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

손끝에 닿은 러시아 숨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2월 1일 12:00 오전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알렉세이 볼로딘이 금호아트홀 ‘러시안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알렉세이 볼로딘이 금호아트홀 ‘러시안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학창 시절, 러시아 피아니스트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느끼던 때가 있다. 안톤 루빈시테인(1829~1894)부터 드미트리 알렉세예프(1947~)까지 40여 명의 빼곡한 피아니스트 계보를 살펴보며 러시아 음악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었다. 12월 10일, 그 명맥을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Alexei Volodin)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은 1977년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에서 이리나 차클리나와 타티야나 젤리크만을 사사한 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엘리소 비르살라제를 사사했다.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학업을 이어갔으며, 2003년 게저 언더 콩쿠르에서 1위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3/2014 시즌에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베토벤 마라톤’을 가졌고, 2014/2015 시즌에는 마린스키 극장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화려하게 열었다. 현재 스타인웨이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4년 전에 기자는 유튜브에서 볼로딘의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연주 영상을 처음 접했다(그는 2002년 ABC 클래식스를 통해 러시아 발레 모음곡집을 발매한 적이 있다). 그 후에 종종 볼로딘의 음악을 찾아 들었지만, 좀처럼 내한 소식은 접하기 어려웠다. 볼로딘의 첫 내한 공연은 2012년 11월 10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이뤄졌다. 당시 그는 크리스티안 루트비히/광주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이번 내한은 첫 서울 공연이며, 첫 독주회다. 금호아트홀이 1년간 이어온 ‘러시안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볼로딘.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으로 독주회의 막을 열 예정이라고 하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다. ‘호두까기 인형’을 시작으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를 위한 10개의 소품’ Op.12와 피아노 소나타 3번, 메트너 ‘회상 소나타’ Op.38/1 등 러시아 레퍼토리로 1부를 구성했고, 쇼팽 ‘환상 폴로네즈’ Op.61과 슈만 ‘카니발’ Op.9로 2부를 꾸민다. 내한을 앞둔 알렉세이 볼로딘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볼로딘과의 일문일답.

지난 2012년 11월, 크리스티안 루트비히/광주시향과 첫 내한 공연을 했습니다. 두 번째 한국 방문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광주시향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어요. 광주에서 좋은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보냈죠. 이번 내한 공연을 제안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아요.

이번 공연은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을 시작으로 1부는 러시아 작곡가로, 2부는 쇼팽과 슈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네요.

러시아 레퍼토리를 많이 연주하는 편이지만, 어떤 기간에는 아예 안 할 때도 있어요. 그 순간에 느낌이 오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편이거든요. 교향곡, 피아노를 위한 곡, 발레 음악 등 굳이 장르를 분류해 연주하고 싶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려고 애쓸 뿐이죠.

‘러시아 피아니즘’은 클래식 음악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신에게 영감을 준 피아니스트가 있나요?

생각해보니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 길렐스, 플레트뇨프 등 영감 받은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많긴 하네요. 알프레드 코르토,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요세프 호프만에게도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음악가가 자라면서 체득한 문화적 요소는 음악성에 영향을 줄까요?

음악성은 천부적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음악적 기교는 훈련을 통해 계발할 수 있죠. 자라난 환경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수학했고, 2001년 레이크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로 유학을 갔습니다.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음악 교육 환경에서 무슨 차이를 느꼈나요?

레이크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가 이탈리아 음악 교육을 대표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곳은 숙련된 음악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분위기였죠. 반대로 러시아에선 어느 레벨이라도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러시아에서 이리나 차클리나, 타티야나 젤리크만, 엘리소 비르살라제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전해주려고 했어요. 피아니스트로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죠.

2014/2015 시즌, 마린스키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습니다.

모든 연주에 스스로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 마린스키에서 독주와 협연, 앙상블 등 다양한 연주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항상 객석에는 청중이 가득했고, 그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어요. 그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2013/2014 시즌에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마라톤’을 진행했죠. 베토벤 협주곡 다섯 곡을 같은 악단과 함께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베토벤은 협주곡마다 성격이 매우 달라요. 각각의 협주곡은 하나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요. 곡마다 다른 이해를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연주가 끝나는 밤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마린스키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 어떤 레퍼토리도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악단이죠. 그것도 엄청난 수준으로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요.

커리어를 쌓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습니까?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연주 단체에서 재초청을 받아야 하고, 지휘자나 기획자에게 좋은 반응도 얻어야 하고, 훌륭한 매니지먼트도 필요하죠.

음악가로서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연주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2년간 연주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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