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매튜 본 & 백조의 호수 그로테스크한 날갯짓의 미학 _1

매튜 본은 자신이 이룬 것에 안주하지 않는다. 1995년 작 ‘백조의 호수’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성공을 거두었어도, 순식간에 지나갈 작은 움직임을 고치고 또 고친다. 한 번의 성공 때문이 아닌 계속해서 나아지려는 노력이 만들어 낸 전설, ‘백조의 호수’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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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9월 16일 9:00 오전

COVER STORY

@Johan Persson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는 발레의 상징이다. 허나 이를 차용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역시 1995년 초연된 이래 무수히 기록을 갈아치우며 원작 발레에 뒤지지 않을 동시대적 명성을 구축했다. 초연 이듬해 올리비에상(베스트 뉴 댄스 프러덕션)을, 1999년에는 토니상(최우수 연출가상·최우수 안무가상·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된 발레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9년 ‘댄스매거진’은 커버스토리에서 20세기 전체를 대표하는 춤으로 이 작품을 꼽았고 2000년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엔딩을 장식하며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으니, 영광이란 영광은 모두 누렸다. 2002년부터 세계 투어를 시작한 ‘백조의 호수’는 유럽 전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매진사례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래 2005년, 2007년, 2010년 재공연을 통해 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014년부터 세계 투어를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간 ‘백조의 호수’가 2018/2019 시즌에 돌아왔다. ‘인디펜던트’지가 ‘전설이 돌아왔다!’며 호들갑을 떨어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매튜 본은 2016년에 영국 황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매튜 본 경’이 되었으니, 진짜 ‘전설’이 한국에 돌아온다.(10월 9~20일 LG아트센터)

매튜 본, 아이콘이 된 아웃사이더

고등학교 졸업 후 BBC 기록보관소, 영국 국립극장의 극장 안내원으로 일하던 청년이 있었다. 온갖 공연에 대한 자료를 뒤져보고 공짜로 볼 수 있어 행복했던 그는, 20세가 될 때까지 무용 수업이라곤 받아본 적 없음에도 그 열정을 알아본 심사위원 덕에 라반센터라는 권위 있는 무용교육기관에 합격하였고 이후 자기 무용단을 만들어 30년간 승승장구한다. 헐리우드 전기 영화로도 진부한 성공스토리다. ‘늦은 입문-좋은 학교에 극적인 입학-큰 성공’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본의 인생은 영화 속 빌리와도 닮아있다. 1987년 ‘어드벤처스 인 모션픽쳐스(Adventures in Motion Pictures; 2002년 New Adventures로 개명됨)’라는 무용단을 만든 그는 연극·무용·뮤지컬을 넘나드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물론 ‘큰 성공’이란 것은 회고적 평가다. 그의 작품은 늘 연극, 무용(발레·현대무용·대중춤), 뮤지컬(혹은 댄스컬)의 분류법에 애매하게 걸쳐있어 평론가나 전문가들을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성소수자에 대한 도발적인 연출은 일부 관객을 화나게 했다. 전통적인 장편 발레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품이 많다 보니 ‘재활용자’라고 폄하되었다. 그러나 ‘낯설고 유치하며 이단적인 작품들’은 관객들을 즐겁게 했고, 그 즐거움은 거부감을 상쇄해갔다. 본의 작품 연보를 보면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라 실피드’ ‘로미오와 줄리엣’ 등 주로 고전발레를 재해석하는 무용 작품이 14편, ‘마이 페어 레이디’ ‘메리 포핀스’ ‘올리버!’ 등 안무가로 참여한 연극/뮤지컬 작품이 13편이다. ‘백조의 호수’로 장기공연 및 순회공연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32년간 27개의 작품을 만들다니, 근면함과 열정으로 돌진하는 자다. 그 와중에 올리비에 상을 8번이나 받으면서 말이다. 불쑥 나타난 이단아는 무대에 존재하는 여러 겹의 벽을 허물며 강력한 아이콘이 되었다.

우아한 남성 백조, 무대 위의 혁명이 되다

‘백조의 호수’는 남성이 백조 역을 맡았다는 점, 그 남성 백조가 왕자와 교감을 한다는 점, 그리고 왕실이라는 구닥다리 설정에 현 영국 왕실 스캔들을 입혔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건 단연 남성 백조다. 필자는 수년 전에 ‘뉴요커 페스티벌’에서 무용평론가 조앤 아코첼라와 본의 대담을 구경한 적 있다. 그때 본은 백조의 이미지를 구상할 때 고전발레보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답했다. 우리는 백조를 보면서 우아하고 늘씬한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세뇌되었지만, 실제 백조는 가냘픈 새라기보다 힘 있고도 역동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초연 때 백조 역을 맡은 로열 발레의 아담 쿠퍼는 본이 투사한 우아한 남성 백조를 체현했다. 이는 혁명이었다. 유명한 드래그 발레단의 남성이 백조를 춤춰 인기를 끈 적 있지만, 본의 백조처럼 우스꽝스럽지 않게,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은-여럿 ‘백조 패러디’ 논문 저자에겐 안타깝게도-남성성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자신의 발레를 ‘패러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표현하려 합니다. ‘백조의 호수’ 중 무도회 장면에서 낯선 남자가 일방적으로 여성들을 유혹하는 게 아니라 서로 유혹을 주고받지요, 이는 제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동시에 무용단의 여성들이 그런 식으로 보이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더 이상 아무데서나 남성들에게 매료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현대 여성들이 (발레리나를 포함하여) 전통적인 발레에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억지로 웃는 소녀처럼 (simpering and girly)’ 연기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주장하려고 합니다.” (‘매튜 본과 그의 날개 AMP’ p.498)

“이전에 했던 것을 재창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를 새롭게 만들려는 발레단이 아닙니다. 그렇게 한다면 안무나 의상, 세트를 새롭게 해봤자 근본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무용단으로서 우리의 사명은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뭔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지 그 안에 좋은 이야기와 구조, 음악 등이 있기 때문이고, 그 다음에 그것을 가지고 작업합니다.” (‘매튜 본과 그의 날개 AMP’ p.390)

 “왕자가 있고 백조가 있다”

본이 쿠퍼를 섭외할 때 한 말이다. 어려서부터 일거수일투족 제재당하는 왕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인물이고, 백조는 그의 욕망이 투사된 존재다. 이는 찰스 왕세자라는 실제 인물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왕자와 남성 백조는 부인할 수 없이 동성애적이다. 24년이 지나 ‘전설’로 등극한 오늘날 떠올리긴 어렵지만, ‘백조의 호수’는 초연 시 ‘게이 백조의 호수’라 폄하되었다. 서양 춤 역사에서 동성애 문화는 공공연하게 존재해왔지만 적어도 무대 위 발레는 철저히 이성애적인 세계를 구현해왔다. 그런데 발레 혈통의 정수인 백조를 남자-남자(혹은 수컷) 커플로 만들었으니, 본은 암묵적 카르텔을 깨뜨린 셈이다. ‘백조의 호수’가 대표적이긴 하나, 본은 초기작부터 꾸준히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을 통해 동성애를 다양하게 보여줬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전시나 공연, 놀이를 금지한 지방자치법 제28조가 유효하던 80년대의 영국에서 말이다. 그는 객석에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 관객들과 춤계에 있는 성소수자 무용수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공간이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을 높여가자 러시아 공연을 공식적으로 보이콧한 것도, 무용단 단원을 보호하고 이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본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동성 파트너와 함께 옛 친구 빌리의 데뷔 공연을 보러 온 마이클을 잊지 않는다. 동성애 혐오자의 협박을 받던 ‘백조의 호수’가 이젠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기 가족공연’으로 등극했으니, 예술가의 의지는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세대를 향한 책임감

초연된 지 24년이 된 ‘백조의 호수’는 독특한 세대교체를 겪고 있다. 이 작품을 본 후 춤에 뛰어들었던 소년들이 이제 프로무용수가 되어 직접 출연하게 된 것이다. ‘백조의 호수’와 ‘빌리 엘리어트’는 지구 곳곳에서 춤에 소극적인 소년들을 연습실로, 무대로 이끌었다. 본은 이에 막대한 사명을 느끼며 적극 행동하고 있다. 춤이 더 많은 소년을 품는 공간이 되도록, 늦게 시작한 이들도 제 깜냥을 찾을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말이다. ‘파리대왕’(2010)이 터닝포인트였다.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가 후원한 이 작품은 글래스고우 빈민가 청소년들을 참여시키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춤춰본 적 없는 평범한 청소년과 프로무용수가 함께 작업하면서 본은 춤이 예술적 우수함이나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호주 순회공연시 현지 청소년을 캐스팅하여 훈련시킴으로써 재능개발의 발판이 되게끔 했다. 외딴 섬에 표류된 소년들의 이야기인 ‘파리대왕’은 세대가 다른 다양한 남성들이 함께 모여 춤으로 연대하는 법을 배우는 장이 되었다. 무대를 구심점 삼아 발생한 커뮤니티다. 본이 이끄는 뉴 어드벤쳐스 무용단은 ‘파리대왕’을 위해 ‘리:본(Re:Bourne)’이라는 청소년자선조직을 운영했으며, 이후 ‘북 어 워크숍(Book A Workshop)’ ‘시빌 블러드(Civil Blood)’ ‘커튼 레이서(Curtain Raisers)’ ‘인 아워 슈(In Our Shoes)’ 등의 청소년 프로젝트와 ‘댄스 포 라이프(Dance for Life)’ ‘빅 댄스 버스(Big Dance Bus)’ 등의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문화적 거물이 된 이가 응당 맡아야 할 역할을 차근차근 소화해내며 진정한 ‘기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5월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초연되었다. 역시나 유명한 발레음악을 활용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데다 동성애적 코드가 있다(머큐시오가 죽자 그의 동성 연인이 오열한다)는 점에서 ‘백조의 호수’와 닮아있다. 순회공연시 현지 청소년을 캐스팅하여 무대에 세우는 방식도 이어간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그는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해 방황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칠 줄 모르는 본의 원동력일 테다. 글 정옥희(무용 칼럼니스트·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초빙교수)

매튜 본 작품 읽기

글 이미라 기자

매튜 본의 날개가 된 작품들

매튜 본은 무용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화·뮤지컬·현대무용·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적용했다. 그의 작품이 ‘댄스 시어터’ 혹은 ‘댄스 뮤지컬’이라 불리는 이유다. 본 지면에서는 ‘스핏파이어’부터 2019년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고전의 재해석으로 시대를 이끌며 그의 날개가 된 작품들을 만나보려 한다. 아래의 아홉 작품 외에도 그는 ‘타운 앤드 컨트리’(1991), ‘하이랜드 플링’(1994·2005), ‘도리안 그레이’(2008), ‘파리대왕’(2011)을 발표했으며, 2016년 ‘빨간 구두’ 이후 3년 만인 2019년 5월,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세계 초연했다. 매튜 본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나타나고, 또 기존의 작품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한다. 새로움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매튜 본, 그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매튜 본과 뉴 어드벤처스의 작품이 더 궁금하다면 www.new-adventures.net 참고.)

스핏파이어 Spitfire

*1988년 영국 무용 축제 댄스 엄브렐러 10주년 기념 갈라

매튜 본의 첫 히트작. 글라주노프와 밍쿠스의 음악을 사용했다. 쥘 페로의 유명 ‘파 드 콰트르(Pas de quatre)’에서 출발하여 속옷만 입은 남성 무용수로 낭만발레를 패러디했다. 매튜 본 본인을 포함해 데이비드 워링, 미이스 브라질, 조 챈들러가 초연 무대에 올랐고, 이후 데이비드 매싱햄, 아담 쿠퍼 등이 작품과 함께했다.

 

데들리 시리어스 Deadly Serious

*1992년 3월 9일 브리스톨 아놀피니

히치콕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콜 포터의 ‘유 두 섬씽 투 미(You do something to me)’, 엘라 피츠제럴드가 노래한 ‘스타더스트(Stardust)’, 페기 리가 부른 ‘미스터 원더풀(Mr. Wonderful)’, 히치콕 TV 시리즈 주제곡이었던 ‘꼭두각시의 춤’ 등의 음악을 사용했다.

호두까기 인형 Nutcracker!

*1992년 8월 26일 에딘버러 킹스 시어터 2004년 5월 LG아트센터 내한

차이콥스키 고전발레에 새로운 해석을 더한 작품. 1992년에 발표한 ‘호두까기 인형’을 2002년 뉴 어드벤처스에서 개작했다. 보육원을 배경으로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소녀 클라라의 상상 속 크리스마스가 펼쳐진다. 마시멜로, 봉봉 등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와 화려한 무대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어우러지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백조의 호수 Swan Lake

*1995년 11월 9일 새들러스 웰스 시어터  2003·2005·2007·2010년 LG아트센터 내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파워풀하게 재해석하고, 남성 백조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더했다. 초연 당시 아담 쿠퍼(백조), 스콧 앰블러(왕자) 등이 함께했으며, 윌리엄 켐프·사이먼 쿠퍼(백조, 1996년) 등을 거쳐 2018/2019 시즌 투어에는 윌 보우지어와 맥스 웨스트웰이 새로운 백조로 탄생했다. 1996년 TV영상물(연출 피터 멈포드)로 만들어졌고, 2000년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부분에 발레리노로 성장한 빌리(아담 쿠퍼)가 힘차게 도약하는 장면 쓰이며 더욱 유명해졌다. 2011년에는 공연실황을 3D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3D’가 제작됐다. 2002년부터 매진 사례를 이어간 세계 투어를 2018년 업그레이드된 무대·조명·의상과 새로운 캐스트로 다시 시작했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 무용 공연 기록을 갈아치웠고, 토니상 최우수 연출가·최우수 안무가·최우수 남우주연상, 올리비에상 최우수무용공연상 등을 수상했다. 초연 후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데렐라 Cinderella

*1997년 9월 26일 런던 피카딜리 시어터

1940년 런던. 컴컴한 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가득하다. 신데렐라와 RAF 조종사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이별과 재회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동화 속 요정 대모는 흰옷을 입은 남자 천사로 바뀌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작곡된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가 작품 속에 흐르고, 데이비드 린의 영화 ‘밀회’ 속 기차역 배경 또한 3막 마지막 장면에 영감을 주었다. 1999년 안무와 각본, 디자인이 대폭 개정되어 로스앤젤레스 어맨슨 극장에 올랐으며, 2010년 또 한 번의 개작 이후 이듬해 본격적인 유럽 투어에 나섰다. ‘신데렐라’는 2017/2018 시즌 새들러스 웰스 시어터에 다시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세계 투어를 가졌다. 매튜 본은 이 작품을 제2차 세계대전 중 런던 대공습 때 살아남았던 조부모님께 헌정한 바 있다.

카 맨 The Car Man

*2000년 5월 16일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셰드린 편곡을 테리 데이비스가 재편곡한 음악을 기반으로 했다. 영화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접목해 1960년대 미국 중서부의 한 정비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그곳에 나타난 한 남자(루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멈출 수 없는 탐욕과 복수, 배신의 이야기를 그린다. 양성애적 러브신과 격렬한 애정신도 담겨있다. 2000년 초연 이후 2007년과 2015년에 개작되었다. 2001년 영국 TV로 방영되었고, 2015년 8월 새들러스 웰스 시어터 공연을 라이브로 촬영해 이듬해 전 세계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DVD와 블루레이로도 만나볼 수 있다.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2005년 11월 14일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  2006년 7월 LG아트센터 내한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1990)이 무대 위로 재현됐다. 영화의 특수효과 대신 매튜 본만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무대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함으로 가득하다. 독특한 모양의 정원수들이 춤을 추고,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마을 정경이 감탄을 자아내며, 개성 있는 캐릭터로 분한 무용수들의 춤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원작보다 더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가위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초연 전부터 ‘백조의 호수’가 세웠던 매표기록을 모두 경신했으며, 2007년 뉴욕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특별한 공연 경험(Unique Theatrical Experience)’ 부문을 수상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Sleeping Beauty

*2012년 11월 5일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 2016년 6월 LG아트센터 내한

마녀의 저주에 걸려 100년간의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동화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띤다. 청순가련한 오로라 공주는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변했고, 사악한 마녀의 아들은 공주를 사랑하는 청년과 대립한다. 여기에 고딕풍의 화려한 무대와 영원히 죽지 않는 뱀파이어까지 더욱 흥미로운 요소들이 더해졌다.

 

빨간 구두 The Red Shoes

*2016년 11월 21일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하여 1948년 개봉한 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발레 영화 ‘분홍신(The Red Shoes)’을 토대로 재창작됐다. 본의 ‘빨간 구두’는 집착과 소유, 그리고 세계 최고의 댄서를 꿈꾸는 소녀 빅토리아 페이지의 이야기다. 페이지는 춤추기 위해 살지만, 그녀의 야망은 그 열정에 불을 지피는 두 남자 사이의 전쟁터가 된다.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작곡가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가슴 시린 음악이 무대를 이끈다. 2017 올리비에상 2관왕을 비롯해 내셔널 댄스 어워즈와 LA비평가협회에서도 수상했다.

*(별표)는 초연 일시·장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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