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킴 카쉬카쉬안

Kim Kashkas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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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6일 12:01 오전

The Great Mentor_6
클래식 음악계를 뜨겁게 달군 젊은 음악가들의 스승을 만나다

삶의 모든 측면을 바라보다

©Steve Riskind

‘음악’이 ‘음식’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음악가의 생각이 실제 모습으로 눈앞에 그려졌다. 2010년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된 ‘뮤직 포 푸드(Music for Food, 이하 MFF).’ 음악 전공자들이 공연 수익 전부를 기부하는 재능 기부 콘서트를 주최하는 비영리단체로, 지금까지 130명 이상의 음악인과 단체가 동참했고, 세계 각지의 구호단체를 통해 50만 끼 이상의 식사를 지원했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는 MMF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비올리스트 킴 카쉬카쉬안이 있다.

아르메니안 혈통의 미국인 비올리스트인 킴 카쉬카쉬안(b.1952)은 어린 시절에 다닌 사립학교에서 아홉 살에 처음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내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비올라의 풍부한 음색에 빠진 그녀는 인터라켄 예술 아카데미를 거쳐 피바디 음악원과 뉴 스쿨 오브 뮤직 필라델피아(New School of Music Philadelphia)에서 카렌 터틀과 월터 트렘플러를 사사하며 비올라 공부를 이어갔다. 리오넬 비올라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은 후 곧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독주자와 실내악 주자로서 명성을 쌓았고, 도이치 그라모폰·ECM 등 유명 음반사를 통해 30장이 훌쩍 넘는 앨범을 냈다. 그중 크루탁과 리게티의 솔로 작품을 담은 ‘비올라를 위한 음악(Music for Viola)’(ECM)은 2012년 그래미 어워드 클래식 음악 솔로 부문 최고 음반상을, 브람스 소나타 앨범(ECM)으로 에디슨 상을(1999년), 버르토크·외트뵈시 협주곡 음반(ECM)으로 칸 클래식 어워드 프리미어 레코딩 부문(2001년)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존경받는 스승으로

킴 카쉬카쉬안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스승으로서의 삶이다. 22세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헨릭 쉐퍼(Henrik Schaefer)를 비롯해 체헤트마이어 콰르텟의 창단 멤버인 루트 킬리우스(Ruth Killius), 한국의 이한나 등 그녀의 가르침을 받은 수많은 제자들이 현재 연주자이자 스승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킴 카쉬카쉬안은 필라델피아 아카데미, 미국 인디애나 음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와 프라이부르크 음악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비올리스트 이한나와의 만남도 바로 이곳에서 이뤄졌다. 세계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과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멤버이자 여러 예술학교에서 후학양성을 하는 이한나는 동시대 젊은 비올리스트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이다.

음악, 그리고 삶의 모든 면에서 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준 킴 카쉬카쉬안. 그녀의 이야기로 명교수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많은 학생을 만나고 가르치며 갖게 된 교육적 철학이 있는가.

음악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테크닉을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람 몸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균형 있는 움직임을 알아가는 것은 일생의 과정일 것이다.

학생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탐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다. 음악적 언어와 스타일을 이해하고, 프레이즈의 균형과 구조, 그리고 캐릭터와 색깔을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평생의 작업이다. 이는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멘토의 역할은 제자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탐구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을 키워주는 것이다.

스승이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인상적이다. 당신에게도 월터 트렘플러, 카렌 터틀과 같은 훌륭한 스승이 있었는데.

두 분 모두 함께 공부하고 싶은 멘토들이었고, 그들을 따라 학교를 선택했다. 트렘플러 선생님은 많은 예시를 통해 가르침을 주셨다. 그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가르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카렌 터틀 선생님은 항상 자연스러운 것을 강조하셨다. 악기를 연주하고 소리를 만드는 것은 마음속 표현 욕구에서부터 시작된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제스처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미국 인디애나 음대,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악원과 베를린 국립음대의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앞서 경험했던 학교와 시스템이나 학생 등에 있어 크게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가?

모두 매우 훌륭한 학교다. 독일 학생들이 지닌 장점은 굉장히 낮은 학비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빨리 졸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더욱 폭넓은 시선과 방식으로 공부한다. 반면에 미국 학생들이 지닌 빨리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음악을 공부하는 데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실내악 연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수많은 학생을 만나왔다. 주로 어떤 학생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내 스튜디오로 데려올 것이다. 상상력 또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한국인 제자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이한나 이후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제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내 학생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 우리는 모두 음악 안에서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스튜디오에 있는 한국 학생은 박하늘 단 한 명이다. 한나의 제자이기도 한 하늘이는 내가 찾던 아주 멋지고 개성 있는 소리를 지녔다.

여러 제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가?

수많은 해를 거듭하며 물론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이야기만 하자면, 캐럴 로드랜드(Carol Rodland), 루트 킬리우스(Ruth Killius), 디미트리 무라스(Dimitri Murrath), 에마뉘엘레 라이터(Emmanuelle Reiter)가 생각난다. 이들 모두 대단한 예술성을 지녔으며 훌륭한 스승으로 성장했다. 매우 자랑스럽다.(웃음)

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면.

만약 지금 네가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오페라였다면, 어떤 가사이고, 누가 노래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학생들에게 항상 묻는 말이다.

 

더 넒은 시선으로

©Petra Goldmann

스튜디오 클래스나 레슨을 할 때 학생들과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지 궁금하다. 최근 나누었던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항상 철학과 과학, 시각예술과 무대예술, 그리고 사회 안에서 활동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내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음악가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린 학생들이 음악적인 기술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젊은이는 자신이 세계 어느 곳에 속할 것인지 찾아야만 한다. 이 고민은 이미 십 대라는 어린 나이부터 시작될 것이지만, 계속해서 가져가야 하는 고민이고, 절대로 끝나지 않을 고민이기도 하다.

당신은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 왔다. 연주자이자 제자를 키우는 스승으로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며 어떤 고민을 했을지 궁금하다.

연주자들 앞에는 항상 많은 도전이 놓여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무대 위에서 ‘외향적’인 연주자가 되는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여행 중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것, 예술적인 선택에 있어 자신의 선택에 솔직해지는 것과 비평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넘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교육자로서는 반드시 악기를 다루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예술성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기교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그리고 각양각색의 개성과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 어떻게 공감하고 세심하게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해왔다.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주자이자 예술가로 남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랑받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주자가 자신의 진실한 이야기와 마음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의 연주를 듣게 될 것이다.

비올라 연주자들은 다른 악기들에 비해 실내악 연주의 경험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 같다. 라이브 연주와 음반으로 많은 실내악 연주를 이어오고 있는데, 다른 연주자와 함께 호흡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떤 점이 중요한가.

연주자로서 실내악에서 나오는 힘과 친밀한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너무나 큰 기쁨이다. 이 장르가 가진 레퍼토리 또한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내악 연주자들은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반응하는 것에 대한 테크닉을 반드시 발전시켜야 한다. 자기 자신의 연주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음악에 대한 다른 음악가들의 생각도 함께 충족시켜나갈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모습이 실내악으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6월 16일 한국에서 ‘뮤직 포 푸드’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이 단체의 창립 멤버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뮤직 포 푸드’의 목표는 첫 번째로 굶주림에 대한 침묵의 문제를 지역 사회의 공동된 인식으로 창출하고, 관객에게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음악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MFF가 그동안 어떤 나라에서 공연을 개최해왔고, 얼마나 많은 음악가가 함께 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뉴욕과 신시네티·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보스턴에서 콘서트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고, 이 외에도 많은 장소에서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과 스웨덴·타이완,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개최했다.

음악 전공자라면 누구나 MFF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인가?

종종 주변 동료들을 통해서, 혹은 웹사이트(musicforfood.net)를 통해 MFF에 관해 전해 듣고는 함께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문의를 해온다. 음악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공연을 통해 모아진 수익금 100퍼센트를 푸드 뱅크(Food Bank)에 기부하고, 음악가들이 재능 기부로 연주해줄 수 있다면 MFF와 함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궁금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삶의 모든 측면에서,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훌륭한 멘토들로부터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라 기자

이한나가 전하는 나의 스승, 킴 카쉬카쉬안

킴 카쉬카쉬안과 이한나

첫 만남 킴 선생님의 음반을 많이 듣고 공부했다. 연주자로서 너무나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는 건 내게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뉴잉글랜드 음악원 오디션을 보고 선생님 스튜디오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꿈을 이룬 것처럼 너무나 기뻤다.

특별한 기억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이 있다. 엄마같이 너무나도 따뜻한 분이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자신의 집에 와서 살라고도 말씀해주셨고(물론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가지는 않았다), 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게 되었을 때는 내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드레스도 주셨다(죄송하게도 엄마가 만들어주신 드레스를 입게 되었지만). 방학 때 한국에 있는 내게 연습곡 한 페이지를 복사해서 우편으로 보내주신 적도 있다. 매 순간 감동을 주셨기 때문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면 눈물을 많이 글썽거렸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많이 강조하셨다. ‘뮤직 포 푸드’ 공연이 한 예이다.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목적이 공연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연주 티켓을 사는 대신 오래 보존 가능한 음식이나 돈을 기부하면, 그 수익금이 푸드 뱅크로 보내져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공연에서 선생님이 들려주신 음악과 이야기들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도 훌륭한 음악가가 되어서 좋은 음악을 하고, 또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라는 목표를 만들어 주셨다.

내가 기억하는 스승의 모습 킴 선생님은 천재적인 분이다. 엄청난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스승으로서 학생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말과 시범으로 아주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주신다. 너무나도 정확하셔서 레슨 때면 항상 긴장했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선생님은 매우 따뜻한 스승이셨다. 미국 유학 시절 악기나 생활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 모든 부분을 항상 신경 써주시고 따뜻하게 감싸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다짐했다. ‘나도 선생님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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