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VS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지휘자 얀손스와 페도세예프 매력 비교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1월 1일 12:00 오전

세계 최고 수준의 앙상블과 독일 음악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그리고 지극히 거친 에너지와 다이내믹, 반세기에 가까운 지휘자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와의 호흡에서 기인하는 소비에트적인 일체감을 자랑하는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11월 한국을 찾는 두 명문 오케스트라를 비교, 분석했다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

바이에른 교향악단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2014년 1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오케스트라 공연 두 개가 열릴 예정이다. 마리스 얀손스 지휘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공연,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지휘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개명, MTSO) 공연이 그것으로 11월 넷째 주에 한꺼번에 몰려 있다. 특히 두 악단은 독일과 러시아 오케스트라 음향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각각 독일 중심의 레퍼토리와 정통 러시아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무엇보다도 불과 3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이라는 동일한 작품으로 격돌하기에 음향적으로나 스타일적으로 전혀 다른 연주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우선 11월 18일과 19일 오후 8시에 공연을 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살펴보자. 오랜 전통과 높은 수준의 오케스트라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뮌헨을 대표하는 독일 정통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려주는 악단으로서, 지난 2012년 가을 내한해 베토벤 교향곡 연주로 국내 음악계에 일대 파문을 던지고 간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년 전보다 확장된 규모의 인원이 내한해 후기 낭만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초겨울의 밤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앙상블과 독일 음악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얀손스는 18일에는 자신의 주력 레퍼토리인 드보르자크 교항곡 9번 ‘신세계로부터’,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고, 19일에는 작곡가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주앙’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쇼스타코비치 교항곡 5번을 지휘한다. 원래 신비주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함께 오려고 했다가 무산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협연자 없이 순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레퍼토리만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오히려 더 환영받을 만하다.

이 연주회가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가장 먼저 현존하는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추앙받는 마리스 얀손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43년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명지휘자 아르비드 얀손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1971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을 끌었지만 다시 구소련으로 돌아가 므라빈스키가 이끄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1979년부터 2000년까지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1997년부터는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최고의 악단으로 키워냈고, 이후 2003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됨과 동시에 2004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되어 세계 10대 명문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포함되는 오케스트라 두 곳을 동시에 이끄는 명예를 얻게 되었다.

얀손스의 음악세계는 음악적인 완벽주의에서 출발한다. 그는 악보에 있는 음표를 가장 정확하게 연주하고자 많은 시간을 리허설에 투자하고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단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로 그 명성이 높다.

그러나 그는 기계적인 지휘자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일종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음표 뒤에 숨겨져 있는 세계에 도달해 인류 정신의 숭고한 경지를 구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음악에 헌신하고자 하는 열정만큼 주위 사람들과 단원들에게 한결같은 따스함과 친절함을 베푸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1996년 이후 심혈관 질환으로 투병을 해온 그는 올해 초에도 다시 한 번 문제가 생기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직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려놓는다. 전인적인 인격체이자 초인적인 예술가로서의 표본인 얀손스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음악적인 감흥 이상의 고차원적인 경험을 위한 최고의 기회인 동시에 이제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집중하며 자신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고자 하는 얀손스의 새로운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에 더더욱 놓칠 수 없는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41년째 한 악단을 이끈 리더십,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한편 3일 뒤인 11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연주를 하는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이름이 자주 바뀐 탓에 그 이름이 조금 혼동되는 것이 사실이다.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1930년에 창단된 유서 깊은 악단으로서 당시 소비에트의 모든 방송국을 연합한 방송용 오케스트라를 위해 조직한 것이다. 이후 소비에트 국립 라디오와 TV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비에트 국립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 연방 라디오와 TV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는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1993년 이후 러시아의 오케스트라적 정체성을 차이콥스키에서 찾으려는 의지를 담기 위해 러시아 문부성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꾸었다.

알렉산드르 오를로프·니콜라이 골로바노프·알렉산드르 가우크·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와 같은 거물급 지휘자들을 거친 뒤 1973년 32세의 젊은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가 상임지휘자를 맡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50년을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빌럼 벵엘베르흐 다음으로 긴 시간인 41년째 한 악단을 이끌고 있는 만큼 페도세예프는 악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자 러시아 오케스트라 전통의 산증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도세예프의 지휘는 한마디로 러시아 오케스트라 음악 특유의 남성적인 본질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라이벌 오케스트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러시아적인 우아함과 정교함, 고급스러운 스케일과 러시아적인 다이내믹을 구사한다면,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과 페도세예프는 지극히 거친 에너지와 콘서트홀을 뚫고 나올 정도의 다이내믹, 반세기에 가까운 지휘자와의 오랜 호흡에서 기인하는 소비에트적인 일체감을 자랑한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물론이려니와 러시아의 모든 레퍼토리에 있어서 특유의 개성과 장대함을 보여주는 페도세예프는 이번 공연에서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1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2012년 내한 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연주한 만큼 이번 교향곡 5번은 그 연장선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동시에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해석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리스 얀손스 &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 공연

11월 18~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페도세예프 &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내한 공연

11월 2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진 빈체로, 아르츠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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