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5월 1일 12:00 오전

 
 
3월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설익은 해체와 접합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한국의 전통 요소들이 해외 안무가에 의해 새롭게 해체되고, 무용수들이 안무가에 의해 큰 폭으로 변신하는, 독창성과 보편성이 공존한 무대였다.
 
안무가 조세 몽탈보는 영상과 움직임을 한 작품 안에 상존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여타 안무가들과 차별화된 이 접점은 그가 내건 주제인 ‘전통과 현대의 만남’과 함께 시선을 머물게 했다. ‘시간의 나이’는 해외 안무가와의 작업이라는 점,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사업으로 양국의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는 점, 그리고 세계 춤 시장에서 몽탈보가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제작 과정부터 이슈가 될 만했다.
 
몽탈보의 분명한 콘셉트는 독립된 제목을 붙인 3개의 장(시간의 나이, 여행의 추억, 볼레로)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대에서 실현됐다. 주재료는 영상과 춤, 그리고 음악이었다. 영상은 그의 전작 ‘파라다이스’에서만큼 무용수들과 정밀하게 융합되지는 않았지만, 배율을 다르게 하며 춤과 변주시켜나갔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풍광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보편성을 담아냈다.
 
1장은 춤을 통한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포커스를 맞췄다. 오고무·동래학춤·부채춤·살풀이춤 등이 영상과 무용수들의 춤에 의해 큰 폭으로 해체되고 접합됐다. 평상복 차림의 무용수들이 오고무를 추고, 학춤을 응용한 움직임 너머로 수백 마리 학 무리가 영상으로 오버랩됐다. 부채춤은 기존 음악 대신 전자음악이 가세했다. 무용수들에게 모자와 가면을 씌우는 시도,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뛰어다니거나 앞으로 혹은 뒤로 뛰는 영상의 배치, 수평·수직으로 연주하던 오고무를 무용수들이 깔고 두드리도록 한 배열은 안무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2장에서 몽탈보는 잔잔한 메시지와 함께 보편성을 담아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다큐멘터리 ‘휴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영상은 인생, 자연, 폭력, 무질서, 행복, 추억 등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교묘하게 공존하며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조우했다.
 
3장의 포커스는 음악이다. 라벨의 ‘볼레로’가 한국의 전통 유희와 무용수의 목소리로 접합됐다. 익숙한 멜로디와 한국적인 느린 움직임, 신명, 놀이적 요소의 결합은 그 어떤 ‘볼레로’보다 파격적이었다. 동시에 이번 협업의 가장 큰 예술적 성과이기도 했다.
 
무용수 김미애와 장현수는 빼어난 선택이었다. 전통과 현대적 느낌을 유연한 팔의 움직임과 굴신을 통해 빚어낸 김미애의 춤은 무용이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하는 특별한 예술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추임새를 곁들인 장현수의 춤과 놀이는 악가무를 리드하는 현대판 무당이었다. 넓은 무대를 홀로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그녀가 범상한 무용수가 아님을 여실히 드러냈다. 무용수에 의해 안무가의 작품이 빛난 드문 체험이었다.
 
국립무용단은 조세 몽탈보에 의해 새롭게 해체됐다. 무용수들의 역할도, 안무 과정도, 그리고 작품 스타일도. 그러나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았다. 너무 거칠게, 설익은 상태로 놓인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나치게 널브러져 있는 개개 장면이 더욱 세밀하게 조합되고, 그것이 앙상블로 매치돼야 한다. 한마디로 ‘세련된 편집’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넘쳐나는 것을 버리는 작업과 함께 앙상블을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의 확보도 필요해 보인다.
 
사진 국립극장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