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외”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외 그대로 계세요. 음악이 찾아갑니다
글 임원빈 기자
클래식 인 더 뮤지엄
진회숙 저
저자인 음악평론가 진회숙은 그동안 ‘영화는 클래식을 타고’ ‘무대 위의 문학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음악 입문서를 출간했다. 이번 신간에서는 그림과 음악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살펴본다. 그림과 음악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시대의 표상이 응축되어 있다. 이 책은 단지 예술을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에 태어난 음악과 회화, 음악적 영감이 된 그림의 서사, 음악을 소재로 태어난 미술 작품을 한데 묶었다. 예컨대 보티첼리가 메디치 가문에 경의를 담아 그린 ‘동박박사의 경배’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어 ‘세 개의 보티첼리 그림’을 탄생시켰다. 현대예술가인 백남준과 존 케이지의 작품은 파괴와 해체를 통해 전위 예술의 폭을 확장했다. 책은 개별적으로 인식되어오던 그림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18,500원 | 예문아카이브
음악을 틀면 이곳은
도쿄다반사 저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힘든 요즘이다. 이국이 그리운 이들에게 도움을 줄 감성적인 ‘비대면 여행’을 위한 신간이 출간됐다. 책을 쓴 도쿄다반사는 도쿄의 숨은 매력을 알리는 기획자들로 구성된 팀이다. 도쿄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이 책에는 그 흔한 지도도 없다. 다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의 요소들이 중첩된 도쿄의 모습 속에서 음악을 발견하고, 각 공간을 음악과 함께 엮었다. 야마나시현의 와인숍 보우 페이사주가 선보이는 와인과 함께하면 좋을 곡들을 소개하고,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흐르는 재즈 이야기를 담았다. 부록에는 도쿄다반사가 추천하는 도쿄 거리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실려 있다. 책을 읽다보면 도쿄의 세세한 골목의 분위기까지 오롯이 느껴진다. 16,800원 | 한스미디어
클래식은 처음이라
조현영 저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대별 작곡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범위가 워낙 방대해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은 이내 좌절하게 된다. 그 과정을 단축해 줄 입문서가 발간됐다.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 10명의 작곡가만 엄선해 수록했다. 작곡가들의 개인적 서사와 작품이 탄생하게 된 비화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를 시작으로 고전시대의 모차르트·베토벤, 낭만의 꽃을 피운 쇼팽·슈만·리스트·차이콥스키·말러, 인상주의 대표 작곡가 드뷔시를 지나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피아졸라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저자 조현영은 인문학과 클래식 음악을 접목한 글을 써오고 있다. 저자의 차분한 문체가 클래식 음악을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16,800원 | 카시오페아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오재형 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독한 현실을 마주할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아를 찾기 위해 험난한 길로 뛰어든 사람들을 볼 때 위안을 받는다.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저자는 오랫동안 취미 삼았던 피아노를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고 화가로 활동하던 중 영상 워크숍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뛰어든다. 그가 남긴 단편영화로는 ‘강정 오이군’ ‘덩어리’ 등이 있다. 이후 서른두 살 무렵 홀로 떠난 제주 여행에서 불현듯 그동안 미루었던 피아니스트의 꿈을 다시 찾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에 대해 적었다. 담백한 그의 글은 잠시 잊고 살았던 마음 속 작은 꿈을 떠오르게 한다. 14,000원 | 원더박스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조너선 비스 저 | 장호연 역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1980~)는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폴 비스와 미리암 프리드의 아들로 태어났다. 커티스 음악원에 진학해 레온 플라이셔를 사사한 그는 이렇다 할 콩쿠르 수상 이력 없이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2004년 슈만과 베토벤의 작품을 수록한 데뷔 음반(EMI)을 발매한 뒤 화제를 모았다. 그의 베토벤과 슈만 사랑은 내한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첫 내한 때 슈만과 베토벤의 작품을 선보였고, 2010년 금호아트홀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무대에서는 어머니인 미리암 프리드와 함께 사흘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에 도전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작가가 되어 독자를 만난다. 그는 출판사를 대동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전자책을 출간했다. 그 세 편의 글을 모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작품에 대한 확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동안 그가 쌓아온 베토벤과 슈만의 작품에 대한 확신을 단단한 글로 풀어낸다. 시간 순으로 배열한 세 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음악 세계가 무르익는 과정을 함께 따라갈 수 있다. 14,000원 | 풍월당
#책 속으로
#47쪽 #피아니스트의 확신
원래 연주자가 되려면 자신감 이상의 그 무엇이, 일종의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해석으로 청중의 주목을 휘어잡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의심’보다 더 강력한 자질, 청중의 마음을 더 크게 흔드는 자질은 없다(다르게 말하자면 우리는 연주자가 해답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제기하는 질문을 들을 수 있어서 그에게 끌린다). 베토벤을 연주할 때, 제르킨은 자신의 내면이 들은 소리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력을 손에 넣고자 끈질기게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연주가 전하는 것은 그 노력을 통해 얻은 통제력이 아니라, 경외심에 차 바라보는 음악의 경이로움이다. 내가 가장 감탄하는 것은 그의 통제력이지만, 그의 연주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경이로움이다.
#115쪽 #슈만의 삶을 따라서 #작품 속으로
나는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들을 때 내가 듣는 것이 슈만 자신의 소멸임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다른 음악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의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슈만의 뒤를 따라 무서운 복도를 걷는 것이다. 그 경험이 좋든 싫든 나는 결코 이를 주저하지 않았다. 슈만을 연주할 때면 그 곡의 정서적 의미에 밀착되는 기분이 들면서 온몸의 화학적 성질이 바뀐다. 음악을 통해 이 기묘하고도 아름다우며 망가진 사람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알고 싶다. 이런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된 피아니스트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알렉상드르 타로 저 | 백선희 역 | 풍월당
공연 직전, 타로가 대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타인’으로 인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류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그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그의 조상을 찾듯 피아노의 역사를 언급한다. 이를 통해 피아니스트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를 추적한다.
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저 | 김용주 역 | 은행나무
평생을 베토벤과 함께한 러셀 셔먼(1930~)은 음악을 통해 그의 삶을 비추었다. 그는 ‘작곡가의 삶은 곧 그의 삶이 되어야 작품은 완성된다’고 믿었다.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음악 지침서’가 되어온 책은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역할과 기능부터 선율과 멜로디의 구성 방식과 작품의 정밀한 분석까지 아우르고 있어 그의 연륜이 빚어낸 깊은 통찰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