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관계 리더 5인 좌담 & 금관계 주역 10인, 앙상블 5팀 인터뷰 금빛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8월 23일 9:00 오전

COVERSTORY

한국 금관계 리더 5인 좌담 & 금관계 주역 10인, 앙상블 5팀 인터뷰 금빛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

피아노와 현악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들, 그 뒤를 잇고 있는 목관악기 연주자들의 움직임에 비해 금관악기의 약진은 늦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유학하고 활약한 세대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대거 유입되고, 악단과 교육계에 자리 잡으며 국내 금관계도 예전과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이번 호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주목 받아온 금관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국내 금관계를 조망한다. 악단과 교직에서 활약하는 다섯 주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몰랐던 금관악기의 역사를 살펴보고, 오케스트라 단원,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차세대 연주자, 관악 실내악의 든든한 기둥을 집중 조명한다. 세계 주요 금관 페스티벌 정보도 덤으로 준비했다.

글 편집부 사진 황필주(studio79)

 

PART1 DIALOGUE

금관계 리더 좌담 이석준 · 임현수 · 성재창 · 김남호 · 김홍박

금관의 신세계를 찾아서

트롬보니스트 임현수

호르니스트 이석준

트럼피티 성재창

호르니스트 김홍박

튜비스트 김남호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는 고요한 현악기 선율로 서주를 시작한다. 이어 3악장에서는 목관을 주축으로 밝은 기운이 퍼진다. 마침내 4악장, 심장을 뚫을 것 같은 금관악기 총주로 곡이 마무리된다. 이 교향곡 9번의 흐름은 그야말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로 확장된 한국의 클래식 음악사를 은유하는 듯하다. 한국의 금관악기 현주소는 어떻게 될까. 피아노와 현악기는 이미 발전의 고도를 찍은 지 오래고, 최근 몇년 간 해외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목관악기 유망주들이 활약 중이다. 금관은 조금 뒤늦게 출발했지만 찬란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중년의 금관주자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금관계의 오늘’을 살펴보았다. 자신들의 경험을 짚어보며 금관계가 흘러온 짧은 역사, 앞으로 펼쳐질 긴 미래를 논했다. 그리고 입을 모았다. 격변의 한국음악사 언저리에서 맴돌던 금관의 신세계는 이제 곧 펼쳐질 거라고.

한 명의 ‘금관 전공생’이 탄생하기까지

금관악기는 연주자들의 ‘신체조건’이 중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전공악기를 선택할 때 신체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금관악기는 연주자들의 ‘신체조건’이 중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전공악기를 선택할 때 신체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성재창 저는 고등학교 때 트럼펫을 시작했어요. 신체구조가 악기 전공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어요.

김남호 신체조건이 좋아야 금관악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도 처음 악기를 시작할 때 되게 말랐거든요. 사람들이 “그 몸으로 튜바를 할 수 있겠냐”고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했고요. 물론 구강구조나 골격이 좋으면 음색적으로 풍부해지긴 해요.

김홍박 저도 악기를 시작할 때 입술이 두껍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요. 신체조건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소리를 찾는 것, 정확한 음감이 더 중요하죠.

이석준 저는 초등학교 때 악기를 시작했는데요. 또래에 비해 체격이 좋긴 했어요. 초등학교 관악부에서 입술 모양 때문에 유포니움을 권유받았어요. 이후 우연히 고 신홍균 선생(당시 KBS교향악단 호른 수석)을 만났는데, 만약 전공하고 싶으면 호른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유포니움은 전공을 잘 안 뽑으니까요.

임현수 트롬본은 팔을 뻗어서 슬라이드를 움직여야 합니다. 실제로 작고 어린 친구들은 끝에 있는 포지션을 연주하기가 어려워요. 작은 사이즈의 악기가 있긴 하지만 너무 어릴 때 들기엔 무겁죠.

금관악기는 다른 악기에 비해 처음 시작하는 나이가 늦은 편입니다. 금관악기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나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석준 악기를 들 힘은 있어야 하니까 현악기나 피아노처럼 아주 어린 나이에 하기에는 힘들어요.

임현수 적합한 나이는 없지만 체격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언젠가 해외 금관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어요. 누군가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을 기가 막히게 부는 거예요. 알고 보니 아홉 살이었어요. 아버지가 트럼피터여서 여섯 살부터 때부터 악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금관악기도 일찍 시작할 수 있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저렇게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나라 금관 전공생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 시작하죠. 동일한 10년이 주어졌을 때 뭔가를 이뤄내는 나이가 다를 거예요.

김남호 어린 친구들이 튜바를 배울 때는 유포니움부터 시작해요. 어릴 때부터 시작한 친구들이 확실히 잘하긴 하죠. 성재창 저도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찍 시작하면 이석준 선생님처럼 핑거링이 유연해져요. 특히 네 번째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이는데 어릴 때 훈련하면 자유롭게 됩니다. 저같이 악기를 늦게 시작한 경우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 치아가 자라는 방향도 악기를 일찍 시작할수록 바람이 빠져나가기 좋게 자리 잡는 것 같아요.

김홍박 시작 나이가 늦어질수록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저는 본인만의 소리를 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악기를 잡으면 자기 소리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아지겠죠. 기초가 없으면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극단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한국의 금관 연주자 생성 시스템은 다른 악기군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예술고등학교보다는 일반고등학교 관악부에서 전공생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지요. 금관악기 특유의 이러한 연주자 배출 시스템에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임현수 예고에는 금관악기를 뽑는 정원이 적죠. 일반고등학교 관악부에선 훨씬 많은 편성의 악기를 뽑습니다. 그러니 재능 있는 친구를 발견할 기회가 많아요.

김남호 보통 일반고등학교 관악부에선 금관악기를 전공하겠다고 하면 어떤 악기를 선택할지 상담을 하고 레슨 선생님을 연결해 주죠. 저 역기 그렇게 악기를 시작했고요. 이 시스템의 문제는 한 번 선생님이 배정되면 바꾸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외국 같은 경우는 좋은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배우잖아요. 대학을 선택할 때도 교수를 보고 정하고요. 한국 시스템은 정반대인 거죠.

최근, 한국 금관 교육에 있어서 예전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현수 요즘은 유튜브가 워낙 발전됐죠.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정보가 다였거든요. 요즘 학생들은 유튜브를 통해 배움을 넓혀가는 것 같아요. 클릭 한 번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니 이전보다 공부하기 편해졌지요. 현재 금관 연주를 너무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향후 4~5년 안에 내로라하는 금관주자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석준 다들 정보를 얻는 속도가 빨라져서 제가 모르는 레퍼토리도 알려주기도 해요.성재창 제가 공부하던 때와는 다르게 선생님들도 본인이 제대로 알고 가르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잘하는 연주자들을 보니까 더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막연히 “투 옥타브를 내는 건 어려운 거구나” 생각했는데요. 요즘은 유튜브에 투 옥타브를 내는 연주자들이 많이 나오니까, 젊은 친구들은 당연히 내야 하는 거라며 접근하는 것 같아요.

김홍박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하는 정보를 무조건 따라 하는 건 좋지 않아요. 특히 관악기는 호흡과 연관되어 있잖아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악기인거죠. 기술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자신의 슬프고 기쁘고 행복한 감정들, 공간이 주는 영감을 다 소리에 담을 수 있어야 해요.

 

 

 

 

 

 

 

 

 

 

 

 

 

 

 

 

 

 

 

 

 

 

 

 

 

‘금관 전공생’이 ‘전문 음악가’가 되려면?


한국 음악계는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국내 교육만 받은 연주자들이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하는 성과를 보였죠. 그런데 다른 악기군에 비해 금관계에서는 콩쿠르 입상 소식이 더디게 들립니다. 한국 음악계는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국내 교육만 받은 연주자들이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하는 성과를 보였죠. 그런데 다른 악기군에 비해 금관계에서는 콩쿠르 입상 소식이 더디게 들립니다. 

임현수 금관은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전공생들이 적으니까요. 보통 10대 중반에 시작하니 10년을 하면 25세가 되는 거예요. 제가 유학 갔을 때 스승님이 “금관 연주자가 26세면 환갑”이라고 하더군요. 유학을 너무 늦게 나왔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해외 콩쿠르 나이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도 요즘은 이른 나이에 유학 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한국 금관의 미래가 밝다고 봐요. 너무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10년 안에 금관계에 큰 도약이 이뤄질 것 같아요.

성재창 다른 악기는 좀 더 빨리 유학 문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1970년대에 현악기, 80년대에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유학을 떠났고요. 90년대 들어서야 금관주자는 유학을 시작했어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연주자들이 선진화된 교수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다른 악기는 더 빨리 성과를 이룬 것 같습니다. 2010년대부터 목관악기도 유명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 소식을 냈잖아요. 2020년대에는 금관악기 연주자들도 해외 콩쿠르 입상 이슈가 많이 생길 거로 예측해요. 사실 그동안 금관주자들도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긴 했는데요. 언론에 덜 알려지기도 했죠. 아무래도 주목받는 악기군이 아니니까요.

한국 금관 연주자들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얼마 전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됐어요. 한국 연주자들에게 서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는데요.

임현수 한국은 ‘입시’라는 제도 때문에 테크닉 연습을 엄청나게 시켜요. 금관 악기는 호흡을 중심으로 몸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소리를 내야 하는데, 우선 대학에 들어가야 하니 편법으로 소리를 만들어내죠.

김남호 결국 기초를 다지는 것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기초란 호흡이나 주법 등 악기를 다룰 때 기능적인 부분을 말해요. 악기를 잘 다뤄야 표현의 폭도 넓어집니다. 성재창 금관악기는 스포츠와 비슷해요. 손흥민 축구선수를 보니까 중고등학교 때 축구부를 안 했더라고요. 아버지가 축구선수여서 기본기 연습만 탄탄히 시켰대요. 그러한 기본기가 있어야지만 금관주자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리고 겸손해야 해요. 금관악기는 다른 악기와 다르게 어릴 때 잘하다가도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구강구조가 변하거나 주법이 달라져서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석준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아마 잘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만난 호른 영재들도 기본기보다는 얼른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더라고요. 더 큰 미래를 보자면 기본기를 다지는 게 훨씬 더 중요할 텐데요.

김홍박 어린 친구들이 자기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감정의 확장을 고민하면 좋겠어요. 금관은 예민한 악기여서 기술에만 집착하다 보면 실수가 있어요. 오히려 소리에 집중해야 하죠. 여유를 갖고 자기 소리를 만들고, 표현력 확장에 힘쓰기 바랍니다.

성재창 저는 금관주자들은 홈스쿨링 하는 걸 반대해요. 사실 금관은 악기 특성상 솔리스트로 성공하기엔 어려워요. 오케스트라 활동을 대부분 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사회성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워야지만 오케스트라에서 더 잘 융화될 수 있어요.

금관 연주자들은 다른 악기에 비해 진로가 불확실한 편입니다. 피아노나 현악기는 대중적인 악기이기 때문에 개인 레슨만으로도 소위 ‘밥벌이’를 할 수 있죠. 현악기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에서 뽑는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직장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높은 편이고요. 

김홍박 저는 대중의 인식개선도 시급하다고 봐요. ‘금관은 나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금관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곳이 많을 거예요. 아마추어 밴드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임현수 아무래도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오케스트라에 소속이 되어있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죠. 학교마다 관악부가 있고, 금관 동아리도 늘어나면 전공자에게 레슨을 받을 테니까요. 얼마 전, 박세리 골프선수가 나오는 한 방송을 봤어요. IMF 당시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타 선수가 되었잖아요. 그 우승 소식을 본 부모 세대가 아이들을 골프장에 보냈대요. 그래서 그 비슷한 또래에서 프로 골프선수가 많이 배출됐다고 하더군요. 이후 박세리가 귀국해서 은퇴 후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이처럼 우리 금관도 저변 확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남호 전국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안정화되면 좋겠고요. 지역마다 예술적인 부분의 지원이 늘어난다면 금관주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예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이 다들 자리를 못 잡고 있어요. 제가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너무 미안하죠. 오케스트라에는 튜바 자리가 단 한 개잖아요.성재창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들을 더 자유롭게 해주면 좋겠어요.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인 연봉 받으며 근무할 수 있는 권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지방 시향을 보면, 다른 곳 오디션을 보려면 사직서를 내라고 하기도 해요. 이게 말이 되는지요? 한 연주자가 다른 악단으로 넘어가면, 그 자리에는 더 젊고 더 실력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건데….  왜 한국은 그러한 순환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악단 중 트럼펫 공석이 많은데요. 어설픈 외국인 지휘자가 와서 한국 연주자들을 잘 안 뽑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해외에서 데려온 금관주자라고 해서 들어보면 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데요.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만, 현재 세계 금관계에는 여성보다 남성 연주자가 주류를 이룹니다. 

김남호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요. 유명한 여성 연주자들도 상당히 많죠. 작년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심사를 했는데요, 튜바 부문 1등과 3등이 모두 여성이었어요. 너무 잘하더라고요. 여성 연주자가 가진 장점이 커요. 입술의 떨림 자체도 남성들보다 더 유연하고요.김홍박 제가 활동하는 북유럽에서는 호른주자는 여성이 더 많아요. 호른은 금관악기 중에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이 필요하니까 더욱 그렇겠죠.

성재창 영국 출신의 여성 트럼피터인 앨리슨 발솜도 국제적으로 인기가 많죠. 발솜 같은 경우는 영국에서 국가 차원에서 띄워주는 스타 연주자입니다. 이석준 호른에서는 베를린 필의 사라 윌리스,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인 케이티 울리가 참 잘해요.

해외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교육과정인데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임현수 제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는 무대공포증을 훈련하고, 몸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배웠어요.

김홍박 알렉산더 테크닉이나 이미지 트레이닝같이 몸을 릴랙스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해외 오케스트라에는 테라피 시스템이 있어요. 연주자들이 몸에 관해 생각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김남호 보통 한국에선 일대일 레슨을 추구하는데요. 제가 프랑스에서 공부할 땐 클래스에서 그룹으로 모여서 함께 레슨 했어요. 학생들끼리 서로의 연주를 듣고 피드백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제가 한국에 들어오고 그런 레슨을 종종 하고는 있는데요. 한국 학생들은 그룹 레슨을 하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쑥스러워하기도 하고요.

성재창 베를린 필의 카라얀 아카데미처럼 한국의 좋은 교향악단에서도 아카데미를 운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코리안심포니에선 추진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지속가능한 금관 생태계를 고민하다

지금의 한국 금관계가 있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이석준 서울대에 계시는 김영률 교수님이 큰일 하셨죠.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일을 하셨어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부천필에 다닐 땐데요. 그때 김영률 선생님 소개로 IHS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했어요. 수많은 호른 연주자들을 그때 처음 봤죠.

성재창 김영률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금관 박사입니다. 해외에서 집중도 높게 공부하신 첫 세대인데요. 본인의 노하우를 한국에 오셔서 학생들에게 전파해 주려고 애쓰셨죠. 현재 한국의 금관악기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어수선했던 금관 주법이나 레퍼토리를 정립하신 분 같아요. 서울대 재학 시절 선생님에게 관악합주를 배웠는데요. 이전에는 관악합주는 무조건 크게 불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김영률 선생님은 금관의 정확한 음정과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밸런스를 강조하신 최초의 분이시죠.

김남호 지금 중앙대에 재직 중인 허재영 교수님이 튜바 1세대인데요. 지금까지 독주회만 35번 하셨을 거예요. 한국에서 튜바라는 악기가 성장할 수 있도록 굉장히 노력하신 분이에요.

김홍박 저는 바로 윗세대의 선배 음악가들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이석준 선생님을 보면서 호르니스트를 꿈꿨고요. 성재창 선생님이 핀란드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시는 걸 보고 저도 북유럽 오케스트라를 처음 생각해 봤죠. 개인적으로는 부천필에서 말러 사이클을 하면서도 많이 배웠고요. 아마 모든 악기의 연주자들은 바로 윗세대 선배 음악가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현악 4중주단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노부스 콰르텟, 아벨 콰르텟, 에스메 콰르텟에 이어 올해도 해외 콩쿠르에서 리수스 콰르텟과 아레테 콰르텟이 1위를 했어요. 이제는 금관계에서도 전문 실내악단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기 같습니다.

이석준 제가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앙상블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는데요. 멤버들 개성이 강해서, 그 강한 개성을 하나로 모으는 게 힘들었어요.김남호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서 금관 앙상블 팀을 구성해도, 멤버들이 군대를 가고 유학을 가면서 흩어지게 되죠. 꾸준히 함께할 수 있는 멤버로 팀을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김홍박 제가 알기론 현재 금관 앙상블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다들 관심을 가지고 그런 젊은 친구들의 노력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금관계가 롤모델로 삼을만한 국가가 있을까요?

성재창 저는 영국이 트럼피터 앨리슨 발솜을 국가적 스타로 만든 게 너무 인상 깊어요. 스웨덴은 트럼피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에게 국가 차원에서 현대 곡을 연주해 주길 장려했고요.

김홍박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는 아마추어 밴드가 정말 많아요. 작은 규모의 군악대도 많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놀랐던 금관 문화는 ‘아마추어 밴드’였어요. 제가 거주하는 노르웨이의 초등학교에서는 무조건 아이들이 한 악기씩 선택해 수업을 들어야 해요. 어릴 때부터 앙상블 경험도 많고요. 노르웨이 헌법제정일에는 모든 학교의 밴드가 나와서 퍼레이드를 해요. 그중 악기에 매력을 느낀 친구들이 전공을 하게 되는 거고요.

이석준 관악단 문화도 중요해요. 일본이나 네덜란드에는 관악단 숫자가 정말 많아요.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악단이 제주도의 서귀포관악단 하나밖에 없는 게 너무 아쉬워요.

임현수 저는 독일에서 유학했는데요, 연주복을 입은 음악가가 뛰어가는데 버스기사가 정류장이 아닌데도 차를 세워서 그 연주자를 태우고 달렸다는 말을 들었어요.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가 터진 후 “우리는 예술가를 보호해야 된다. 우리의 문화이니까”라고 말했더군요. 버스기사부터 총리까지,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러워요.

금관악기의 매력을 하나 꼽자면!

이석준 금관은 화려해요. 똑같은 영화음악 주제가를 금관이 연주하면 훨씬 화려합니다.

임현수 폭죽 같은 반짝임! 애국가도 클라이맥스에서 심벌이 ‘짠~’하고 나와야지 마음이 뻥 뚫리잖아요. 현악기와 금관악기가 주는 감동이 다르죠. 현악기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면 금관악기는 시원한 감동을 줘요. 타악기는 두근거림을 주죠. 이 모든 게 합쳐지니 오케스트라가 환상적인 거예요.

성재창 금관은 화려한 소리, 슬픈 소리, 때로는 약음기를 사용해 색다른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한 악기가 가질 수 있는 음색의 색깔이 참 다양해요.

김남호 공명된 사운드 울림. 그게 금관의 제일 매력 포인트죠!

김홍박 조그만 호흡 변화에도 다른 음이 날 수 있는 예민한 악기이지만, 감정을 그대로 호흡으로 표현하는 금관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때로는 불같이 압도하기도 하고요.

금관의 밝은 미래를 위해 본인이 기여하고 싶은 점을 알려주세요.

이석준 저는 국립 관악단을 꼭 만들고 싶어요.

성재창 저도 관악단에 대한 꿈이 있는데요. 제가 춘천 출신이거든요. 강원도에 관악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남호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요. 튜바 국제 콩쿠르를 한국에 개최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김홍박 자연과 호흡하는 페스티벌이 늘어나기 바랍니다. 해외의 금관 페스티벌은 보통 메인 도시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져 지역 곳곳에서 많이 펼쳐져요. 서울에서 금관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강원도 같은 곳에서 지역 사람들과 융화되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임현수 이전에는 음악은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었어요. 이제 마흔이 넘으니 후배 양성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네요. 공부하면서 깨달은 노하우들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해서 한국의 트롬본계가 조금 더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금관악기를 위한 작품이라면 ‘장학퀴즈’ 주제 음악이었던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만 알고 있는 일반 대중에게 금관악기를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을 추천해 주세요.

이석준 입문자들은 금관 5중주곡을 듣길 권해요. 예컨대 크리스마스 캐럴도 캐나디안 브라스가 연주한 금관 5중주 편곡 버전이 정말 재밌거든요. 쉬운 곡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말러 교향곡까지 즐기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성재창 텔레만·비발디·헨델 등 바로크 시대 곡들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금관악기는 후기낭만이나 현대곡이 많은데요. 현대음악은 일반 대중이 처음 접하기엔 부담스럽죠.

김홍박 특히 호른의 경우에는 각 시대별로 나눠서 들으면 참 재밌어요. 각 작곡가들이 시대에 따라 호른이란 악기에게 기대한 것들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거든요.

임현수 시대를 불문하고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에서도 금관악기의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처럼 잘 알려진 곡들도 오래 듣다 보면 금관의 예쁜 구석이 잘 찾아질 거예요!

글 장혜선 기자 사진 황필주(studio79)

PART2 HISTORY

1백여 년 동안 걸어온 한국 금관계 역사

개화의 물결이 일었던 1백여년 전부터 오늘까지 일궈온 시간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금관 악기의 발전사(史)는 관악대의 역사와 함께 했다. 따라서 트럼펫·트롬본·호른·튜바 등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보다 밴드·취주악대·양악대·관악대 등으로 명명되어온 관악대와 합주의 전반적인 역사와 살펴보아야 한다.

근대 문화·문물을 알린 신호수

양악대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즉위식에 참가했던 민영환은 귀국 후 서양식 군악대 창설을 제안한다. 군대의 사기 고양을 목적으로 한 조선 최초의 군악대는 1900년 12월 창설을 공포했고, 대원 육성을 위해 프란츠 에케르트(1852~1916)를 지도자로 임명했다. 1901년 에케르트가 대한제국에 도착함으로써 관악기 중심의 양악대 설립이 추진됐고, 50명을 선발해 교육에 들어갔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9일, 고종 황제 탄신일에 데뷔 공연을 갖는다. 이후 양악대1는 황실과 정부의 각종 행사는 물론 시민을 위한 공개 연주를 탑골 공원에서 개최하는 등 서양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해나갔다. 황실 소속에, 국제적인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에서 연주할 기회도 많아 에케르트는 국가(國歌)인 ‘대한제국애국가’를 작곡하기도 했다.

1916년 에케르트의 사망 이후 양악대는 해산 위기에 처했지만, 그가 남긴 양악의 씨앗은 대원들에 의해 여러 곳에 뿌려졌다. 백우용(1880~1930)은 흩어진 대원을 모아 경성악대를 만들었고, 가두(街頭)광고와 학교 밴드, 영화음악과 대중음악 등에서 활동했다. 에케르트에게 플루트와 작곡을 배웠던 정사인(1881~1958)도 경성악대에서 활동하다가 송도고보에서 관악교사를 지내며 밴드부 활동에 씨앗을 뿌렸다. 이러한 관악대는 음악적으로는 작품을 연주하는 단체였지만, 한편으로 당시 대한제국에 유입된 근대식 신문물과 서구 문물을 알리는 신호수이기도 했다. 특히 신식 교육을 행하는 근대식 학교들은 신문물의 메카였다. 학내 서클 활동과 발표회, 운동회 등은 조선에는 없는 문물이자 세간의 이목을 끄는 새로운 광경이었다. 이러한 근대적 스펙터클이 펼쳐질 때마다 그 장소와 가두에는 큰 음향을 낼 수 있는 관악대가 등장해 팡파르를 울렸다. 이를 위해 신식학교에는 밴드부 양성과 교육을 활발히 진행했다. 금관 악기는 이러한 배경속에 뿌리내리고 성장했다. 신식학교는 대부분 남학생 중심의 학교들이었다. 한동안 관악기가 남성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 원인도 이러한 연유에서 찾을 수 있겠다.

지금 같은 콩쿠르도 개최됐다. 일례로 1930년 조선일보 주최 전국 경연대회가 열려 송도고보, 배재고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1932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가 주최한 음악경연대회에 송도보고, 중동고보, 경신학교, 배재고보가 입상하기도 했다.

서양식 음악이 유입되던 일제강점기에 트럼펫·트롬본·호른·튜바 등의 금관악기는 대중음악에도 널리 사용됐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명확한 이분법보다 일본과 서양을 통해 들어온 음악이 ‘신식 음악’으로 통용되었다. 서양식 악기를 연주한 이들은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특별한 구분 없이 신식 음악을 연주했고, 금관 악기는 이러한 곳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부족하지만 성실히 일군 토양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관악단을 둘러싼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1946년 전국취주악연맹, 1947년 조선관악연구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전국취주악연맹은 결성되던 해에 제1회 경연대회를 개최했는데 1위는 배재학교가, 2위는 양정학교가 차지했다. 미 8군 군악대가 시범 연주를 보이며 음악을 통해 한미 우호를 다졌다. 조선관악연구회는 당시 몇 안 되던 음악단체였던 고려교향악단·서울관현악단·서울대학교·국방경비대·해안경비대의 각 관현악단 단원이 회원으로 참석했다.

한국전쟁기에는 군악대로 한국의 음악가와 음악자원이 몰려 들었다. 이 시기는 민간보다 군악대와 군악학교를 중심으로 음악문화가 진행되었다. 당시 대원이나 교관으로 재직했던 작곡가 김세형(1904~1999)·김성태(1910~2012)·김희조(1920~2001)나, 오보에를 다루었던 남궁요열(1912~2002) 등과 함께 몇 명의 금관 악기 연주자들이 활약했다. 이들은 전시에 군악대를 이끌었고, 종전 후에는 국내 금관음악계의 본격적인 틀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 바로 이재옥, 이유성, 이교숙이다.

이재옥

이교숙

 

 

 

 

 

 

 

 

 

 

 

 

 

이재옥(1913~2002)2은 트롬보니스트로 1955~1978년에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고, KBS교향악단·서울시향 수석으로 활동했다.

트롬보니스트 이유성(1915~1991)의 삶은 일제강점기-한국전쟁기-분단-북한에서의 활동으로 이어져 있다. 1928~1933년 평양 숭실중학교에서 공부했던 그는 재학 당시 교내 취주악대에서 트롬본을 배웠다. 이후 연희전문학교 음악부원으로 활동했고, 1942년 만주 신경교향악단과 경성후생실내악단에서 활동했다. 1945년에는 서울에서 고려교향악단 창단에 참여했고, 1946~49년에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익을 막론했던 그는 월북 후 조선인민군협주단 지도원으로 활동했고, 1953년부터 국립예술극장 교향악단 단원, 평양음악무용대학 기악학부 관악기강좌장을 역임하며 북한 금관악기 교육체계를 세우는데 기여했다.

이교숙(1924~2017)3은 트롬본과 하프를 다루었다. 1962~67년 해군군악대장을 지냈던 그는 퇴역 후 이화여대·중앙대·서울대·연세대 등에서 작곡 교수로 재직했다. 군악대와 금관악기계 발전에 힘써온 그는 제19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음악)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아노나 현악에 비해 그 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이들을 통해 국내 금관악기계는 토양을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1960~80년대에도 금관악기를 전공한 음악가들의 수는 적었다. 다른 악기에 비해 남성 음악가들의 비율과 비중이 높았던 것도 이점 아닌 이점이었다. 여성들이 결혼 후 가정에 집중했던 당시 상황에 비해, 금관악기는 애초부터 ‘남성적인 악기’로 인식되었는데, 사회적으로도 남성들의 활동이 많던 시기여서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그 힘을 모아 앙상블 활동을 이어갔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이 많다고 그 수준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사료들을 보면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은 한국 대표악단이었지만,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와 연주 수준이 늘 거론되었고, 연주 수준에 있어서 금관 파트에 대한 지적과 불만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2년 국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던 홍연택이 말러·브루크너·R. 슈트라우스 등 금관악기들이 활약하는 후기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면서 금관악기 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피아노와 현악계가 부지럽지 않게

이러한 역사를 토대로 금관 악기들은 발전을 거듭했다. 1961년 개설된 동아음악콩쿠르는 1985년에 트럼펫·호른·트롬본을 포함한 금관악기부를 신설했고, 1993년 설립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은 성인에 준해야 하는 신체적 조건을 지녀야만한다고 생각되던 금관악기군에 영재교육을 시행하여 조기교육의 속도를 당겼다. 1995년에는 제주국제관악제가 시작되기도 했다. 초대형 교향곡과 전곡 연주를 통해 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의 역할과 발전이 대두되었다. 오케스트라 군단 속의 ‘금관 사단’을 이끌 수 있는 지휘자들의 귀국과 진입은 금관악기군의 중요성에 조명을 비추는 계기가 되었다. 일례로 1999~2003년 부천 필하모닉의 말러 사이클은 금관악기계의 발전을 이끈 좋은 사례이다. 피아노와 현악의 경우 어린 나이부터 본토에서의 유학을 거친 뒤 국내에 안착한 좋은 교수진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오늘날 금관음악계도 이러한 우수한 인재의 유입과 교육을 통해 그 수준을 올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고, 한국음악계의 현악·목관계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등 금관음악계 속의 개별적인 노력들이 금관음악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고 끌어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호르니스트 김영률(1957~)의 기억 속 금관 역사와 선배

21세기로 들어선 지 어느덧 21년째인 지금,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또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는 한국 금관악기 연주자들의 이름들을 보며 그 옛날에 지금과 같은 금관 연주자의 활동들을 희망하며 최선을 다해 본인의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떠오른다.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교향악단이던 서울소년소녀교향악단이 창단되었고, 육영재단에서 지원한 최고 수준의 금관악기들을 어린 나이의 단원들이 편히 접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선생님들이 어린 단원들을 악기별로 가르치셨던 기억이 난다. 트럼펫의 정윤민 선생님, 튜바와 지휘를 담당하신 이종일 선생님, 트롬본의 추윤호 선생님, 호른의 신홍균과 이희철 선생님. 현재 금관악기계의 시니어라 할 수 있는 연주자들 다수가 이 교향악단 출신이라 생각한다.

1995년 여름, 제주도에서 제주의 관악주자들이 주축이 되어 제주국제관악제를 만들었고, 벌써 2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세계 일류 금관 주자들이 참가를 원하는 국제관악콩쿠르도 자리 잡았고, 콩쿠르의 국내외 입상자들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국제관악제가 국내 금관악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고 생각한다.

1961년, 서울대 음대에서 최초의 관악합주가 시작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마 대학 관악합주로는 국내 최초인 듯싶다. 당시 이재옥 선생님에 의해 시작되어 1990년 초까지 거의 30년간을 열정으로 이어졌다. 이 합주교육은 현재의 훌륭한 금관 연주자들을 키운 토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영률(서울대 교수)

 

 

 

 

 

 

 

 

 

 

 

 

 

 

 

 

PART3 ORCHESTRA

오케스트라의 금빛 기둥, 현역 단 5인 시원한 팡파르를 터뜨리는 모습으로 각인돼 있지만, 오케스트라의 금관 주자들에겐 섬세함을 발휘해야 할 임무도 주어진다. 국내 주요 악단들과 마카오 심포니에서 활약 중인 다섯 연주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관현악곡의 금관 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리라!

글 박찬미 기자

 

 

 

 

 

 

 

 

 

 

 

수원시립교향악단 호르니스트 이동곤

호른과의 첫 만남은? KBS교향악단 첼로 단원이셨던 고모부(이재규) 집에서 우연히 듣게 된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3번. 이 악기의 매력은? 호흡과 입술의 떨림이 소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19세기 초, 그리고 20세기 초, 두 번에 걸쳐 새로운 키가 장착되면서 더욱 역동적인 표현력도 갖추게 되었다.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한다면? 브람스의 호른 3중주 Op.40. 독주악기로서 호른의 면모부터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역할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악기와 나올 땐 지속음으로 뒷받침하고, 목관악기와 함께일 땐 음색과 리듬감을 더해주고, 다른 금관악기와 함께 등장할 땐 볼륨을 덧대주기도 한다. 호른의 몽환적인 음색을 느껴보고 싶다면 토마스 F. 던힐(1877~1946)의 ‘Cornucopia’를 추천한다. 수원시향 금관 파트를 소개한다면. 김대진 전 상임지휘자는 앙상블에서의 금관악기 역할, 정확한 아티큘레이션을 강조했고, 현재 악단을 이끌고 있는 최희준 지휘자는 음색에 조금 더 초점을 둔다. 이들을 포함한 전 지휘자, 단원이 조금씩 현재의 수원시향 금관부를 만들어왔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수원시향이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선보인다(8.19). 금관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코리안 브라스 앙상블에도 함께하며 새로운 금관 레퍼토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곧 연주회로 관객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이동곤(1976~)은 서울예고·서울대·이스트만 음대에서 수학했고, 금호영아티스트로 2000년 데뷔했다. 수원시향 수석, 코리안 브라스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남시립교향악단 트럼피터 김완선

트럼펫을 잡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보게 된 헨델 ‘메시아’ 공연. 무대를 압도하는 트럼펫의 에너지에 매료된 순간이다.롤 모델로 삼는 금관 연주자나 앙상블은? 모질 브라스는 연주자들이 직접 편곡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연주에 퍼포먼스를 결합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의 원초적인 즐거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단체다. 트럼펫의 숨겨진 매력은? 화려하고 큰 소리만 내는 악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따뜻하면서도 포근하고, 파워풀한 폭넓은 표현이 가능하다.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에서 다양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악장에서는 트럼펫의 날렵함을, 2악장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다. 4악장에서는 트럼피터 6인이 합창석에 등장해 장렬한 피날레로 음악을 이끈다.ㅡ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의 역할은? 폭넓은 사운드로 오케스트라를 감싸고 연결해준다. 그래서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우선시한다. 때로는 모든 악기의 울림을 뚫고 나갈 만큼 강렬하고 날렵한 음색도 소화할 수 있어야겠다. 이외 활동을 소개하자면?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퀸텟의 리더를 맡고 있다. 금관 실내악의 대중화와 금관악기의 발전을 위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완선(1978~)은 서울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데트몰트 음대를 졸업했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금관 5중주 부문 2위, 트럼펫 부문 3위(2004)에 입상했다. 현재 성남시향 수석을 맡고 있으며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퀸텟 리더로도 활동 중이다.

 

 

 

 

 

 

 

 

 

 

 

마카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트롬보니스트 이민환

고등학생 때 트롬본을 시작했다. 금관악기를 접하는 평균 연령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게 때문에 장시간 악기를 들고 연습하기엔 어린 학생에게 무리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롬본은 슬라이드를 끝까지 뻗을 수 있어야 하니 팔도 길어야 연주에 용이하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 악기군에 대한 인식도 영향을 주었을 테다. 그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해외 학교에서는 ‘1인 1악기 제도’가 운영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할 악기를 택해 배운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금관악기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다. 금관악기의 숨겨진 매력은? 편안함. 커피 한잔 하며 크리스티안 린드베리의 ‘일몰을 위한 노래(Songs for Sunset)’(BIS)를 들어보길! 베이스트롬본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찰스 버논의 ‘베이스트롬본을 위한 미국 음악’(Albany Records)을 추천한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택한 이유는?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트롬본 연주자는 단 1명만 필요하다. 그 희소가치가 이 자리에 더욱 목마르게 한 것 같다. 악단 이외 활동을 소개하자면. 최근 창단한 트럼펫(노민호), 베이스트롬본(이민환), 피아노(박민희) 편성의 트리오 모던하모니가 리사이틀을 갖는다.(7.28, 울주문화예술회관/8.25, 세종시 BOK 아트센터) 올 하반기에 여러 협연무대와 독주회도 예정돼 있다.

이민환(1984~)은 계원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보스턴 대학에서 수학했다. 미국 내셔널 이스턴 트롬본 콩쿠르 1위, 홍콩 슬라이더 아시아 트롬본 콩쿠르에서 1위했다. 2015년부터 마카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이스트롬본 상임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트롬보니스트 김태훈

금관악기와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1학년, 관악합주 공연을 보고 금관의 매력에 빠졌다. 곧 베이스트롬본을 추천받아 배우기 시작했다. 생소한 악기이기도 했고 트럼펫처럼 화려한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곧 낮은 음역이 나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꼈다. 트롬본의 색다른 매력은? 트롬본 앙상블 연주 후 한 관객은 “여리고 부드러운 소리에서 성스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화려하고 힘 있는 주제 뒤에 아주 여린 선율이 이어 나오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말 것! 4옥타브를 넘나드는 베이스트롬본의 기교를 만나보고 싶다면 작곡가 에릭 이웨이즌(1954~)의 협주곡을 권한다. 오케스트라 입단을 택한 이유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할 수 있다. 여러 지휘자와 협업하니 다양한 음색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악단과 별개로, 솔리스트로서의 기량도 능동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영감을 준 금관 연주자와 앙상블은? 시카고 심포니의 찰스 버논(1948~)은 테너·알토·베이스·콘트라베이스 트롬본까지 다루는 만능 연주자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저먼 브라스의 연주도 즐겨 듣는다. 금관악기로 표현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먼 브라스 추천 음반은 ‘바흐 온 브라스’(Berlin Classics). 특히 1~3번 트랙 ‘토카타와 푸가’의 호른 소리로부터 황홀경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1986~)은 한양대 음대를 졸업했고 제21회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제48회 동아음악콩쿠르, 제6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서울시향 베이스트롬본 단원이자 비루투오조 트롬본 앙상블의 단원으로 레퍼토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호르니스트 주홍진

호른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관악부에서였다. 선생님께서 입술과 치아 모양을 보시고 알토호른을 추천해주셔서 2년간 이 악기를 배웠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호른 전공을 결심했다. 말러 교향곡 3번에서와 같은 웅장함, M. 로리슨의 ‘오 위대한 신비여’ 금관 앙상블 버전에서 전해지는 따듯함과 부드러움까지, 다채로운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나의 롤모델은? 정영찬, 최경일, 이석준, 윤승호, 이동곤, 김홍박… 내 모든 스승이 롤모델이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 직접적으로 해외 문화를 배우기엔 한계가 있었으나 스승들께서 통로 역할을 해주셨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택한 계기는? 부천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처음 오케스트라 실연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 대학 입학 후, 국내 유수 악단들에서 객원 연주를 하면서 더 큰 애정으로 발전했다. 관현악을 위해 호른을 하고 싶을 정도로! 인천시향의 금관 파트를 자랑하자면? 고른 연령대의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다. 세대 간 이해와 협업으로 하모니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트럼펫 수석 양현호와 튜바 유영석 신입단원이 함께하게 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악단 외 활동을 소개하자면? 창단 6년 차인 뷔에르 앙상블과, 올해 2월 창단연주회를 한 코리안 혼 사운드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관현악, 앙상블과 더불어 독주회로도 관객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8월에는 여수국제음악제에서 베토벤 7중주 Op.20을 연주한다.

주홍진(1989~)은 제31회 부산음악콩쿠르, 제32회 한국음악협회 해외파견콩쿠르 등에서 우승하고, 제3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목관 5중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인천시향 수석, 뷔에르 앙상블, 코리안 혼 사운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PART4 NEW GENERATION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금관 주자 5인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차세대 금관 주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무대라는 텃밭을 가꿔왔다. 앞으로 금관이 대중에게 친숙한 악기로 다가가려면 더 좋은 기획도 함께해야 한다고 이들은 꼬집는다.

글 임원빈 기자

 

 

 

 

 

 

 

 

 

 

 

 

프랑스 로렌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트럼피터 김현호

악기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콩쿠르였다고? 트럼펫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트럼펫을 잡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트럼펫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한건 콩쿠르에 참가하면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1위라는 노력의 결실을 맛보고 나니 더욱 흥미가 생겨 악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2013년 서울시향의 바티브라스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파리 음악원에 진학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음악 교육은 어떤 차이가 있나? 바티브라스아카데미 수료 당시 이 아카데미를 이끌었던 알렉상드르 바티(라디오 프랑스 필 트럼펫 수석)의 추천으로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다. 한국은 일대일 수업인 반면, 파리 음악원은 마스터클래스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많은 학생 앞에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연주자의 장단점을 서로 공유함으로서 즉각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 연주자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던 무대는? 학생 때 서울시향 객원 단원으로 다양한 지휘자들과 연주했던 경험이 오케스트라 주자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객원 단원으로, 로렌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수석 주자로 무대 경험을 쌓고 있다.

김현호(1992~)는 서울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파리 음악원을 졸업했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2017), 이탈리아 치타 디 포르시아(2018)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그는 현재 프랑스 로렌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수석을 맡고 있다.

 

 

 

 

 

 

 

 

 

 

 

 

코리안 트롬본 콰이어·트롬본 프로젝트 더 서울 트롬보니스트 설용빈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일찍 악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관악부에 들어가면서 트롬본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고 중후한 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입단 당시 아직 폐활량이 적고 몸이 작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타악기 정도였다. 결국 지ㅌㅋㅌ휘자 선생님을 졸라 3학년이 되던 해에 트롬본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트롬본의 새로운 면모를 마주한 순간을 회상한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 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수석 단원 요르겐 판 레이언(1975~)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첫날 그가 독주회를 했는데 어린 나이에 연주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화려한 기교 속 넓은 음악적 해석이 나를 사로잡았다. 트롬본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의 연주에서 보았다. 트롬본은 슬라이드를 사용하기에 다른 악기에 비해 ‘느리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런 인식을 바꿔줄 음악을 추천해준다면? 영국 데렉 부르주아(1941~2017)의 트롬본 협주곡 Op.114를 소개하고 싶다. 트롬본계의 파가니니라 불리는 크리스티안 린드베리(1958~)를 위해 작곡된 작품으로 기교의 한계를 시험한다. 이 작품은 트롬본의 연주 기법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설용빈(1994~)은 선화예고·서울대를 졸업했다. 동아음악콩쿠르(2012), KBS한전음악콩쿠르(2019)에서 수상하고 코리안심포니에서 주체하는 ‘라이징스타’(2015)에 선정되어 주목 받은 바 있다. 현재 코리안 트롬본 콰이어와 트롬본 프로젝트 더 서울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베를린 필 카라얀 아카데미 호르니스트 유해리

호른은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가?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대원여자고등학교의 관악예술과를 알게 되어 처음 호른을 접했다. 늦게 지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악기가 호른이었지만 배워 나갈수록 호른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실내악 연주로 다른 악기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베를린 필의 카라얀 아카데미 입단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참가한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에서 베를린 필의 호른 단원 사라 윌리스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카라얀 아카데미에 입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을 계기로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초대해주어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할 기회도 얻었다. 연주가 점점 더 많아지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고민 중 하나는 ‘번 아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항상 모든 것을 연주나 콩쿠르에 쏟아 붓고 나면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들도 있다.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극복해 나가려고 한다.

유해리(1995~)는 연세대 학사·베를린 예술대 석사를 졸업하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실내악 석사 과정 중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2019), 카를 닐센 실내악 콩쿠르(2019),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코리안 트롬본 콰이어 트롬보니스트 박창원

아버지(박종세)도 수원시향의 트롬본 단원으로 있다. 트롬본을 시작하게 된 데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음악가여서 집 밖에서나 안에서나 언제나 음악으로 일상이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배운 악기는 피아노이지만 자연스레 트롬본을 잡게 되었다. 현재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인 제임스 마키에게 배우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인연이 깊다. 교향곡에서 찾을 수 있는 금관악기의 매력은? 금관악기는 주로 화려하고 파워풀한 악기로 생각되지만, 가령 브람스 교향곡 4번 4악장 중반부에 등장하는 트롬본의 투티처럼 푸근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만날 때 금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7번 역시 트럼펫의 고음과 트롬본의 저음이 탁월하게 사용된 작품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현재 보스턴 필하모닉에서 객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트롬보니스트 중에는 해외 악단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가 드물지만, 훗날 해외 오케스트라의 정식 단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박창원(1998~)은 뉴잉글랜드 음악원 학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홍콩 슬라이더 아시아 트롬본 페스티벌(2015), 제주국제관악콩쿠르(2016·2018) 등에서 입상했다. 현재 코리안 트롬본 콰이어 멤버로 활동 중이다.

 

 

 

 

 

 

 

 

 

 

 

 

 

독일 함부르크 음대 예비입학생 트럼피터 이현준

금관악기는 어렸을 때 접하기 어려운 악기 중 하나다. 악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금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양주 남문중학교에 입학하고 트럼펫을 처음 접했다. 여러 대의 금관악기가 함께 하나의 화음을 맞출 때 파이프 오르간을 뛰어넘는 웅장함과 따뜻한 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무대를 회상한다면? 2016년 참가한 부산음악콩쿠르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되었다. 과제곡인 타르티니(1692~1770) 트럼펫 협주곡으로 나의 약점인 고음 연주를 극복했던 콩쿠르였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좋아하던 블라디미르 페스킨(1906~1988)의 트럼펫 협주곡 1번을 처음 관객 앞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무대였다. 이 작품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대답하듯 저음의 포르테로 시작하는 트럼펫 소리가 인상적이다. 나에게 영감을 준 음악가? 저먼 브라스의 리더인 마티아스 호프스(1965~)를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왔다. 경지를 뛰어넘는 현란한 기교와 경이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음악가다. 늘 그에게 배우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제 이루어진다. 기대된다.

이현준(1998~)은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부산음악콩쿠르(2016), 동아음악콩쿠르(2018), 제주국제관악콩쿠르(2019), KBS한전음악콩쿠르(2020) 등에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독일 함부르크 음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PART5 BRASS ENSEMBLE

주목받는 금관 앙상블 5팀 수세기의 음악사에 금관 5중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70여 년 전이다. ‘현대음악’으로서 금관 앙상블은 자유롭고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우리의 귀를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다섯 금관 앙상블을 모았다. 각 팀의 리더가 말하는 금관 앙상블의 특징과 추천 레퍼토리까지 즐겨 보시길.

글 박서정 기자

 

 

 

 

 

 

 

 

 

 

 

 

 

비루투오조 트롬본 앙상블 김솔(리더·트롬보니스트)

현직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였다. 여기서 생기는 시너지가 있다면? 각자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 보니 만나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끝없이 나온다. 결성 동기는? 오래 알고 지낸 멤버들이 트롬본 4중주단을 결성하면서 자연스레 시작했다. 트롬본은 오케스트라에서 앙상블을 주로 담당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앙상블을 친숙하게 접하게 된다. 앙상블의 대표 레퍼토리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는 트롬본 앙상블의 아름다운 화음과 음색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우리 팀이 2015년 국내 초연한 다니엘 슈나이더(1961~)의 ‘Olympia’(2011)는 현대 트롬본 연주 기법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난곡이다. 트롬본으로만 가능한 독보적인 음악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좋은 앙상블을 만드는 방법은? 음색을 하나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음정은 물론이고, 음색, 텅잉이 통일되지 않으면 음악적 표현에 한계가 있어서다. 롤모델로 삼는 금관 앙상블이 있나? 독일 유명 오케스트라의 트롬보니스트로 구성된 트롬본 유닛 하노버는 연주력과 레퍼토리 소화력, 편곡 등 여러 방면에서 현재 금관 연주단체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트롬본 8중주는 다소 생소한 편성이다. 활동에 어려움은 없는지? 레퍼토리 선정이 가장 까다로운 문제다. 금관악기를 위한 작품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항상 새로운 곡으로만 음악회를 구성할 수는 없다. 연습보다 레퍼토리 구성과 편곡에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곤 한다. 국내 금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 한마디. 청중이 금관악기를 어색해하는 이유는 피아노나 현악기에 비해 무대를 접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무대가 많아지길 바란다.

2007년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 트롬본 연주자가 모인 4중주단으로 결성했다. 2014년부터 8중주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멤버는 김솔(인천시향)·경홍수(수원시향)·신승현(인천시향)·차태현(부천필)·홍승준(원주시향)·최유덕(수원시향)·정래훈(경기필)·김태훈(서울시향)으로 구성된다. 음악감독은 서영진(한국음악대학 관악협회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의전당 등에서 10여 회가 넘는 정기연주회를 개최했으며, 국내 연주단체로는 최초로 트롬본 4중주 앨범을 발매하고, 1971년 설립된 미국의 트롬본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브라스 아츠 서울 이지훈(리더·트럼피터)

팀을 결성한 계기는? 주된 동기는 2013년 열린 제8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입상 이후 멤버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학업과 연주를 하면서도, 팀 활동에 애착을 갖고 크고 작은 연주를 함께하다 보니 어느덧 창단 9년째를 맞았다.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은? 시작부터 콩쿠르를 위해 결성된 팀인 만큼, 대중적인 레퍼토리보다는 경연에 적합한 금관 5중주 레퍼토리를 주로 연습했다. 지금도 고음악처럼 학구적인 레퍼토리를 선호한다. 금관 5중주는 다른 실내악 편성에 비해 역사가 짧다. 최초의 금관 5중주는 장 프랑수아 벨론(1795~1869)의 1848년 작품으로, 불과 17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덕분에 어떤 레퍼토리를 하더라도 음악적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반면,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 대작곡가의 레퍼토리를 모두 편곡에 의존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본받고 싶은 금관 앙상블은? 캐나디언 브라스가 금관 앙상블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면, 같은 시기에 활동한 엠파이어 브라스는 학구적인 금관 5중주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데 앞장섰던 팀이다. 금관악기의 매력이 잘 드러난 레퍼토리를 추천해 달라.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알프스 교향곡’은 작은 음량으로 여리고 세밀하게 연주해야 하는 부분부터 클라이맥스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함까지 금관악기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하기에 좋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에도 금관악기의 풍부한 음색이 잘 드러난다.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했던 브루크너가 금관 섹션의 투티 부분을 마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직선적 선율처럼 표현한 점도 감상 포인트다. 우리나라 금관계를 전망한다면? 최근 해외 정상급 콩쿠르와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목표로 하는 뛰어난 학생도 많기에,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2년 창단한 금관 5중주단으로, 멤버는 이지훈(트럼펫)·정태진(트럼펫)·조현준(호른·전주시향)·최유덕(트롬본·수원시향)·유경석(튜바·인천시향)이다. 2013년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금관 5중주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하고, 제4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대상(2015)을 받았다. 2015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초청 연주회를 가졌으며, 여러 차례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오는 9월 15일에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해설이 있는 11시 콘서트’를 진행한다.

 

 

 

 

 

 

 

 

 

 

 

 

 

코리안 트럼펫 앙상블 백향민(리더·트럼피터)

멤버 간 우정이 각별하다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자, 입시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사이다. 결성 동기는? 창단 당시 국내에 전문적인 트럼펫 앙상블이 없었다. 트럼펫의 ‘반전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사운드를 보여주자는 목표, 함께 성장하며 평생 음악을 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창단했다. 반전 매력이라면? 나팔 모양에 빗금을 그어놓은 ‘소음 금지’ 표지판이 있을 만큼 트럼펫은 강력하고 힘찬 소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이 또한 금관악기로서 중요한 요소이나, 트럼펫은 목관악기의 섬세함과 현악기의 긴 프레이즈, 성악가처럼 멀리까지 전달하는 울림을 모두 갖춘 악기이기도 하다. 트럼펫 앙상블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울림 있는 따뜻한 소리. 날카로운 금관 앙상블이 아니라, 오르간 소리처럼 들리게 하는데 필수적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정기연주회는 유료 관객만으로 매진을 기록했다고. 이제는 금관 앙상블도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 특히 영화음악에서 금관 5중주가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이 주효했다. 멤버들과 뜻을 모아 공연 수익금 일부를 독거노인을 돕는 데 기부하고,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롤모델로 삼는 팀이 있는지? 독일의 음대 교수진과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구성된 저먼 브라스. 언젠간 이 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연주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추천하는 금관 레퍼토리는? 바흐 오르간 협주곡 BWV972를 비발디가 편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저먼 브라스의 리더 마티아스 호프스(트럼펫)가 연주하면서 트럼펫 협주곡으로 사랑받게 됐다. 국내 금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레퍼토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편곡의 중요성을 늘 느낀다. 호흡의 길이나 음역 등 금관악기의 특성에 맞는 편곡이 드물다. 악기를 가장 잘 아는 연주자들이 교육을 받아 직접 편곡한다면 더 좋은 레퍼토리, 더 좋은 공연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1992년생 동갑내기 트럼펫 연주자가 모여 2014년 창단했다. 에투알 트럼펫 앙상블이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다, 2021년 코리안 트럼펫 앙상블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곽재호·김상민·김현호(로렌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남관모·백향민(한경필하모닉)·차창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멤버 각각이 이탈리아 포르치아 금관 콩쿠르 입상, 독일 ARD 콩쿠르 본선 2차 진출,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우승하는 등 솔리스트로서의 역량도 뛰어나다.

 

 

 

 

 

 

 

 

 

 

 

 

 

서울 체임버 브라스 박상범(리더·트럼피터)

모두 서울대 동문인데, 튜바 주자만 도쿄대 음대 출신의 일본인인 점이 독특하다. 어떻게 팀이 꾸려졌나? 넷은 학교의 금관 5중주·관악합주·앙상블 수업에서 함께 연주할 기회가 많았다. 각자 유학 기간이 끝나고서야 팀을 구성했는데, 문제는 튜바 멤버였다. 당시 KBS교향악단에 막 입단한 노리토 우수이가 앙상블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섭외에 나섰다. 팀의 강점은 무엇인가? 한국·일본·독일·미국·프랑스 등 서로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다섯 명이 모였다. 한 가지 색을 고집하지 않고, 모두의 의견을 조합해 다채롭게 표현하고자 한다. 금관악기는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통념이 있다. 팡파르, 기상나팔 같은 소리를 떠올리곤 하는데, 차가워 보이는 금관악기의 벨에서 나오는 따뜻한 울림을 알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금관 앙상블의 기초는 무엇인가? 이론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기술적인 연습은 그다음이다. 예컨대, 장3화음일 때와 단3화음일 때 좋은 울림을 만드는 음정의 높낮이, 성부간의 밸런스 등을 숙지한 상태에서 연주에 들어가야 한다. 금관 5중주는 표준 레퍼토리가 많지 않은 대신, 자유롭게 편곡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공연 레퍼토리를 편곡할 때 중점에 두는 것은? 다섯 명의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는 곡과 더불어 각 악기가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독주곡처럼 구성한다. 관객이 각 악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관 레퍼토리를 추천하자면? 러시아 작곡가 라인홀트 글리에르(1875~1956)의 호른 협주곡은 서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호른의 매력이 잘 느껴진다. 생김새만 러시아인인 호른 멤버 이세르게이의 추천곡이다.(웃음)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금관악기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를 희망한다. 열정 있는 연주자들이 현실의 벽에 음악을 그만두지 않도록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금관 앙상블을 꿈꾸며 2017년 창단했다. 배재혁(트럼펫·부천필)·박상범(트럼펫)·이세르게이(호른·서울시향)·차태현(트롬본·부천필)·노리토 우수이(튜바·KBS교향악단) 등 주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금관 연주자들이 모였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며, 스토리텔링을 위한 연주 구성과 공연 기획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진취적인 팀이다. 오는 12월 1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여러 오페라의 아리아를 금관악기로 노래한다.

 

 

 

 

 

 

 

 

 

 

 

 

 

조이 오브 브라스 퀸텟 이초희(리더·트럼피터)

젊은 연주자들이 모인 신생 금관 5중주단이다. 팀 자랑을 해 달라. 오르간처럼 풍부한 화성, 웅장하고 성스러운 금관의 소리를 전하는 팀이다. 빠른 음악보다 느린 템포의 음악에서 우리의 진가가 드러난다. 금관 5중주에서 가장 유의하는 점은? 아무래도 화음이다. 각 음정의 화성이 완벽히 들어맞을 때 팀워크를 느낀다. 오랜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금관 5중주는 비교적 근래에 등장한 편성이다. 이로 인한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기존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편곡을 통해 우리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금관 5중주 작품은 현악 4중주처럼 유명한 작곡가가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음악 작곡가의 곡인 경우가 많아서 악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해외에서 주문하고, 새로운 악보가 나왔는지 주기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금관 앙상블이 있나? 7명으로 구성된 오스트리아의 모질 브라스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곡을 암보한 채로 연주와 코믹한 표정 연기, 퍼포먼스를 동시에 해내는 팀이다. 금관악기를 위한 곡을 추천해 달라. 아르메니아 작곡가 알렉산더 아르투니안(1920~2012)의 트럼펫 협주곡 A♭장조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다음으로 자주 협연되는 곡이다. 인트로의 정열적인 웅장함, 리드미컬한 빠른 전개, 컵 뮤트(약음기의 일종)의 몽환적인 멜로디, 카덴차에서 보여주는 테크닉까지 트럼펫의 모든 매력이 한데 모여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양대 음대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2018년 창단한 금관 5중주단이다. 멤버는 이초희(트럼펫)·우주엽(트럼펫)·홍혜진(호른·부산시향)·손무정(트롬본)·김태희(튜바)이다. 제8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대상(2019)을 수상했고, 제14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가했다. 2019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으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는 10월 22일에는 서초실내악축제에서 관객과 만난다.

 

PART6 BRASS FESTIVAL

 

 

 

 

 

 

세계의 금관 음악 페스티벌 세계 곳곳에서 관악을 위한 축제들이 개최되고 있다. 20여 년 역사를 토대로 국제적 입지를 확보한 제주국제관악제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핀란드, 러시아, 일본의 금관 축제들, 그리고 국경 너머로 관중을 찾아가는 축제들까지 이번 지면에서 소개한다.

글 박찬미 기자

매해 여름, 제주는 제주국제관악제와 함께 금빛 선율로 물든다. 1995년, 제주 출신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축제는, 야외연주가 용이한 관악의 특성과 제주의 독특한 자연을 결합해 국내 대표 관악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스물여섯 번째 막을 올리며 축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간 8월에 집중 개최해 온 행사를 여름과 겨울, 두 시즌(8.8~15, 12.3~7)으로 나누어 연중 상설화한다.

여름 시즌은 국내 음악가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 최나경(플루트)·윤성영(오보에)·브랜든 최(색소폰)·김형주(호른)와, 대전시향 수석을 역임한 임승구(트럼펫)·부산시향 수석 정선화(트롬본) 등 연륜 있는 음악가들이 함께한다. 목관 5중주와 금관 빅밴드 편성을 아우르는 앙상블 P&S와 더불어, 브라스피플, 코리안윈드오케스트라, 코리안트롬본콰이어 등이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겨울 시즌에는 트럼펫·테너트럼본·호른·튜바에 이르는 해외 금관 연주자들도 합류한다. 한편, 제주돌문화공원, 사려니숲길 등을 배경으로 한 관악 공연을 영상화해 축제의 고유함을 바다 건너로 전할 계획이다.

축제 기간에 걸쳐 제16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도 열린다. 2000년 창설 이후 짝수 해에 유포니움·베이스트롬본·튜바·타악기 부문이, 홀수 해에 트럼펫·호른·테너트롬본·금관 5중주 부문이 실시되고 있다. 그간 김홍박(호른/2000), 성재창(트럼펫/2006), 질 로차(유포니움/2014), 타카히로 스즈키(베이스트롬본/2018) 등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올해는 8월 예선을 거쳐 12월 결선이 치러진다. 관악곡에 대한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관악합주 레퍼토리를 확장하기 위한 제1회 제주관악작곡콩쿠르도 개최된다.

국내 폭염 최다 지역으로,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진 대구에서도 매해 여름 대구관악축제(9.26)가 열린다. 폭포수와 같은 관악으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겠다는 취지다. 팬데믹의 여파로 지난해부터는 하루 동안의 짧은 축제로 관객을 맞고 있다. 올여름에도 11회 축제가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개최된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추후 공개된다.

지구상 관악인들을 위한 자리는 많다!

세계 곳곳에서도 관악 애호가들을 위한 축제가 개최된다. 콘서트는 물론, 세미나와 워크숍, 마스터클래스 등을 아우르는 축제는 관객과 아마추어 연주자, 학생과 전문 연주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하고 있다. 1981년 출범한 세계협회관악제(WASBE)는 관악인들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국경을 벗어나면 관악 레퍼토리도 넓어진다”라는 신념 하에, 격년제로 국가를 달리하며 개최되고 있다. 오는 2022년 7월 개최될 행사는 체코 프라하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편, 최근 제2회 WASBE 작곡 콩쿠르를 개최하며 관악 레퍼토리의 확장을 도모하기도 했다.

국제트롬본협회에서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트롬본 페스티벌 역시 개최국이 매해 바뀐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축제는 미국 조지아주의 도시 콜럼버스에서 지난 7월 열렸다. 각국의 유명 교향악단의 트롬본 주자와 솔리스트, 유명 앙상블이 매일 리사이틀을 열었고 마스터클래스, 콩쿠르와 더불어 악기 박람회도 개최됐다. 한국의 비루투오조 트롬본 앙상블도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이 축제에 초청받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열린 축제 성공 기원 음악회에 참여해 세계 곳곳에 비루투오조 트롬본 앙상블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의 시원한 기운이 함께하는 자메단 브라스 위크은 지난 7월 열 번째 축제를 개최했다. 스위스 군악대부터 사우스 브라스, 베니 브라운 브라스, 그리고 몇 차례의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이름을 각인시킨 저먼 브라스 등의 금관 앙상블이 참가했다.

폴란드 중서부의 지엘로나구라 주에서는 코르노 브라스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지역 출신의 두 호르니스트가 뭉쳐 2017년 창설했으며 독일 국경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두 나라의 연주자들과 교육자들을 아울러 초청해왔다. 올해 축제는 8월 16~21일에 걸쳐 개최되며, 워크숍은 호른·트럼펫·트롬본·튜바 네 악기로 열린다. 호르니스트이자 요가 강사인 리네 스코메달이 이끄는 요가 트레이닝 워크숍도 마련된다.

단풍이 금빛으로 물들 10월 한 달간, 독일의 산간 지역인 자우어란트에서 자우어란트의 가을 브라스 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해 축소된 규모로 열렸던 아쉬움을 올해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달랠 예정. 덴마크 왕립 군악대, 베네수엘라 브라스 앙상블, 캐나디안 브라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트롬본 콰르텟 등 화려한 라인업의 콘서트 20회가 기대감을 조성한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다섯 개 관악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마라톤 콘서트와, 자우어란트 지역 음악가 300인으로 구성된 특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세계초연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도시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브라스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2018년부터 매해 6월 펼쳐진 축제는 연주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공연을 펼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여섯 금관 앙상블이 개방형 이층 버스에 올라 도시를 순회했다.

핀란드 리엑사에서 열리는 리엑사 브라스 위크는 북유럽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금관 축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무대 삼은 야외 콘서트가 축제의 명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안식년을 보내고, 내년 7월 22~29일 관객을 맞을 계획이다. 축제와 함께 제5회 호른 콩쿠르도 열린다. 1차 본선에서는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에사 페카 살로넨의 ‘호른을 위한 콘서트 에튀드’가 지정곡으로 등장한다.

중유럽 슐라트밍 페스티벌 역시 내년 7월 12~17일에 찾아온다. 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오스트리아의 관악제다. 세계 각국에서 온 단체들이 전통과 개성이 담긴 행진을 선보이는 ‘슐라트밍 타투’는 플라나이 스타디움을 꽉 채우는 축제의 트레이드마크다.

러시아 군악제는 모스크바 창건 기념일인 매해 9월 첫째 주, 붉은광장에서 개최된다. 군악대 퍼레이드부터 클래식 음악, 민속음악,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공연, 레이저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지난 12년간 54개국의 160여 단체가 거쳐 갔으며, 2019년에는 50만 관객을 동원한 대규모 행사다. 14회를 맞은 올해 축제는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러시아의 군악대들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하마마쓰 관악 아카데미&페스티벌과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이 관악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야마하 악기사가 탄생한 음악 도시로, 수많은 악기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하마마쓰에서는 1995년부터 하마마쓰 관악 아카데미&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참가 학생들은 공연 기회는 물론 하마마쓰의 관악기 공장 견학 기회도 얻는다. 제27회 축제를 오는 8월 중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팬데믹의 여파로 취소됐다.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으로 관객을 만난다. 1990년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축제는 원래 삿포로에서 여름 한 달간 개최되었지만 이번엔 규모 축소가 불가피했다. 미국과 유럽에 거점을 둔 축제 교수진들은 온라인 콘서트를 갖고, 아카데미 프로그램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대면 공연은 일본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PMF 2021 오케스트라가 이끈다.

 

 

제주국제관악제 jiwef.org

세계협회관악제 wasbe.org

인터내셔널 트롬본 페스티벌 trombonefestival.net/festival

자메단 브라스 위크 brassweek.com

코르노 브라스 뮤직 페스티벌 corno.pl

자우어란트의 가을 브라스 페스티벌 sauerland-herbst.de

베를린 브라스 페스티벌 berlinbrassfestival.de

리엑사 브라스 위크 lieksabrass.com

중유럽 슐라트밍 페스티벌 mideurope.at

러시아 군악제 spasstower.ru

하마마쓰 관악제 hamamatsuwindacademy.com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 pmf.or.jp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