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와 가창 사이, 그녀의 경쟁력은?
캐나다 태생의 소프라노 겸 지휘자 바버라 해니건은 2015년 상반기 런던 클래식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런던 주재 오케스트라는 보통 한 시즌에 협연자의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는 편인데, 해니건은 예외였다. 런던의 주요 오케스트라 세 곳이 지난겨울 한 달 사이에 그녀를 부른 데 이어 영국 정상의 체임버 앙상블 브리튼 신포니아가 5월 1일부터 12일까지 영국 다섯 개 도시 투어를 해니건과 함께했다.
바버라 해니건은 지난 1월, 런던 심포니에서 사이먼 래틀 지휘로 리게티 오페라 ‘거대한 종말’ 중 ‘마카브르의 신비’를 마쳤다. 짧은 체크 스커트로 래틀을 희롱하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같은 곡을 2010년 브리튼 신포니아와 연주할 때보다 무르익었다는 것이 여러 언론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같은 달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마그누스 린드베르그의 신작 ‘피의자, 세 개의 심문’을 해니건에게 맡겼고, 그녀는 한 작품에서 영어·독일어·프랑스어를 오가는 특별한 요구 사항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냈다. 2월에는 에사 페카 살로넨/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앙리 뒤티외 ‘서신’과 라벨 ‘어린이와 마법’을 해니건과 함께했다. 런던 일간지의 반응도 매번 뜨거웠다.
1992년 창단 때부터 예술감독직을 두지 않는 브리튼 신포니아는 해니건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주목했다. 2010년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스트라빈스키 ‘여우’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한 그녀에게 신고전주의 작품과 빈의 고전 시대 성악 작품을 아우르는 ‘테이크 투(Take Two)’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해니건은 지휘자 겸 소프라노로 5월 6일과 7일 런던 바비컨 센터와 밀턴 코트 콘서트홀에 섰다. 6일 공연의 주제는 ‘스트라빈스키와 신고전주의’였다. 전반부에서는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서곡’과 하이든 교향곡 49번 사이에 스트라빈스키 ‘난봉꾼의 행각’ 중 앤의 아리아 ‘조용히, 밤에’와 카발레타 ‘난 갈 거야, 그에게 갈 거야’를 삽입해 해니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는 모차르트 ‘티토 왕의 자비 서곡’과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사이에 모차르트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안녕’을 불렀다.
해니건의 지휘는 전체적으로 비팅은 간결하지만 ‘자기 확신형’은 아니었다.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서곡과 하이든 교향곡 49번에서는 악구에 섬세한 표정을 새겨 넣기보다 악장 재클린 쇼브와 브리튼 신포니아가 그동안 지휘자 없이 연주한 스타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자연스레 지휘자로서 존재감은 흐려졌다. 사려 깊은 모습을 음미할 여백 없이 시종일관 질주하는 속도감이 ‘티토왕의 자비 서곡’까지 이어졌다. 지휘봉을 사용하거나 손목의 사용이 부드러웠더라면 변격을 가미하기 수월했을 듯싶다.
지휘자의 가능성이 드러난 건 마지막 곡 ‘풀치넬라’였다. 단음은 더 짧게, 장음은 더욱 길게 가져가며 악곡이 춤곡에서 비롯됐음을 드러냈다. 해니건이 지휘자로 성장하려면 악단과 충돌할 약간의 모남과 맷집이 필요할 듯하다.
성악 파트는 달랐다. 모차르트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안녕’에서는 능수능란한 가창 테크닉으로 마흔넷 전성기에 다다른 해니건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난봉꾼의 행각’에서는 도입부까지는 목관 파트를 지휘하다 서서히 객석으로 몸을 돌려 지휘 자세에서 바로 앤의 캐릭터로 전환하는 노련미가 돋보였다. 7일 ‘빈의 노래들’ 공연까지 지켜본 런던 일간지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디펜던트’지는 ★★★★와 함께 양수겸장의 노력을 치하했고, ‘가디언’지는 ★★와 함께 지휘와 가창의 동시 진행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