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앤 아서 베어’ 사장 스티븐 스미스

결국엔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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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6일 12:01 오전

ARTS & LIFE

음악과 음악, 사람과 사람을 악기로 이어주며 그들의 진정한 소리를 밝히는 부부를 만나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야니너 얀선·율리아 피셔·핀커스 주커만·예후디 메뉴인·나단 밀스틴·아이작 스턴,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요요마, 재클린 뒤프레·미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등 수많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존 앤 아서 베어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이자 생명인 악기와 만났다. 그들의 이름은 곧 기업 신뢰도의 척도가 됐다.

1892년에 설립된 존 앤 아서 베어 사(J & A Beare, 이하 베어 사)는 영국의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현악기 딜러이자 감정·수리·보수와 복원 사업을 전문으로 기업이다. 1998년 모리스 앤 스미스 사(Morris & Smith)와 합병하며 세계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했고, 2008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더 퀸스 어워드’ 기업상을 받았다. 영국 음악가 왕립협회로부터 명예 고문으로 위촉되는 영예도 안았다. 2013년에는 과르네리 델 제수가 제작한 바이올린 ‘비외탕’을 판매하며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2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수집하고 터득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베어 사의 중심에는 ‘모리스 앤 스미스’의 장본인인 사이먼 모리스와 스티븐 스미스가 있다.

둘의 안정적인 운영 방침에 따라 베어 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기들을 사고팔며 음악가들의 ‘지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망한 젊은 연주자들의 활동을 도우며 그들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바깥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기업을 이끌어 나간다면, 스미스 사장의 아내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은 2011년 설립된 베어 소사이어티를 통해 연주자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며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제2의 안네 조피 무터’로 불리며 이른 나이 국제무대에 섰던 김소옥은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 홀연히 무대를 떠났다. 그러나 그녀는 젊은 연주자와 후원자를 연결, 악기 대여 및 연주 지원은 물론 유수의 콩쿠르와 페스티벌 등 연주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흔쾌히 다가가 음악가들을 도우며 음악을 향한 사랑을 소신껏 이어나가고 있다. 다음은 스티븐 스미스 사장과 나눈 대화.

 

존 앤 베어 사와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나는 음악가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악기 딜러였고, 어머니는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누나는 지금까지도 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나 역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악기에 둘러싸여 자랐을 뿐만 아니라 딜러의 업무도 익숙하게 보고 자랐다. 그러던 중 내 안에서 두 가지 일이 뒤엉키도록 두고 싶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딜러의 길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파트너인 사이먼 모리스와 만나 ‘모리스 앤 스미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함께 활동했다. 3년 뒤 베어 사로부터 합병 제안을 받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딜러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물론이다. 연주자들은 항상 더 나은 악기, 더 좋은 악기를 필요로 한다. 내가 연주자이기도 했고, 많은 음악가를 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무리 세계적인 명기라 하더라도 연주자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연주자를 통해 빛을 보는 악기들도 많다. 매우 주관적이고 섬세한 감각이지만,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 연주자가 좋아할만한 악기가 떠오른다거나 심지어 악기를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내가 하는 일은 악기와 사람을 잇고, 그들의 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내 소개로 악기를 바꾼 후 달라진 소리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다. 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자 보람이다.

악기가 연주자와 연결되는 과정이 궁금한데.

대부분 개인적으로 악기를 들고 오는데, 판매나 대여를 원하는 이들이 찾아오면 먼저 악기에 대한 감정을 거치게 된다. 복원·수리를 통해 더 좋은 악기로 발돋움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반려된 악기는 경매에 부친다. 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악기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러는 동안 악기와 잘 맞을 것 같은 연주자를 찾아 나서고, 연주자들은 자유롭게 찾아와서 악기를 살펴볼 수 있다.

좋은 악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악기의 역사와 더불어 모든 부분을 면밀히 살피려 한다. 그러나 소리가 최우선은 아니다. 소리는 수리를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출 뿐이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맡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진다.

수많은 저명한 음악가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오랜 기간 신뢰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악기의 가치를 검증해내는 전문성과 서비스의 질, 그리고 음악가들의 재능과 요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들과의 훌륭한 소통 능력은 물론이고. 사실 말은 쉬운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우리는 넓고 멀리 보려 애쓰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더 넓게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에 최근에는 홍콩에서 베어 사만의 프리미엄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시작한 지는 10여 년이 넘었지만,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많은 후원기업과 재단, 은행, 또 개인과 교류하며 범국제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확장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회사의 체계가 잡혀 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는 한국과 홍콩을 넘어 아시아 전반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콩쿠르와 페스티벌에 후원사를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음악가를 발굴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어리고 유망할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악기값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악기를 빌려주고, 적합한 악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자와 후원자를 찾아준다. 이 모든 과정은 진심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투자라는 명목하에 목적이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뿐만 아니라 고객도 신중히 임해야 한다.

2001년부터 한국과 활발한 교류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50년 전쯤 한국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거나 검증되지 않은 악기들이 대량 수입됐다. 당시 한국의 음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좋은 악기들이 유통될 수 있길 바랐다. 사회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의 시장을 개척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 2001년 한국에서의 사업을 시작했다.

아시아로의 개척이라 함은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있는 수많은 딜러의 요청에 의해 두 번 정도 중국을 다녀왔다. 지금까지는 크게 연을 맺지 못했는데, 중국이 굉장히 흥미로운 시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3~4천만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미래의 거장으로 자라나는 수많은 이들이 있을 테고, 10년 내로 굉장히 큰 시장으로 성장할 거다. 우리 같은 이들에게 중국만큼 흥미롭고 훌륭한 기회는 없다.

새로 계획 중인 사업이 있나?

최근 힐 앤 손스 사(W.E. Hill and Sons)의 인수에 성공했다. 1992년에 운영을 멈춘 회사이지만, 그들이 지닌 역사는 매우 귀중하고 또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큰 딜러 사였던 만큼 그들이 지닌 고서적들, 귀한 기록자료, 창사 이래로의 모든 악기 판매 기록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힐 앤 손스에서 일하던 최고의 전문가들이 우리와 연을 맺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우리는 그들을 주축으로 악기 제작과 수리를 비롯해 활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세계에서 제일가는 회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 사업을 꾸려나갈 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을 중요시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악기를 돌보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연결해주는 일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최근 음악계에 일어나는 일들과 음악 시장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꿰뚫어 보는 것. 음악가들을 위해 유용한 지원과 훌륭한 질의 악기를 제공하는 것. 마지막으로 온 진심을 다해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이 목표라 하겠다.

 

정원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

 

베어 소사이어티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

안녕하세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입니다. 한 10년 만인가요? 사실 건강상의 문제로 오래전에 무대를 떠났어요. 활동을 재개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엔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무대에 서며 음악에 대한 갈망을 풀곤 한답니다. 그마저도 건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저는 베어 소사이어티를 통해 더 많은 음악가들이 좋은 악기로 무대에 서고, 좋은 소리로 연주에 임할 수 있게 도우며 악기 소유자들이 연주자에게 그들의 보물을 내어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당장 앞둔 무대를 위해 악기가 필요한 경우, 수리에 의해 대체 악기가 필요한 경우, 또 콩쿠르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악기가 필요한 경우와 같이 연주자가 겪을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 어떤 상황에도 원활히 대처할 수 있도록 악기를 단기 대여해주기도 하고요.

마음 같아선 의뢰해오는 모든 연주자를 돕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아요. 악기와 연주자 간에도 사람처럼 궁합이라는 게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스티븐은 그런 면에 있어 굉장히 섬세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어서 악기와 연주자의 매칭률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궁합이 맞는 악기를 만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 어떻게 해서든 연결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연주자를 위해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남편이 난처해하긴 하지만요.(웃음)

최근,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씨를 만나며 어린 친구들을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절감했습니다. 앞으로는 베어 소사이어티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의 앞날을 밝혀줄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될 예정이에요. 언젠가 다시 한국 무대에서 뵐 날이 오겠죠? 그때를 기다리며, 존 앤 베어 사의 앞날과 베어 소사이어티의 활약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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