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살스 현악 4중주단의 ‘쇼스타코비치 데이’

마라톤 실내악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 단단한 사운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21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실내악 앙상블로 각광받는 카살스 현악 4중주단이 2015년 12월 13일 런던 밀턴 코트에서 ‘쇼스타코비치 데이’를 가졌다. ‘쇼스타코비치 데이’는 바비컨센터가 카살스 현악 4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를 초청해 밀턴코트에서 하루 동안 3회 공연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주요 실내악을 마라톤처럼 조명한 시리즈다. 멜니코프가 24개 전주곡과 푸가를, 카살스 현악 4중주단이 총 15개 현악 4중주곡 가운데 3·5·6·7·8번을 소화했다. 멜니코프는 예루살렘 현악 4중주단과 피아노 5중주를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녹음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같은 레이블 소속의 카살스 현악 4중주단과 연주했다.
 
1997년 마드리드에서 안토넬로 파룰리 문하생들로 결성된 카살스 현악 4중주단은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의 음악과 평화 정신을 계승하는 뜻을 팀명에 담았고, 창단 멤버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000년 런던 현악 4중주 콩쿠르, 2002년 함부르크 브람스 현악 4중주 콩쿠르를 우승하면서 유럽이 주목하는 신진 그룹으로 부상했다. 2004년 아리아가를 시작으로 평균 매년 1장씩, 총 12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하이든-모차르트-슈베르트-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 실내악과 드뷔시·라벨의 인상주의, 투리나·아리아가 같은 스페인 계열을 녹음했는데, 음반에선 무엇보다 성부 사이의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그러나 같은 곡을 실제로 연주할 때는 공간에 맞게 현의 농담을 조절하는 특유의 앙상블로 ‘신선한 해석’이라는 리뷰가 이어졌다.
 
베라 마르티네스와 아벨 토머스가 번갈아가며 제1바이올린 역할을 수행하는데, 보케리니의 현악 4중주에선 아벨 토머스가 바로크 활을 들고 비브라토를 거는 절충적인 어프로치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2년 위그모어홀에서 선보인 슈베르트 초기 현악 4중주곡 시리즈가 ‘인디펜던트’지에 특필된 것이 현재 입지를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이들의 런던 소규모 홀 공연은 매번 만원사례를 이뤘고 이번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2월 13일 오전 11시 공연에서 카살스 현악 4중주단은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6·7번을 연주했다. 6번 1악장에선 1·2바이올린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연주했지만 홀 안에서는 단단하고 여문 사운드로 들릴 만큼 멤버들은 공연장의 어쿠스틱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적응했다. 시종일관 비브라토 없이 주선율을 진행해 쇼스타코비치의 음상들이 깔끔하면서 청결하게 튀어 나왔고, 긴 호흡으로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를 이어 붙여 악기 사이의 공명을 집중해 들을 수 있었다. 7번에선 시종일관 박력으로 밀고 가는 단원들의 주관이, 앞선 6번 해석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같은 날 오후 3시 공연에서 현악 4중주 5번과 피아노 5중주를 공연한 멤버들의 체력은 놀랍게도 저녁 7시 반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현악 4중주 3번이었다. 첼리스트 아르나우 토머스를 앉히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주자는 모두 일어섰다. 하루 종일 공연을 이어가니 연주자와 관객 모두 피로감이 들 법한데 3번에선 보잉의 정렬과 활의 속도가 마치 지휘자에게 새롭게 임무를 부여받은 악장과 수석처럼 생동감 넘치고 정돈됐다. 특히 베라 마르티네스가 보여주는 섬광 같은 테크닉은 앙상블의 기술적 수준을 대변했다. ‘인디펜던트’지는 “완전히 압도한 이벤트”라 평하며 ★★★★★을 준 반면, ‘텔레그래프’지는 “대단한 순간”이라 말했지만 ★★★을 부여했다. 카살스 현악 4중주단은 2016년 3월,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한국에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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