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따라 떠나는 세계 여행, ‘아메리칸즈’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8월 31일 9:00 오전

“RECORD
이달의 신보”

미국의 자유

아메리칸즈

폴 제이콥스(오르간)/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임스 개피건(지휘)
Harmonia Mundi HMM902611

바버·아이브스의 현악 4중주곡

아스트리그 시라노시앙(첼로)/
나타나엘 구앵·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Alpha635

개피건/루체른 심포니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번스타인(1918~1990)의 ‘교향적 무곡’에서부터 미국 신낭만주의 작곡가 바버(1910~1981)의 ‘축제 토카타’, 미국 최초의 급진적 작곡가 아이브스(1874~1954)의 교향곡 3번까지, 지난 반세기에 걸친 미국의 음악적 뿌리를 탐구하는 음반을 발매했다.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1979~)은 2011·2012년 내한해 뉴욕 출신의 촉망받는 지휘자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루체른 심포니의 수석지휘자인 개피건은 미국 레퍼토리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뉴욕에 기반을 둔 에셔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애덤 바넷 하르트·애런 보이드, 비올라 피에르 라포인테, 첼로 브룩 스펠츠) 역시 작곡가 바버와 아이브스의 현악 4중주곡을 녹음했다. 에셔 스트링 콰르텟은 바버의 현악 4중주 Op.11에서 로맨틱한 서정성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아이브스 현악 4중주 1·2번은 상반된 분위기로 작곡가가 얼마나 다양한 작법을 추구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자유로운 미국의 클래식 음악을 엿보고 싶다면 두 음반을 주목하기 바란다.
글 장혜선

영국의 20세기

더 브리티시 프로젝트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지휘)/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Deutsche Grammophon 4861547

영국의 오보에 5중주

니콜라스 다니엘(오보에·호른)/
도릭 스트링 콰르텟
Chandos CHAN20226

본 윌리엄스
교향곡 4·6번

안토니오 파파노(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LSO 0867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엘가의 지휘 아래 1920년 창단됐다. 악단은 브리튼(1913~1976)의 ‘전쟁 레퀴엠’을 초연하는 등 영국 작곡가들과의 관계를 깊이 다져왔다.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는 ‘더 브리티시 프로젝트’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세 번째 음반엔 엘가의 ‘탄식’, 월턴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모음곡 등을 수록했다.
영국의 정취는 실내악으로도 이어진다. 영국 오보이스트 니콜라스 다니엘은 도릭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알렉스 레딩턴·잉 쉐, 비올라 엘렌 클레멍, 첼로 존 마이어스코프)과 함께 아널드 박스의 오보에 5중주, 제럴드 핀치의 오보에와 현악 4중주를 위한 간주곡 Op.21 등을 선보인다. 모두 오보이스트 레온 구센(1897~1988)이 초연한 당대 영국 작곡가의 작품이다.
한편, 안토니오 파파노/런던 심포니는 영국 전통 민요 수집에 몰두했던 본 윌리엄스(1872~1958)의 교향곡 4·6번을 녹음했다. 두 작품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파파노는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2024년부터 런던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를 맡는다.
글 임원빈

프랑스 음악의 비밀 곳간

라모의 테너 – 젤리오테를 위한 아리아

라이누트 판 메헬런(테너)/
녹테 템포리스
ALPHA753

생상스 교향곡 1·2번 외

장 자크 칸토로프(지휘)/
리에주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BIS 2460

바로크 시대, 베르사유궁에는 오트콩트르(haute-contre)의 수려한 노래가 흘렀다. 오트콩트르는 이탈리아의 카스트라토와 같은 하이테너를 일컫는다. 시대악기 앙상블 녹테 템포리스와 테너 라이누트 판 메헬런(1987~)은 ‘오트콩트르’의 예술세계를 담는 3부작 음반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2019년에는 작곡가 륄리의 사랑을 독차지한 루이 골라르 뒤메니(?~1702)를, 이번 음반에는 라모 오페라의 주역들을 꿰찬 피에르 젤리오테(1713~1797)를 주목하며 라모, F. 블라몽, F. 레벨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수록했다.
그로부터 약 한 세기가 지나, 프랑스 최초의 교향시를 쓰고, 교향악 운동을 펼치며, 국민음악협회를 세우는 등 프랑스 기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생상스(1835~1921)가 탄생했다. 오늘날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그의 작품은 한정돼 있다. 장 자크 칸토로프/리에주 로열 필하모닉은 생상스가 작곡가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된 초기 작품인 1·2번, 그리고 A장조 교향곡을 조명하는 음반을 발매했다. 올해 서거 100주기를 맞은 생상스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볼 기회다.
글 박찬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쓰리 테너

오리지널 쓰리 테너

호세 카레라스·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테너)/
주빈 메타(지휘)/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
C major 758804

아레나 디 베로나의 플라시도 도밍고

플라시도 도밍고(테너)/
사이오아 에르난데스(소프라노)/
조르디 메르나체르(지휘)/
아레나 디 베로나 오케스트라
C major 758104 (Blu-ray)

스페인과 이탈리아, 지중해를 사이에 둔 두 나라는 세계적인 테너들을 배출했다. 이탈리아의 파바로티(1935~2007), 스페인의 도밍고(1941~)와 카레라스(1946~)다. 1990년, 세 테너가 이탈리아 로마를 들썩이게 했다. 축구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공연에 함께 올라 전설적인 ‘쓰리 테너’의 탄생을 알린 것. 당시 공연 실황을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블루레이가 최초로 출시됐다. 본 영상물에는 경쟁자이자 친구이기도 했던 세 사람 사이를 조망한 다큐멘터리도 포함됐다.
한편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아레나 디 베로나는 고대 로마 시대에 지어진, 최대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도밍고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도밍고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콘서트도 이곳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도밍고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베르디와 조르다노의 오페라를 갈라 콘서트로 선보이고, 스페인 전통 오페라 장르인 사르수엘라의 노래 세 곡으로 앙코르를 꾸미며, 아레나를 두 나라의 음악 유산을 공유하는 장으로 꾸몄다. 그 뜨거운 현장을 담은 영상물도 만나보자. 글 박찬미

북유럽의 풍경

백 투 스톡홈 – 뷔스트룀·누딘·투빈

릭 슈토테인(더블베이스)/
말린 브로만(바이올린·비올라)/
제임스 개피건(지휘)/
사이먼 크로포드 필립스(피아노·지휘)/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베스테로스 신포니에타
BIS 2379

세바스티안 파겔룬드 첼로 협주곡 ‘노마드 & 워터 아틀라스’

니콜라스 알트슈태트(첼로)/
한누 린투(지휘)/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BIS 2455

스웨덴 낭만파음악을 주도한 작곡가 프란스 베르발드(1796~1868)는 스톡홀름 태생으로, 그의 이름을 딴 베르발트 홀이 이곳 스톡홀름에 있다. 홀의 상주단체는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악단의 더블베이스 수석 릭 슈토테인은 도시의 음악 자산을 한 장의 앨범에 담았다. 한때 스톡홀름에 거주했던 작곡가들의 더블베이스 작품을 녹음했다. 1948년 작곡된 에두아르드 투빈의 더블베이스 협주곡부터 슈토테인(더블베이스)과 브로만(바이올린·비올라)을 위해 작곡된 뷔스트룀(1977~)의 ‘Infinite Rooms’도 수록됐다.
한편, 정착지가 아닌 유랑의 공간으로 북유럽을 그려낸 앨범도 출반됐다. 핀란드 작곡가 세바스티안 파겔룬드(1972~)는 자연 풍광을 내면의 이미지로 묘사해 ‘포스트 모던 인상파’로 불린다. 알트슈태트(첼로)에게 헌정된 6악장의 첼로 협주곡 ‘노마드’는 첼리스트가 음악이 묘사하는 다양한 풍경과 분위기를 여행하듯 쉼 없이 연주하도록 구성했다. ‘워터 아틀라스’는 파겔룬드의 오케스트라 3부작 마지막 곡. 발트해 연안에서 바라본 핀란드 군도와 암반 섬의 풍경을 그려낸다.
글 박서정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탱고

팔메리 ‘미사 탱고’

아스토리아 앙상블/
더 뉴 바로크 타임스 보이스 외
Antarctica AR026

피아졸라 ‘아콩카과’ 외

모데스타스 피트레나스(지휘)/
마티나스 레비츠키(아코디언)/
리투아니안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마이크로 오케스트라
ACCENTUS ACC30552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뜨거운 정취가 느껴지는 신보가 풍성하다. 피아졸라 작품을 중심으로 탱고 음악을 꾸준히 소개해오던 아스토리아 앙상블은 탱고의 변용을 선보인다. 일명 ‘미사 탱고’로 불리는 팔메리(1965~)의 ‘미사 부에노스아이레스’ 전곡과 피아졸라의 작품을 음반에 담았다. 일반적으로 미사 음악은 클래식 음악 형태를 띠지만, 팔메리는 고전적인 라틴어 미사곡의 구성에 탱고의 리듬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아코디어니스트 마티나스 레비츠키(1990~)는 피아졸라의 관현악 작품들로 아르헨티나의 정취를 전한다. 이번 신보에 수록된 반도네온 협주곡 ‘아콩카과’는 안데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다. 격렬한 반도네온과 오케스트라가 표현하는 태산준봉의 위엄 이면엔 아르헨티나의 평화로운 풍경도 녹아있다. 그 외 비발디의 ‘사계’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작곡한 ‘항구의 사계’도 모데스타스 피트레나스/리투아니안 내셔널 심포니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글 임원빈

중국의 예 샤오강

예 샤오강 ‘겨울’ 외

셴 양(베이스바리톤)/
샤론 베잘리(플루트)/
웨이 루(바이올린)/
오가와 노리코(피아노)/
길버트 바르가·호세 세레브리에르(지휘)/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합창단
BIS 2113

예 샤오강 ‘대지의 노래’ 외

롱 유/상하이 심포니 외
Deutsche Grammophon 4837452 (2CD)

중국 작곡가 예 샤오강(1955~)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초연한 피아노 협주곡 ‘별이 빛나는 하늘’(협연 랑랑)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 중앙 음악원 졸업 후 1987년부터 뉴욕 이스트만 음대에서 공부한 그의 작품은 대부분 중국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샤오강의 전 작품을 조명하는 신보를 발매했다. 그중 단 악장 구성의 ‘서량의 광명’은 1983년 그의 대학 졸업 작품으로, 5세기 중국 북서부의 한 왕국의 시조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뉴욕 유학 중 쓴 ‘겨울’(1988)은 1991년 하워드 핸슨 상을 받기도 했다.
롱 유/상하이 심포니도 샤오강의 작품을 녹음했다. 미국의 인기 성악가 미셀 드영, 브라이언 재그드가 부른 말러 ‘대지의 노래’와 함께, 샤오강의 ‘대지의 노래’(2004)를 한 음반에 담았다. 샤오강의 ‘대지의 노래’는 당시(唐詩)를 그대로 인용하여 독일어 번역에 의한 말러의 작품과는 또 다른 장엄함을 그려낸다.
글 장혜선

국경을 넘는 사랑 노래

12개의 스트라디바리

자닌 얀선(바이올린)/
안토니오 파파노(피아노)
Decca 4851605

러브 송

앤절라 휴잇(피아노)
Hyperion CDA68341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만든 12개의 바이올린이 한날한시에 런던으로 모였다. 세계 도처의 박물관에 흩어져있던 스트라디바리 악기가 한곳에 모인 것은 이례적. 영국의 현악기 전문 기업 ‘존 앤 아서 베어’ 대표이사 스티븐 스미스는 바이올린 12개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녹음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각 악기의 특별함은 얀선과 파파노가 연주하는 엘가·파야·크라이슬러·라흐마니노프·라벨·슈만·차이콥스키 등의 소품으로 전해진다. 두 연주자가 각 악기의 역사를 살피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Janine Jansen: Falling for Stradivari)도 공개됐다.
한편 앤절라 휴잇은 슈만의 ‘헌정’ S.566과 ‘당신은 꽃과 같다’ Op.25-24, 그리그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Op.41-3 등 세계 각국의 ‘러브 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음악은 저의 피난처였습니다. 저는 음표 사이의 공간으로 기어들어 가 고독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었어요.” 휴잇은 직접 쓴 이번 앨범 북클릿에 시인이자 소설가 마야 안젤루의 문구를 인용했다. 팬데믹으로 고립된 시기에 선택한 ‘사랑’ 가득한 레퍼토리는 듣는 이에게 도피처를 만들어준다. 글 박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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