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레 가티/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극적인 만남, 아쉬운 사운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 ©Marco Dos Santos

2016년 가을 시즌부터 마리스 얀손스의 뒤를 이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이하 RCO) 음악감독에 부임하는 다니엘레 가티가 지난 2월 21일,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았다. 베버 ‘오베론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슈만 교향곡 2번으로 프로그램이 준비됐고, 협연은 이탈리아의 중견 로베르토 코미나티가 나섰다.

1961년 밀라노 태생인 가티는 30대 초반 시절부터 영국 팬들에 친숙했다. 1994~1997년 로열 오페라 수석 객원 지휘자에 이어 1996~2009년 로열 필 음악감독을 역임하면서 악단의 중흥을 이끌었다. 전통적으로 남부 유럽의 정서를 보충하길 원하는 영국 악단들은 젊은 이탈리아 지휘자를 우선적으로 감독급에 영입했다. 가티는 아바도(런던 심포니), 무티·시노폴리(필하모니아), 노세다(BBC 필)가 그랬듯, 성장의 디딤판으로 영국 교향악단을 선용했다. 가티는 RCO 계약에 따라 1년간 5주만 외부 악단 객원 지휘가 허락되는데, 2016/2017 가티의 스케줄에 필하모니아는 없다. 암스테르담의 이득이 곧 런던의 손실이 됐다.

영국 태생인 안토니오 파파노(1959년생)나 제노아 출신 파비오 루이지(1959년생)와 오페라 시장의 패권을 다투는 게 흥미롭고, 이탈리아 출신으로는 특별히 바이로이트 페스티벌(2008~2010 ‘파르지팔’)에 진출한 것이 두드러진 성취다.

2014년 10월, 음악계 일반의 예상을 깨고 리카르도 샤이에 이어 이탈리아 출신으로는 두 번째 RCO 감독이 된 이후 가티의 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빈 필은 2012/2013 시즌 성공적으로 브람스 교향곡 사이클을 가티와 마친 후, 이번 시즌 유럽 투어에 그를 중용하고 있다. 재정 위기를 겪는 RCO는 가티의 감독 활동 기간(연 최소 14주), 주급으로 5만 유로(약 6천6백만 원)를 책정했다. 오페라와 후기 낭만, 20세기 음악, 프랑스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이는 가티는 단원과의 대립을 통해 연주력을 고취하는 감독 유형보다는 악단의 전통을 경청하고 우아한 사운드를 뽑아내는 명수로 꼽힌다. 에너지와 생동감 넘치는 다이내믹은 정명훈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가 로열 필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필하모니아와의 조합은 그동안 베르디 ‘레퀴엠’, 말러 교향곡 5번에서 큰 자취를 남겼다. 그렇게 재회까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가티와 필하모니아가 만났다.

아르카디 볼로도스의 급환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대체 연주자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베르토 코미나티는 가티의 강한 추천으로 무대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차분하고 우아한 베토벤 협주곡 3번을 선보였다. 정련된 두 손의 움직임은 실내악에 최적화된 피아니스트의 전형이었고, 피아니스트의 유머를 공감할 공간은 협소했다. 앙코르곡 드뷔시 ‘달빛’에서 그의 장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가티의 슈만 교향곡 2번은 지난 시즌 RCO,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에 이어 이번 시즌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슈만 교항곡 전곡 연주의 연장선이었다. 전체적으로 금관이 뛰어난 필하모니아의 우수한 기능성을 살려 추진력과 강력함이 감돌았다. 세심한 묘사에 따른 로맨틱하고 뜨거운 연주가 아닌, 클라리넷과 비올라, 바순과 첼로의 볼륨을 두텁게 쌓아 사운드의 중후함을 더하는 시도로 고풍스러움을 추구한 것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동시에 연주 효과를 추구하다 결과적으로 말러풍 슈만이 된 건 아닌지 점검도 필요해 보였다. 슈만의 모호한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객원 지휘자와 교향악단 사이의 교감은 음악감독의 그것과는 차이가 선명했다. 이날 공연에 대해 ‘더 타임스’지는 ★★★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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