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을 수놓을 찬란한 몸짓의 향연
클래식 발레부터 모던 발레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성찬
올해도 싱그러운 여름과 함께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관객을 찾아온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2011년 시작된 이래 국내 민간 발레단에게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발전 가능성 있는 창작 작품의 공연을 마련하는 등 지난 4년간 한국 발레의 저변을 넓혀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발레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축제는 6월 4일부터 28일까지 25일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하며, 총 15팀이 참가한다. 개막 공연에는 대한민국발레축제 1회부터 꾸준히 참가한 김용걸댄스씨어터가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Inside of Life)’를 선보인다.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는 40분가량의 공연 내내 ‘삶’이 아닌 ‘죽음’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색조를 띤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 명상적 음악이 흐르고,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 그리고 마침내는 삶에 죽음이 공존함을 받아들이는 모습 등을 표현한다. 2014년 창무회에서 주최했던 무용예술상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올해는 특히 문학이나 역사적 인물 등 보다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여럿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7일에는 국립발레단의 발레 마스터로 활동하는 박상철이 이끄는 박상철발레단이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바탕으로 발레와 연극을 접목한 ‘셰익스피어 인 발레 오텔로’를 공연한다. 14일에는 백영태발레류보브가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을 모티프로 각색한 ‘데미안’을, 김선수발레씨어터가 우리의 고전을 각색한 ‘춘향’을 선보인다. 20·21일에는 김지안발레단이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내면을 다룬 ‘악마의 선율 파가니니 2’를, 7일에는 최소빈발레단이 현해탄에 함께 몸을 던진 윤심덕과 김우진, 그리고 그들과 친분을 나눈 홍난파의 이야기를 다룬 ‘레가토’를 공연한다.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발레축제에 참가하는 팀은 앞서 소개한 박상철발레단과 김지안발레단을 비롯해 최진수 S 발레 그룹, 고현정 디슨트 발 레컴퍼니 등 총 네 팀이다. 최진수 S 발레 그룹은 사회적 문제인 스토킹을 소재로 한 ‘디 아이즈 프롬 어 케이지(The Eyes from a Cage)’를, 고현정 디슨트 발레 컴퍼니는 삶을 영위하고 자아를 보존하기 위해 사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코나투스’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해 발레 축제 자유소극장 부문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 올해 다시 한 번 초청된 유회웅리버티홀의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 클래식 발레의 대중화에 힘쓰는 와이즈발레단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발레’, 프랑스와 한국에서 활약하는 SEO발레단의 ‘아따블르’,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변형된 기억’이 관객을 맞는다.
전체 프로그램 중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6월 24~28일 오페라극장에서 총 여섯 차례 공연한다. 오랜 시간 러시아 볼쇼이발레의 수장을 맡아온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 버전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매주 토요일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는 무료 갈라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세 개의 발레단이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6월 13일 서울발레시어터의 ‘브라보! 모던발레’를 시작으로 6월 20일에는 국립발레단이 ‘국립발레단 발레갈라’를, 마지막으로 6월 27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이 ‘라 바야데르 갈라’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도심의 하늘을 배경으로 초여름의 햇빛을 조명 삼아 반짝이는 무용수들의 우아한 움직임은 실내 무대에서의 공연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진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