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예술 분야 신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1월 22일 9:00 오전

신간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타마르의 복수

 

 

 

 

 

 

티르소 데 몰리나 저 ┃ 김선욱 역

16,800원 ┃ 지만지드라마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1547~1616)의 ‘돈키호테’는 스페인을 ‘기사의 나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다른 스페인 문학 작품들을 가려버렸다. 그러나 17세기 스페인은 문화의 황금기였고,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티르소 데 몰리나(1579~1648)가 있었다. 그의 희곡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타마르의 복수’가 우리말로 번역됐다. 사제였던 그는 역사와 신학에 정통했고,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2대 왕 다윗과 그의 가족사를 토대로 희곡을 집필했다. 역사와 허구 사이를 넘나드는 ‘타마르의 복수’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 희곡의 주인공 타마르는 다윗의 이복 여동생으로, 복수를 통해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 당대 스페인 사회가 매우 가부장적이었다는 점에서, 파격 그 자체였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저

15,000원 ┃ 메이트북스

 

클래식 음악 현장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한 김호정이 클래식 음악 입문서를 발간했다. 그는 2008년 뉴욕 필 평양 공연을 취재한 유일한 국내 음악 기자이며 현재는 오디오 콘텐츠 ‘고전적 하루’, JTBC의 동영상 ‘헤이뉴스-헤이 클래식’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요즘 콘서트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목으로 예술가들의 무대 공포증·왼손 피아니스트들의 세계 등을 소개하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인생을 통해 음악을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현대 음악가들의 이야기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줄 만한 친절한 답이 실려 있다. 특히나 그가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취재담을 풀어놓아 흥미를 더한다.

 

클래식 칸타타

 

 

 

 

 

 

마쓰다 아유코 저 ┃ 안혜은 역

15,000원 ┃ 올댓북스

 

여전히 누군가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 이에 쉽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는 작곡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들과 함께 작곡가들의 인생사를 다뤄 클래식 음악과 낯을 가리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특히 입문자들을 위한 ‘클래식 상식 사전’을 집필했던 저자 마쓰다 아유코의 구력이 빛난다. 하이든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린 군중으로 군대가 출동했던 소동, 베토벤의 음악 인생을 바꾼 하나의 글, 브람스가 임종 직전에 고른 제일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 등을 소개하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장르와 주요 악기·제목을 읽는 방법과 같이 클래식 음악의 기초를 설명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100여 컷의 사진과 명곡이 삽입된 영화와 노래 소개 등이 책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쇼팽의 낭만시대

 

 

 

 

 

송동섭 저

22,000원 ┃ 뮤진트리

 

우리는 쇼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하기보다 듣기를 선택했다. 우리는 간혹 그가 친구에게 남긴 편지로 그의 속마음을 알 뿐이다. 그런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책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 쇼팽의 삶과 음악을 풀어낸다.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던 조르주 상드(1804~1876)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파리에서 만난 후원자 제임스 로스차일드, 말년에 함께한 누이 루드비카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저자 송동섭은 현재 음악연구소 크로매틱스케일의 소장을 맡고 있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계와 국제기구에도 몸담은 바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일상에서 찾는 음악적 영감

 

맛있게 클래식

 

 

 

 

 

 

유승연 저

16,000원 ┃ 파롤앤

 

미식가였던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1792~1868)는 말년에 작곡보다 요리와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가 빗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부침개를 떠올리는 것을 생각해볼 때, 작곡가들에게도 음식은 영감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우리 일상 속 ‘음식’과 클래식 음악을 연결하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저자는 사계절을 따라 각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과 음악을 소개한다. 봄에 열리는 러시아의 전통축제 ‘마슬레니차’ 기간에 먹는 러시아식 팬케이크 ‘플리니’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결혼식의 웨딩 케이크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식이다. 일상에서 접한 음악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이를 음식과 연결하는 저자의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QR코드가 함께 첨부되어 있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글 김민주 수습기자

 

책 속으로

#봄 #19쪽 #깊이에의 강요

봄날에 마주하는 친구의 연주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것은 세상이 강요하곤 하는 ‘깊이’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여전히 어떤 기준에서는 깊이가 없고, 종종 길을 잃기도 하고, 상처입고 헤매는 얕은 존재들이니까. 와인을 공부하고, 멋진 음악회를 다니고, 근사한 식탁으로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늘 마음에 들어앉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의 사람 냄새, 좋았던 시간들의 향기, 그냥 그 시간에 흐르던 음악과 따뜻한 음식 한 접시다. 그리고 다정하게 나눈 이야기, 두고두고 꺼내 읽는 책 한 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어떤 순간들이다. ‘깊이’에 대해서는 그거 각자 두고두고 열심히 채워 가면 된다.

 

#여름 #119쪽 #5분 음악, 5분 요리

세기의 명연주자도 눈치를 보았었다. 그리고 눈치보며 내놓은 작품들은 이제는 무대에서 앙코르곡으로 가장 많이 연주될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들이 되었다. 쉽고 짧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은 특정 애호가만의 것이 되기엔 아갑고 아름답다. 그리고 다행히 아주 많다. 듣다보면 어느 날은 40분짜리 교향곡에도 마음이 열릴 일이다. 어느 날은 다시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소품을 들으며 수수한 식탁을 차릴 수도 있다.

 

#가을 #125쪽 #홀로 추는 춤

이왕이면 한창 제철을 맞은 어여쁜 무화과나, 붉은빛이 고운 사과가 좋겠다. 허브가 푸릇푸릇 들어간 크림치즈도 양껏 바르고, 양파도 갈색이 나도록 나른나른 볶아 함께 얹어야겠다. 이 가을,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 나를 위해 지은 예쁜 음식과 바흐의 멋진 춤곡, 책꽂이가 허술하도록 빼내 읽는 책들과 더위가 가신 가을 산책길이 있다면, 이보다 더 근사할 것이 무엇일까. 어린 카잘스는 낡은 책더미 사이에서 평생의 동반자가 될 삶의 안내서를 집어 들었다. 소년의 마음이 되어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은 계절, 어김없이 다가온 이 가을에, 소년처럼 삶의 또 다른 길잡이를 홀로 발견해 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가을 #169쪽 #동반자, 그 환상의 파트너

이렇게 세상의 많은 것들이 서로 어울리는 짝이 있다. 물론 어느 한 조합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의 연주와 뜨거운 연애와 같다면, 리히테르와 함께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는 깊고 묵직한 한 권의 철학책과도 같았다. 제럴드 무어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겨울 나그네’가 너무 완벽해서 먹먹했다면, 브렌델과 함께 한 피셔디스카우는 보다 자유롭고 로맨틱했다. 음악처럼 친구처럼 사람들처럼, 음식도 궁합이 맞는 짝이 있는가 한다. 소박한 것들도 제 짝을 제대로 만나면 조금 더 제구실을 해내는 걸, 그 오랜 세월을 보내고서야, 배려 없는 수천 번의 식탁을 차리고서야, 조금씩 더 알아간다. 때로는 작은 부엌도 이렇게 우주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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