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 평소 한 달에 두세 번은 공연을 보는 편인데, 5월 말부터 6월 중순에는 좋은 공연들이 많아서 주말마다 거의 공연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자로 나선 NHK심포니 연주와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말러 2번, 수원화성국제음악제를 장식한 헝가리 국립 필하모니와 백건우 협연 등등.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좋은 연주를 접할 수 있어 가슴 뿌듯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공연 도중 재미난 일도 있었지요. NHK심포니의 지휘자 히로카미 준이치의 구두 밑창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앙코르 때마다 구두를 질질 끄고 나오던 모습이 큰 웃음을 자아냈답니다.
이 밖에 다른 장르들 공연도 참 좋더군요. 국립무용단의 ‘단’ 앙코르 공연은 디자이너 정구호의 의상과 안성수의 안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또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국립단체들의 모습 또한 보기 좋았지요.
그런데 한 가지, 공연장 자체에 대해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더군요. 공연장 안에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시설들이 불편하게 돼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를 볼 때 대사를 해석해주는 화면이 눈높이보다 낮은 쪽에 있어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대사에 신경 쓰다 보면 무대 흐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또 연주자나 오케스트라가 의외의 앙코르 곡을 연주할 때 무대 자막에 곡명을 띄워주는 친절이 부족한 것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자주 가는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주 막간의 인터미션 때 와인이나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예술의전당 로비 분위기가 덜 삭막해보일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뉴욕의 메트나 유럽의 콘서트홀에는 그런 장소들이 있고, 많은 관객들이 와인을 마시며 정담을 나누곤 하지요. 오페라극장에선 말할 것도 없고요.
무슨 쓸데없는 생각이냐고요? 정숙한 공연장에서 웬 술이냐고요? 물론 저도 압니다. 공연의 내용이나 수준이 외적인 형식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말입니다. 혹 이제 막 음악의 즐거움에 눈뜨기 시작한 관객들이 좀더 쉽게 공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 수가 그만큼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족들 권유로, 혹은 처음으로, 공연장에 온 젊은 관객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저는 자꾸 그런 불만들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공연장에서 만난 우리 ‘객석’ 기자들은 제게 ‘투덜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답니다.
7월에도 좋은 공연이 많습니다. 여름 축제가 시작되는 만큼 좀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도 많은 달이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투덜이’다운 말씀 몇 가지 올렸습니다.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건강하게 보내십시오.
발행인 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