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이달의 신보
프루스트가 사랑한 음악
프루스트, 1907년 7월 1일의 콘서트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바이올린)/탕기 드 빌리앙쿠르(피아노)
Harmonia Mundi HMM902508
“가느다랗고 끈질기고 조밀하며 곡을 끌어가는 바이올린의 가냘픈 선율 아래서, 갑자기 피아노의 거대한 물결이 출렁거리며 마치 달빛에 홀려 반음을 내린 연보라빛 물결처럼, 다양한 형태로 분리되지 않은 채 잔잔하게 부딪치며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는 현대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저술하는 방식은 세계 문학사 흐름을 뒤바꿨다. 그는 여러 소설을 내놓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가장 유명하다. 이전의 장·단편소설은 이 작품을 위한 준비작이었다고 여겨진다. 말년의 프루스트는 관절염으로 목과 양손을 쓰지 못하게 되어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1922년 파리 자택에서 별세했다. 죽기 직전에도 원고를 고치다가 숨을 거뒀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듣는 음은 그 높이와 장단에 따라 우리 눈앞에 있는 다양한 차원의 표면을 감싸고 아라베스크 무늬를 그리며 우리에게 넓이,미묘함, 안정감, 변화에 대한 감각을 주려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청년 프루스트는 창의적 사고를 위해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1845~1924)와 레날도 안(1874~1947)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특히 포레의 음악은 프루스트가 인간의 속사정을 정밀하게 그린 7권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읽다보면 소리가 되어 다가오는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다.
“스완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 공기와도 같은 향기로운 악절이, 마치 그것을 품고 있던 포란기의 신비로움을 감추려는 듯, 음의 장막처럼 길게 뻗은 음향 밑에서 빠져나와 은밀하게 속삭이며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07년 7월 1일, 프루스트는 ‘르 피가로’의 편집장 가스통 칼메트를 위해 저녁 식사를 접대했다. 상류층 후원자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서 포레가 직접 연주를 선보이도록 준비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급하게 수정된 곡목이 본 음반에 담겼다. 죽음과 연관된 바그너의 ‘이졸데의 사랑과 죽음’이 수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레날도 안의 ‘클로리스에게’,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녹턴 6번,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등 프루스트가 즐겨듣던 음악으로 구성됐다.
글 장혜선
폴란드 음악 속으로
엘스너 현악 4중주곡집
미코와이 즈구우카(제1바이올린)/
즈비그니에프 필흐(제2바이올린)/
도미니크 뎅프스키(비올라)/
야로스와프 티엘(첼로) ACCORD ACD279
무지카 리베라 – 펜데레츠키·루토스와프스키 외
마르친 다닐렙스키(바이올린)/
그제고시 비에가스(피아노)
ACCORD ACD283
한 평론가는 폴란드의 음악을 ‘음악적 성명’이라고 정의했다. 소수 민족 국가로서 독립을 향한 열망과 애국심을 음악으로 부르짖었다는 것이다. 낭만적 민족주의를 고수한 쇼팽의 스승, 유제프 엘스너의 폴란드 고전 음악과 펜데레츠키·루토스와프스키·메이어·나브라틸로 이어지는 20세기 폴란드 현대음악 앨범이 나란히 발매됐다.
유제프 엘스너(1769~1854)는 민속음악을 활용한 폴란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작품1’로 표기된 3곡의 현악 4중주는 20대 때의 작품으로 1798년에 빈에서 출판됐다. 폴란드의 민속춤인 폴로네이즈가 들어있으며, ‘가장 좋은 폴란드의 취향’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전체적으로는 고전 양식에 충실하다. 시대악기 연주, 세계 최초 녹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20세기 폴란드 작곡가들의 작품집에선 자유를 향한 열망이 느껴진다. 펜데레츠키(1933~2020) 소나타 1번과 루토스와프스키(1913~1994)의 ‘수비토’가 거칠고 모진 현실을 현대적인 연주 양식으로 담았다면, 메이어(1943~)의 ‘중단된 광시곡’과 여섯 프렐류드(세계 최초 녹음), 나브라틸(1947~)의 ‘스테인드글라스’(세 계 최초 녹음)는 한층 더 감각적이다.
글 박서정
과거에 덧댄 상상
쇼팽에 가사 붙이기
리디아 토이처(소프라노)/
올리비아 베르묄런(메조소프라노)/
카롤 코즈워프스키(테너)/
안드레아스 슈미트(바리톤)/
볼프강 브루너(포르테피아노)
Gramola 99229
1847년, 이스탄불의 리스트
제이넵 위치바샤란(피아노)
Divine arts dda25213
훌륭한 작품은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원천이다. 쇼팽과 리스트의 피아노곡에서 잉태된 두 앨범을 소개한다. 하나는 ‘작품’에 대해, 다른 하나는 ‘공연’에 대한 상상을 현실화한 것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기악곡에 가사를 붙인다면 어떨까? 쇼팽으로부터 노래 반주 지도를 받은 폴랭 비아도르(1821~1910)와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루이지 보르데스(1815~1886)는 이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이들은 쇼팽의 왈츠 6번 Op.62, 소나타 2번 Op.35, 에튀드 21번 Op.25 등 다양한 작품의 선율에 여러 시를 가사로 붙이고 편곡했다.
이스탄불 출신의 피아니스트 제이넵 위치바샤란은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LA 리스트 콩쿠르에서 우승(1996·2000)했다. 그는 리스트의 1847년 6월 18일 이스탄불 리사이틀을 재현하기로 한다. 리스트의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주제에 의한 회상, 벨리니 ‘청교도’ 중 서곡·폴로네즈 등과 쇼팽의 마주르카 25번 Op.33을 비롯해 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 등 당시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위치바샤란은 경쾌한 움직임과 청명한 음향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든다.
글 박서정
듀오로 만나는 피아노의 신세계
프렌치 듀엣
스티븐 오즈번·폴 루이스(피아노)
Hyperion CDA68329
러시아 앨범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Deutsche Grammophon
4855371
미니멀리스트 드림 하우스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Deutsche Grammophon
4814468 (2CD)
‘피아노 듀오’는 두 피아니스트의 하나 되는 호흡이 연주의 기둥이 되는 장르다. 이런 호흡 면에서 두터운 신뢰를 주는 세 듀오의 음반을 소개한다. 스티븐 오즈번·폴 루이스,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이다. 세 팀은 각기 다른 피아노 듀오의 매력을 선사한다. 슈베르트 피아노 듀오 음반으로 그라모폰 어워드에 지목되었던 스티븐 오즈번과 폴 루이스는 프랑스 레퍼토리로 돌아왔다. 포레의 ‘돌리 모음곡’, 풀랑크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FP8, 드뷔시의 ‘6개의 고대 비문’ L139, 라벨의 ‘어미 거위’ 등을 담았다. 대부분 어린이를 위해 쓰인 작품이지만, 두 사람의 성숙한 피아니즘이 물씬 느껴진다.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는 러시아 음악의 강렬함으로 무장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콘체르티노를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 모음곡 2번, 스트라빈스키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등을 선별해 연주한다. 1970년대부터 듀오 활동을 시작한 카티아·마리엘 자매의 음반을 통해서는 미국의 현대음악을 만난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 테리 라일리 등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품부터 라디오헤드의 ‘피라미드 송’, 브라이언 이노의 ‘어두운 나무들 속에서(In Dark Trees)’와 같은 록 음악도 담겼다.
글 박찬미
북방의 기운
프로코피예프·먀스콥스키
바실리 페트렌코(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WO LWC1207
시그네 룬드 시적인 연습곡
루네 알베르(피아노)
LAWO LWC1196
시린 북방의 기운을 전하는 두 음반이 발매됐다.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1976~)는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자신의 장기인 20세기 러시아 음악을, 루네 알베르(1957~)는 노르웨이 여성 작곡가 시그네 룬드의 피아노 독주곡을 선보인다.
페트렌코/오슬로 필이 택한 두 작품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과 니콜라이 먀스콥스키(1881~1950)의 교향곡 21번이다. 한 배에서 나와 각기 다른 운명으로 갈라진 듯 두 작곡가를 향한 페트렌코의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
루네 알베르(1957~)는 노르웨이 음악 유산을 지키고 전파하는 데 오랜 노력을 이어온 피아니스트다. 에드바르 그리그 뮤지엄에서 그리그의 음악을 수년째 공연해왔다. 그가 이번에 주목한 작곡가는 시그네 룬드(1868~1950). 오슬로 음악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룬드는 그리그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으나 여성 작곡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야 했다. 음반에는 여성과 작곡가의 권리 개선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한 시기에 쓴 ‘시적인 연습곡’ ‘자연의 인 상’ ‘축제적 전주곡’ 등이 수록됐다.
글 임원빈
CLASSICAL MUSIC
롬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 4·9·12번
슈샨 시라노시앙(바이올린)/
카프리치오 바로크 오케스트라
Alpha Alpha452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독일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슈샨 시라노시앙(1984~)이 타계 200주년을 맞은 롬베르크(1767~1821)를 조명한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과 동시대에 활동해 거목들의 그늘에 가린 감이 있지만, 롬베르크는 7세 때부터 유럽 연주 여행을 다닐 만큼 재능 있었다. 수록된 세 작품은 모두 세계 최초 녹음이다. 빈 고전파의 새로운 협주곡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벨에포크 프랑스 관악
파벨 콜레스니코프(피아노)/
애덤 워크(플루트·예술감독)/
오르시노 앙상블
Deutsche Grammophon
4814468 (2CD)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관악기의 디자인과 제조법에 상당한 발전이 일었다. 동시에 파리 음악원은 작곡가의 창작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애덤 워크와 오르시노 앙상블은 이 시대의 영양분을 머금고 태어난 관악 작품들을 조명했다. 알베르 루셀(1869~1937)의 목관 5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디베르티스망, 생상스의 피아노·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을 위한 ‘덴마크와 러시아 아리아에 의한 카프리스’ 등이 담겼다.
단차 합창곡집
스타니슬라프 레그코프(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니슬라프 레그코프 실내합창단
Stradivarius STR37173
이탈리아 작곡가 미모 단차(1942~)는 교회음악에 뿌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성 합창에 천착한 그는 성당 공간에 최적화 된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단차의 합창곡들을 모은 이 음반은 합창단의 풍부한 저음과 공간의 숭고한 음향으로 큰 감동을 선사한다. 느리게 흐르는 진행 속 현대적인 화음은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조성한다.
로맨틱 비올라 2집
다니엘 바이스만(비올라)/
페테르 페트로프(피아노)
Fuga Libera FUG765
2018년, 낭만주의 비올라 곡을 담은 ‘로맨틱 비올라’로 주목받은 비올리스트 다니엘 바이스만이 2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베를리오즈, 쇼송, 루이스 비에른(1870~1937), 샤를 투르느미르(1870~1939) 등 프랑스 낭만주의 작품을 조명했다. 특히,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헤럴드’는 비올라 독주가 등장하는 교향곡을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로 편곡한 것이다. 독주 악기로서 비올라의 풍부한 표현력을 만끽해보자.
TRADITIONAL MUSIC
김용우 데뷔 25주년 기념음반 ‘이음’
김용우(소리)/토리모아(합창단)
프로덕션 고금 GGC20043(2CD)
소리꾼 김용우의 데뷔 25년 기념 음반이다. 명인들로부터 경기·서도·남도 민요와 무악 등을 익힌 그는 조공례 명창의 남도 민요를 복원·재해석한다. 신고산타령, 희망가, 모찌는 소리, 논매는소리, 풍장소리, 오곡타령, 다시래기노래 등과 김용우가 창단한 민요합창단 토리모아가 참여한 ‘풍구소리’가 수록됐다. 중견의 나이에 접어든 그가 남긴 발자취의 기록이자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음반이다.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조정아(가야금)/이태백(장구)
Audioguy ADCD0142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는 김창조로 대표되는 1세대 가야금산조 명인에 이은 2세대 명인 중 한 명인 최옥삼(1905~1956)이 전통적인 산조어법으로 완성한 것이다. 조정아가 김죽파류 앨범에 이어 8년 만에 내놓은 최옥삼류 산조 음반이다.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늦은 자진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 등 7개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주는 맺고 푸는 대비가 뚜렷하며, 과장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서은영(가야금)/이태백(장구)
프로덕션 고금 GGC20051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인 가야금 연주자 서은영이 세 번째 가야금산조 독주 음반을 발매했다. 첫 번째 음반엔 스승 강정열(1950~)의 가르침이 깃든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를, 두 번째 음반엔 정달영(1922~1997)이 남긴 한숙구류 가야금산조를 담은 바 있다. 이번 음반은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다. 김죽파(1911~1989)의 수제자인 한성기(1899~1950)에게 배운 가락에 자신의 독자적인 가락을 넣어 완성했다.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전진아(거문고)/이태백(장구)
프로덕션 고금 GGC20042
거문고산조는 역동적인 연주법과 다양한 음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음악이다. 그중 한갑득류 거문고산조는 절제된 시김새와 술대법을 사용하는 동시에, 가락의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지닌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 이수자인 전진아는 이재화 명인에게 전수받은 한갑득류 거문고산조의 가락을 재구성해 이태백 명인의 장구 반주로 선보인다.
OPERA & BALLET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보 스코부스(백작)/
크리스키네 셰퍼(백작부인)/
마리 에릭스모엔(수잔나)/
안드레 슈엔(피가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외
C major 803804 (Blu-ray)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1929~2016)는 앙상블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을 결성해 다채로운 당대연주를 시도한 모험가였다. 그는 생의 마지막 자락에 접어든 2014년,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베토벤의 극장으로 유명한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모차르트와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1749~1838)가 협력한 세 편의 오페라 부파를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담은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한 것이다. 그 첫 결실인 ‘피가로의 결혼’ 공연 실황 음반이다. 이 작품을 대하는 아르농쿠르의 치밀한 시각, 그 연습과정을 충실히 담은 52분짜리 다큐멘터리가 한글 자막으로 제공된다.
체르노빈 ‘마음의 방’
파트리치아 치오파(그녀)/
디트리히 헨셸(그)/
요하네스 칼리츠케(지휘)/
도이치오퍼 베를린 오케스트라/
클라우스 구트(연출) 외
Naxos NBD0120V (Blu-ray)
하야 체르노빈(1957~)의 오페라로, 사랑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포착한 작품이다. 2019년 베를린 도이치오퍼 초연 실황. ‘심실(Heart Chamber)’은 의학용어로 심장의 네 방 가운데 두꺼운 벽을 가진 아래쪽 두 부분을 가리키지만, 작품에서는 깊고 비밀스러운 ‘마음의 방’이라는 상징으로 승화된다. 주인공은 ‘그녀’와 ‘그’, 단 두 명. 여기에 각각의 내면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성악가 2인과 소규모 합창단이 가세한다. 오페라와 연극, 음악과 소음 사이 구별이 불분명하지만, 거장 연출가 클라우스 구트가 적극 개입해 인간 내면의 보고서로 완성했다.
도니체티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카르멜라 레미지오(루크레치아 보르지아)/
사비에르 안두아가(젠나로)/
리카르도 프리차(지휘)/
조반니 루이지 케루비니 오케스트라/
안드레아 베르나르(연출) 외
Dynamic 57849 (Blu-ray)
루크레치아 보르지아(1480~1519)는 악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실존 인물이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 운명에 처한 빅토르 위고 원작에 의한 줄거리는 허구에 가깝다. 벨칸토 오페라의 특징이 잘 드러난 걸작이며, 역사극에서 비장미를 선사하는 도니체티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다. 도니체티의 고향, 베르가모의 도니체티 페스티벌 2019년 실황으로, 도니체티 오페라의 권위자 리카르도 프리차(1971~)의 능숙한 지휘와 극의 흐름을 살린 안드레아 베르나르의 연출이 돋보인다. 타이틀 롤을 맡은 카르멜라 레미지오(1973~)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타 소프라노다.
로빈슨 ‘모임에서의 춤’ & 마스턴 ‘첼리스트’
마리아넬라 누녜스/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야스민 나그디/
알렉산더 캠벨/
안드레아 몰리노(지휘)/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 외
Opus Arte OABD7277 (Blu-ray)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안무가 제롬 로빈스(1918~1998)의 작품을 만난다. 그의 ‘모임에서의 춤’ 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쇼팽의 피아노 작품 18곡에 따라 5명의 무용수가 추상적인 몸짓을 이어가는 게 특징이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다 난치병으로 28세에 연주 활동을 중단한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1945~1987)의 삶을 조명한 캐시 마스턴(1975~) 안무의 발레 ‘첼리스트’도 담겼다. 이번 실황에는 마리아넬라 누녜스와 페데리코 보넬리, 신예 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