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WORLD HOT 세계 무대를 뜨겁게 달구는 예술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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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9월 10일 10:21 오전

 뉴욕을 가득 채운 화제의 무대

세계의 심장, 뉴욕 한복판에서 만나는 축제의 현장

음악감독 루이 랑그리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Richard Termin

뉴욕 필하모닉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6월 중순에 시민들을 위한 파크 콘서트를 펼친다. 맨해튼의 심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 북쪽의 브롱크스, 동쪽의 퀸스, 남쪽의 브루클린, 서쪽의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무료로 열리는 이 연주는 뉴욕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공연에 이어 해외 투어와 콜로라도의 ‘브라보 배일(Bravo Vail) 페스티벌’의 상주 악단으로 참여하며 다음 시즌을 위한 숨 고르기를 갖는다. 뉴욕 필하모닉이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 홀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바로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MMF)이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무대에는 예술의전당의 합창석처럼 계단형 관객석이 설치된다. 그리고 기존의 객석 위를 덮어 무대로 사용할 공간을 만든다. 새롭게 탄생한 무대의 좌우 끝으로도 관객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객석과 한층 가까워진 무대는 청중에 의해 둘러싸이는 친밀한 환경이 된다. 익숙한 장소에 들어선 순간 느껴지는 이러한 변화가 주는 새로움은 MMF의 큰 플러스 요소이다.

MMF는 링컨센터가 주관하는 20여 개의 기획공연 시리즈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올해는 총 29개의 프로그램, 49회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열렸는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시리즈, 리사이틀과 같은 콘서트 중심의 행사뿐만 아니라, 무용·연극·강연 및 세미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재작년 타계한 일본 현대 연출의 거장 유키 니나가와의 ‘맥베스’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2010년과 2015년에 연출작 ‘해변의 카프카’와 ‘무사시’로 초청될 만큼 링컨센터가 사랑한 인물이다. 또한 ‘맥베스’ 외에도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공로로 영국 왕실의 훈장을 받았다.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미사’ 공연 ©Louis Langree twitter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페스티벌의 중추 역할을 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올해 16회의 공연을 했다. 바흐부터 존 애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로 무대가 꾸며졌다. 우선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미사(Mass)’를 무대에 올렸다. 이 곡은 번스타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작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음악적·철학적·윤리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1971년 케네디 센터 개관 기념으로 초연된 이후 최근의 공연까지 평가가 엇갈린다. 번스타인은 로마 가톨릭 미사 형식 위에 재즈·록·블루스, 그리고 팝의 요소를 가미시켰다. 여기에 두 개의 합창단·어린이 합창단·마칭 밴드·록 밴드, 그리고 전문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특수 조명과 음향장치, 그리고 무대에서 연기를 동반하는 극적 요소까지 단순히 ‘미사’라는 제목만으로는 실제 작품을 짐작하기 어렵다. 제목과 구성이 미사일지언정, 형태나 음악은 그렇지 않은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뮤지컬이나 오페라였다면 어땠을까.

이 곡에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용 때문이다. 깊은 신앙적 고뇌를 겪는 주교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이 작품은 내용 대부분이 신을 조롱하고 쾌락을 찬미한다. 번스타인은 이를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사람들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번 프로덕션은 두다멜의 LA 필하모닉에 의해 연주된 직후 뉴욕으로 건너왔다. 특히 연극적인 요소들이 강화되었고, 주요 배역들의 활동 폭이 넓어 무대 전체를 사용하도록 연출되었는데, ‘뉴욕타임스’는 리뷰 제목에서부터 ‘최악’이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냉혹한 평가를 했다.

 

화제의 무대를 선사하다

작년 페스티벌의 최고 화제는 스티븐 이설리스와 함께 브람스 2중 협주곡을 연주했던 조슈아 벨의 연주였다. 올해에는 그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고 돌아왔다. 같은 장소, 같은 악단, 그리고 비슷한 스타일의 독일 정통 작품이니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전혀 달랐다. 독주 바이올린은 예리했고, 소리는 홀 구석구석까지 명료하게 뻗어갔다. 큰 소리를 내기 위해 활을 무리하게 누르거나 짜내지도 않았다. 조슈아 벨은 자신의 방식대로 게임을 풀어나갔고, 다행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정확하고 청명한 울림이 그대로 전달되며 인상적인 연주를 펼쳤다.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가 모차르트 협주곡 17번을 연주했던 공연은 사실 독주자가 아닌 음악감독 루이 랑그리(Louis Langrée)의 프로그래밍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프렌치-아메리칸’이라는 주제답게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를 모티브로 한 번스타인의 오페레타 ‘캔디드’ 서곡과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처음과 마지막에 두고, 그 사이에 두 곡의 모차르트를 배치했다. 피아노 협주곡에 이어 2부 첫 곡으로 연주된 ‘아다지오와 론도’는 글라스 하모니카라는 생소한 악기와 플루트·오보에·비올라, 그리고 첼로가 등장하는 실내악 작품이다. 이 곡은 유명 발명가이자 초대 프랑스 대사로 파리에서 생활했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개발한 글라스 하모니카가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로, 모차르트가 죽기 7개월 전 작곡되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악기와의 만남이 특별했다.

2016년부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수석 플루트 주자로 선임된 최나경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첫 연주였던 번스타인 미사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플루트 솔로 부분은 어두운 홀에서 핀 조명에 의지해 플루티스트가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와 홀로 연주하도록 연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베토벤 교향곡 1번을 연주한 콘서트에 참석했던 작곡가 패트릭 짐멀리(Patrick Zimmerli)는 그녀의 연주에 대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최상품의 보석을 보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최나경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의 연주자로 등장해 갈채를 받았던 7월 27일 연주 당일에는 맨해튼에는 폭우가 내렸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음악회를 찾는 관객이 많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페스티벌 동안 거의 모든 연주에서 빈자리를 찾기란 어려웠다. 아름다운 자연으로 한가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름, 세계의 심장이라는 뉴욕 한복판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역발상이 만들어 낸 보물이다. 5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보물을 일궈낸 뉴요커들의 유별난 사랑이 참으로 부럽다. 김동민(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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