그레이드된 작품은 전작에 비교해 아쉬움이 없다. 특히 포스터에서 무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박수 받을 만하다. 클래식 음악이나 모차르트를 낯설어 할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관극 후 모차르트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작품이 많아 반가운 여름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