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난 3월 23일, 프랑스 리옹 라모홀에서 프랑스의 첼로 신성 에드가 모로와 듀오 리사이틀을 가졌다. 그동안 첼리스트 양성원, 이상 엔더스 등과 여러 차례 첼로‐피아노의 합을 맞춰본 김선욱은 파리와 베를린에서 ‘피아노 포 에투알’ 시리즈를 주관하는 기획자 앙드레 푸르노의 소개로 에드가 모로를 만났고, 두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한 ‘리옹 피아노’ 시리즈 주최로 공연이 성사됐다. 이들의 리옹 공연은 라모홀에서 열리는 ‘리옹 피아노’ 시리즈의 하나로 시즌 라인업엔 마르타 아르헤리치·넬송 프레이리·알렉상드르 타로·베르트랑 샤마유 등 오랫동안 프랑스가 사랑해온 피아니스트들이 쟁쟁하다. 800여 석 공연 티켓이 거의 모두 판매됐다.
첼리스트 에드가 모로는 1994년 파리 태생으로 11세에 토리노 레지오 극장 오케스트라 협연을 시작으로 데뷔한 전형적인 영재다. 소년 시절부터 아너 빌스마, 미클로시 페레니·다비드 게링가스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주목받았고, 파리 음악원에서 필립 뮐러를 사사했다. 2009년 파리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에 이어 2위에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게르기예프, 두다멜과의 공연을 통해 프랑스 밖에서의 인지도도 높아졌고 기돈 크레머, 유리 바슈메트, 르노 카퓌송과 실내악을 함께 하면서 실내악 주자로서 위상을 높였다. 2012년과 2015년 일본 공연을 가졌고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타이완 투어를 함께 했지만 아직 내한 기록은 없으며, 2014년부터 에라토 레이블의 전속 아티스트다. 프랑스판 그래미상으로 분류되는 ‘음악의 승리’(Victoires de La Musique)상에서 2013·2015년, 신인상과 최우수 솔리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프랑스 최고 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의 호연이 최근 연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동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2번을 시작으로 카사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 슈만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환상소곡,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2개의 랩소디와 첼로 소나타 1번으로 구성됐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과 첼로-피아노 독주곡이 적절히 배분된 듀오 리사이틀 형태였다. 카사도 무반주 모음곡 연주 도중 모로의 첼로 줄이 끊기는 바람에, 감자기 김선욱이 등장해 피아노 독주를 시작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카사도의 독주에서 모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초절 기교를 펼쳐나가는 자신감이 압권이었다. 마치 건반 악기를 누르듯 지판을 또렷하게 짚어내는 특유의 어택과 절묘한 활의 압력 컨트롤이 어우러져 첼로 특유의 따뜻한 공간감이 라모홀을 감싸 안았다.
김선욱과 함께한 브람스와 슈만 듀오에서의 다채로운 뉘앙스는 프랑스의 기획자들과 평론가들을 사로잡은 매력을 추측케 했다. 전달하려는 정보량에 비해 시적 낭만이 함께 현에 깃들었는지 되돌아볼 부분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피아노와 하모니를 이루려는 활력이 공연을 지배했다. 김선욱과는 4월 18일 파리 필하모니에서 듀오를, 6월 8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트리오와 4중주 무대를 함께 갖는 등 모로의 향후 실내악 활동에 중요한 동반자로서 김선욱과의 활발한 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