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첼리스트 문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을 빛낼 차세대 첼리스트로 주목받으며 2011년 앙드레 나바라 첼로 콩쿠르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 콩쿠르를 석권했던 그는 올해 막 스무살이 된 순수한 눈빛을 가진 청년이었다
9월 4일부터 13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배출하는 최고 권위의 콩쿠르로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수상한 한국 연주자는 1985년 조영창이 2위, 2000년 이정란이 로스트로포비치 특별상인 최고 유망연주자상을 받은 게 전부다. 올해 콩쿠르는 만 32세 이하를 대상으로 157명이 참가해 예선과 본선 그리고 결선을 치렀으며 최종 7명이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문태국은 화려함보다는 슈만 특유의 시적이면서도 상상력이 넘치는 협주곡을 자기만의 음악 색깔로 잘 표현하여 수차례의 커튼콜을 받았다.
“국제 콩쿠르이기는 했지만 모두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였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경쟁하는 자리라기보다 저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콩쿠르에 임했어요. 슈만의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슈만의 낭만적인 멜로디나 느낌, 그리고 슈만만이 갖고 있는 리듬의 변화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듬의 자유와 낭만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4세 때 첼로를 시작한 그는 한국에서 양영림 교수를 사사했고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2006년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성정문화재단 황진장학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 또한 2014년에는 대신금융그룹(대신송촌문화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고 있다. 2007년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한 이후 클라라 민혜 김을 사사했고,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로런스 레저를 사사하고 있다.
인터뷰를 했던 날은 공교롭게도 그의 연주회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던 날이었다. 그는 이날 청중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로 ‘희망+문화햇살 콘서트ʼ를 가졌다.
“우연이지만 이렇게 수상을 하고 나서 연주를 하게 되니까 그 의미가 더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연주회는 희망 콘서트인데 음악이 지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희망 전하는 연주자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그는 어린 나이에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어야 했던 자신의 음악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그때가 제 음악, 꿈,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첼로는 그냥 어린 시절부터 제 곁에 있었던 친구, 형제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늘 첼로와 함께 자라왔고 어느덧 자연스럽게 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첼로는 제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주 멋진 연주를 청중에게 들려줘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편안하게 제 음악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주를 합니다.”
음악에 파묻혀 지내던 그가 비로소 ‘인생’에 대해 생각했던 계기는 대학에 가서 음악 공부 외에 철학이나 미학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인문학 수업들은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내 삶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본질적으로 깊이 생각하게 했어요. 나의 삶, 인생관,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제 음악을 지지해주고 아껴주고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해 진정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요. 저 또한 누군가를 위해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되었죠.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저로 인해 행복할 수 있다면 저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음악은 끝이 없는 것이기에 평생 음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감사한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그는 그동안 자신의 연주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고 격려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 고마운 마음을 음악으로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연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 같습니다. 결국 첼로는 저의 목소리인 셈이니까요.”
그는 첼리스트 중에서 요요 마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요요 마의 따뜻한 성품과 첼로 선율이 아마도 그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하지만 누구의 것이든 진심에서 품어져 나오는 첼로 소리의 아름다움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과 경험을 거쳐 지금의 스무 살 청년 문태국이 더 넓고 깊어진 자신만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 그 목소리가 누군가의 기대고 싶은 따뜻한 어깨가 되어줄 것이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심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