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클라호마’의 두 앨범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 또는 컨트리풍의 편곡으로 다채롭게 즐기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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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9월 2일 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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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 vs 리바이벌 프로덕션 앨범

동일한 대본과 넘버를 사용하는 같은 작품이지만 초연과는 다른 연출과 디자인으로 완성되는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는 음악 또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영원한 클래식 ‘오클라호마(Oklahoma!)’는 1943년 초연 이후 76년이라는 긴 세월만큼 여러 차례 리바이벌되며 다양한 변주를 선사해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끌다

‘오클라호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적인 창작 듀오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1929년 이후 1930년대 초중반까지 미국은 대공황 시대의 침체기를 겪어내야 했고, 1939년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야기했다. 전쟁 말기인 194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오클라호마’는 린 리그스의 1931년 희곡 ‘라일락은 초록으로 자라고(Green Grow the Lilacs)’를 원작으로 창작됐다. 해머스타인의 탄탄한 대본과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로저스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5년 넘게 공연되었으며, 뮤지컬로서는 두 번째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후 브로드웨이는 물론 웨스트엔드에서도 여러 차례 리바이벌되었고, 1955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단순한 뮤지컬코미디가 아니라 시대적 문제를 근간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작품은 드라마와 음악, 춤과 연출의 유기적인 결합을 효과적으로 선보이며 뮤지컬 장르의 진일보를 이끌었다. 이후 ‘회전목마(Carousel)’ ‘남태평양(South Pacific)’ ‘왕과 나(The King and I)’ ‘신데렐라(Cinderella)’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등으로 이어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황금기의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의 배경은 현재의 오클라호마 주가 되기 전, 1906년 인디언 영토인 작은 시골 마을 클래모어다. 시골 소녀 로리 윌리엄스와 그녀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에너지 넘치는 카우보이 컬리 맥레인, 우울하고 어두운 농장 일꾼 저드 프라이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서브 텍스트로 또 다른 카우보이 윌 파커와 그의 약혼자 아도 애니, 장사꾼 알리 하킴이 그려내는 코믹한 삼각관계도 함께 전개된다. 얼핏 보기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로리와 컬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저드는 로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자 마을을 겉도는 불길한 신호로 등장하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결국 로리와 컬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는데, 두 사람의 결혼식에 나타난 저드는 컬리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컬리를 무죄로 선언하며 둘의 결혼식을 이어가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희망적인 메시지 이면에 어둡고 비극적인 요소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오클라호마’는 각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넘버로도 크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로리를 향한 컬리의 설레는 감정이 경쾌하게 묻어나는 ‘오, 아름다운 아침(Oh, what a beautiful morning)’은 오프닝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서정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넘버로 컬리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곡이자 극을 관통하는 넘버다. 로리에게 구애하며 컬리가 부르는 ‘지붕에 장식이 달린 마차(The surrey with the fringe on top)’ 또한 로맨틱한 가사와 함께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어지는 대표곡으로 꼽힌다.

듀엣곡인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People will say we’re in love)’는 로리를 향한 컬리의 청혼곡으로, 인물의 감정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로저스와 해머스타인만의 감성적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윌 파커가 등장하며 부르는 ‘캔자스 시티(Kansas City)’, 이성에 대한 애니의 호기심이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요(I can’t say no)’ 등도 극의 경쾌한 매력을 한껏 선사하며 관객의 몸을 들썩이게 한다.

특히 로리와 컬리의 결혼식장에서 부르는 ‘오클라호마’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닌 이 작품의 주제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 넘버로,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곡이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음악은 서정적인 동시에 대화체로 구성되는 특징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형식은 각 캐릭터의 성격을 자연스레 드러내며 서사의 진행을 돕는다.

브로드웨이 초연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1943년 데카 레이블로 발매됐는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가 녹음한 첫 번째 음반으로 기록됐다. 당시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앨범의 성공을 계기로 배우들은 다시 한번 스튜디오에 모여 추가 녹음을 진행했고, 1949년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초연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초연 75주년 기념 음반으로 새롭게 정비되어 지난해 CD로 재출시됐다. 초연을 그리워하던 많은 관객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한 고전

세인트 앤스 웨어하우스 공연사진 ©little fang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오클라호마’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새로운 프로덕션을 선보여왔다. 1947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한 데 이어, 첫 번째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1951년 시어터 길드(Theatre Guild)가 제작했으며, 1953년에는 10주년을 기념해 뉴욕시티센터에서 짧게 공연되기도 했다. 이후 1979년에는 오스카 해머스타인의 아들인 윌리엄 해머스타인이 연출한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였으며, 1980년에는 런던에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또 다른 프로덕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1988년에는 영국의 내셔널 시어터가 트레버 넌의 연출로 새로운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선보였는데, 휴 잭맨이 컬리 역으로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으며 이후 이 버전은 2002년 브로드웨이로 옮겨와 다시 공연되었다. 그리고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프로덕션은 ‘오클라호마’의 75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된 새로운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2018년 브루클린의 세인트 앤스 웨어하우스(St. Ann’s Warehouse)에 공연됐던 작품이 올해 브로드웨이로 옮겨와 재개막한 것이다. 전작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일부 관객들이 경매 파티의 참석자로 무대에 앉아 극을 관람하는 이머시브(Immersive) 형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극의 해석과 연출에 있어서도 실험적인 시도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신선한 만큼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세인트 앤스 웨어하우스 공연사진 ©little fang

새로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음악적인 해석에서도 큰 변화를 보여준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을 선보였다면, 이번 프로덕션은 7명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밴드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며 컨트리풍의 편곡을 더해 경쾌하면서도 진솔한 시골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오프닝 넘버인 ‘오 아름다운 아침’은 인물들의 감정을 보다 격정적으로 담아내며 서사의 복선 역할을 담당하는데, 피로 물든 로리와 컬리의 결혼식에서 반복되는 부분은 불편하고 기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번 프로덕션은 2019 토니 어워즈에서 베스트 리바이벌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과 가장 최근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앨범을 비교하며 듣는다면 새롭고 신선한 ‘오클라호마’의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이달의 추천 음반

❶ 뮤지컬 ‘오클라호마’(2018)

조안 로버츠(로리 윌리엄스)/앨프리드 드레이크(컬리 맥레인)/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극작)/리처드 로저스(작곡)

VERVE REISSUES B07D5B7NTT

❷ 뮤지컬 ‘오클라호마’(2019)

레베카 나오미 존스(로리 윌리엄스)/데이먼 던노(컬리 맥레인)/다니엘 피쉬(연출)/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극작)/리처드 로저스(작곡)

VERVE DECCA BROADWAY B07SGGZFCK43 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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