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파스칼/릴 내셔널 오케스트라 연주회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한 무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2월 1일 12:00 오전


▲ ©Ugo Ponta

클래식 음악계의 세대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기존 작품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는 매우 급격하면서도 중요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LP와 CD의 시대를 모두 거치고 특정 작품에 대해 자신이 소위 ‘명반’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잣대를 간직한 세대가 떠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잣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여 이 두 세대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해 아무리 뛰어난 연주와 녹음이 존재하더라도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작품은 다시 태어나 사람들에게 박제가 아닌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프랑스와 유럽 음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휘자 막심 파스칼은 바로 이러한 주제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파리고등음악원에서 화성학·음악분석·관현악법을 공부했으며, 음악원 재학 중 ‘르 발콩’이라는 앙상블을 창단했다. 이 앙상블은 매우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유연한 음악 단체로 최근에는 파리 아테네 극장의 상주 앙상블이 되었다.

10월 29일 막심 파스칼은 피에르 불레즈의 ‘브루노 마데르나를 기리는 제의’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지휘했다. 릴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이했는데, 장 클로드 카자드쉬를 잇는 음악감독으로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는 불레즈의 음악에서 받은 감동과 충격으로 불레즈의 작품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불레즈에게 직접 배우기도 했다.

젊은 지휘자로서 불레즈의 작품을 꾸준하게 지휘한다는 것은 분명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날 연주한 그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은 아직은 그가 지휘자로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베를리오즈가 악보에 써놓은 기본적인 뉘앙스조차 오케스트라로부터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많았고, 악기 간의 밸런스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파스칼은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은 채 열정적인 몸짓과 춤추는 듯한 동작으로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곡을 이끌어나갔고,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적어도 땀을 흘리고 호흡하는 지휘자에게는 발전의 여지가 있고, 어쩌면 특정 작품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이 젊은 세대의 음악가들에게는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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