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스 노바’ 시리즈2 강혜선 협연, 정명훈/서울시향
4월 7일 LG아트센터
현대음악의 신비로움 속으로
공연 내내 영감으로 충만했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현대음악이 난해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마지막 곡이 끝난 뒤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하는 청중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이가 뒤티외와 메시앙의 음악에 사로잡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7일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2 공연은 단순히 현대음악을 알리는 음악회라기엔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었다. 메시앙 음악 해석의 전문가로 알려진 정명훈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의 완성도나 음악적 영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공연의 연주곡목이 21세기에 작곡한 동시대 음악이든 19세기에 작곡한 낭만주의 음악이든, 그런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연주가 계속된 두 시간 동안 객석을 메운 관객이 그저 음악에 빠져드는 일 외엔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명상&신비’라는 공연 타이틀이 그대로 구현된 셈이다.
서울시향은 2006년부터 작곡가 진은숙을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겸 ‘아르스 노바’ 시리즈의 예술감독으로 맞아들여 매년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를 개최해왔다. 현대음악의 악보와 악기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고전음악의 명곡을 연주할 때보다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동시대 음악을 알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10년 차를 맞이한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그동안 작곡가들이나 현대음악 애호가들에게 주로 사랑받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했고, 마침내 이번 공연에서 그 결실을 맺은 듯했다. 현대음악 공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관객이 모여들었고, 공연장에는 음악을 듣는 청중의 집중력이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첫 곡으로 연주한 뒤티외 ‘메타볼’은 연주 시간 약 17분 동안 목관악기와 현악기 등 각 악기군의 음색에 차례로 초점을 맞추며 정신적 변화 과정을 표현해낸 작품이다. 특히 영적인 음악 작품 해석에 탁월한 정명훈의 지휘는 첫 곡부터 위력을 보였다. 딱딱한 목관악기 소리가, 유난히 부드러운 현악기의 음색으로 이어지고 다시금 금관악기의 자유분방한 연주로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깊은 사유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음악이라기보다는 ‘17분간의 정신적 변용’이나 다름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의 협연으로 연주한 파스칼 뒤사팽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상승’ 역시 일종의 정신적 변용을 그려낸 듯 영감에 찬 작품이다. 도입부는 바이올린의 고음과 오케스트라 저음의 괴리가 신으로부터 동떨어진 인간의 외로움을 나타내듯 쓸쓸하게 표현됐지만, 마지막 3악장의 투쟁이 절정에 달할 무렵 모든 갈등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강렬한 감동을 전했다. 특히 3악장에서 강혜선의 정확한 인토네이션과 추진력 있는 리듬감 덕분에 이 곡의 역동성과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메시앙의 ‘승천’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수년 전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의 놀라운 연주로 깊은 감동을 전한 정명훈/서울시향은 ‘승천’에서 다시금 관객에게 강한 영감을 전했다. 특히 승천하는 듯한 4악장 종결부에서는 아마도 많은 이가 정신적 고양 상태를 체험했을 것이다.
사진 서울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