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화제의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1월 1일 9:00 오전

RECORD
화제의 신보

여러 버전으로 새로 태어나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 세 가지 버전

밤베르크 심포니/야쿠브 흐루샤(지휘) Accentus Music ACC30533 (4CD)

 

생상스 죽음의 무도’ 

파니 클라마지랑(바이올린) Naxos 8574314

만족을 모르는 작곡가들은 자신의 악보를 가만두지 않았다그렇게 탄생한 걸작은 다른 작곡가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브루크너 교향곡 4번의 세 가지 버전을 모두 녹음한 앨범과 올해 서거 100주기를 맞은 생상스의 음악을 편곡한 작품만 모은 앨범이 출시됐다.
브루크너(1824~1896)는 유난히 발표한 작품의 개정이 잦았다이 때문에 후대 연구자들은 악보를 버전별로 정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야쿠브 흐루샤(1981~)와 밤베르크 심포니는 교향곡 4번 낭만적의 초판인 1874년 버전, 1878~1880년 버전, 1889년 출판 버전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흐루샤는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각 버전에 대해 청중이 자신만의 의견과 선호를 형성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세 버전을 차례로 감상하며 브루크너의 판단이 옳았는지 함께 따라가 보자.
생상스(1835~1921)는 편곡은 단순한 축약이 아닌어떤 여건에서라도 작품의 온전한 정신을 오롯이 담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파니 클라마지랑(바이올린)과 반야 코헨(피아노)의 앨범에선 편곡에 대한 생상스의 신념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다른 작곡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생상스의 대표작인 교향시 죽음의 무도를 작곡가 자신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편성으로 편곡한 작품을 비롯해 비제와 이자이가 편곡한 생상스의 작품이 수록됐다
박서정

가족이라는 앙상블

뮤즈

세쿠 카네 메이슨(첼로)/ 이사타 카네 메이슨(피아노) Decca 4851630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3중주 1·2번 외

트리오 메트랄 La Dolce Volta LDV81

카네 메이슨()가 국내에 알려진 건 지난해 데카에서 발매한 가족 음반 동물의 사육제’ 때문일 테다카네 메이슨의 일곱 남매는 모두 음악을 하는데맏이 이사타(피아노/1996~)는 작년 클라라 슈만의 작품들로 이뤄진 데뷔 음반 로망스를 발매했다. 19세에 영국 해리 왕자 결혼식에서 축가를 연주해 주목받은 세쿠(첼로/1999~) 역시 지난해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와 엘가의 작품을 연주한 음반을 선보인 바 있다코로나 때문에 연주 활동이 힘들어진 후 이 남매는 지속적으로 스튜디오 녹음에 열정을 쏟고 있다남매가 함께한 듀오 신보에는 바버와 라흐마니노프가 첼로 소나타를 위해 남긴 주요 곡을 담았다.
한편 프랑스 출신의 메트랄()도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삼남매인 조셉(바이올린), 저스틴(첼로), 빅터(피아노)가 결성한 트리오 메트랄은 빈에서 열린 하이든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이목을 끌었다이들은 파리 음악원에서 석사를 취득했고현재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파리 음악원의 미셸 달베르토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그간 이 트리오는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도전해왔다이번 신보에는 나치에 의해 가족이 죽으며 홀로 소련으로 도망친 바인베르크(1919~1996)의 피아노 3중주쇼스타코비치가 겨우 16세에 작곡하여 연인에게 헌정한 피아노 3중주 1전쟁으로 사망한 친구를 위해 작곡한 2번을 담아 처연한 슬픔을 녹여냈다장혜선

카운터테너, 또 다른 목소리

플랑크 ‘À sa guitare’ 

필리프 자루스키(카운터테너)/ 티바웃 가르시아(클래식 기타) Erato 9029500570

아니마 아르테르나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카운터테너)/ 프란체스코 코티(지휘)/일 포모 도로 Erato 9029674390

카운터테너는 가성으로 여성 음역을 구사하는 가수다이들의 음색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곡가들의 노래를 만나볼 수 있는 음반이 발매되었다.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1978~)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티바웃 가르시아(1994~)와 첫 듀오 앨범을 발매했다프란체스카 카치니(1587~1640)의 알고자 하는 자를 시작으로 바르바라(1930~1997)의 샹송까지 400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폭넓은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소프라니스트는 변성기가 지나서도 가성을 쓰지 않고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자 가수를 지칭한다소프라니스트 파브리스 디 팔코의 연주를 들으며 꿈을 키웠던 자루스키는 권위 높은 프랑스의 음악상인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Victoires de la musique)를 2004년부터 쉬지 않고 받아온 실력파 성악가이다.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1990~)는 프란체스코 코티/일 포모 도로와 함께 18세기의 성스러운 아리아와 모테트에 집중한다앨범 제목 아니마 아르테르나(Anima Aeterna)’는 라틴어로 영원한 영혼을 의미한다헨델의 성가 알렐루야 아멘’ HWV 269를 포함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얀 디스마스 젤렌카(1679~1745)의 기뻐하라’ ZWV90, 프란시스쿠 안토니우 드 알메이다(1702~1755)의 오라토리오 라 주디타(La Giuditta)’ 중 너그러운 신(Guisto Dio)’ 등을 신보에 담았다. 임원빈

국악기와 친구들

운김

정미정(아쟁)/박순아(가야금)/곽재혁(피리)/ 김성배(더블베이스)/권혁우(기타) 외 Ales Music ALES7039

세 번째 환생()

김효영(생황)/조윤성(피아노)/ 에르완 리처드(비올라)/박노을(첼로) 외 사운드리퍼블리카 디지털 발매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이라고 했을 때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서양악기다반면 한국의 전통악기인 국악기는 절벽에 홀로 서 있는 고고한 소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한 이미지가 연상된다그러나 이를 깨고 다양한 악기와 협업을 시도한 신보가 나왔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이수자인 정미정은 가야금피리타악기일렉트로닉 음악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악기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음원을 기획했다음반의 제목 또한 여럿이 함께할 때 우러나오는 기운이라는 뜻의 운김으로 지었다이번 앨범에서는 단절과 갇힘의 시간을 지나 생명력 있는 봄으로의 부활을 표현하고자 했다이로써 지난한 단절의 시간이 끝날 희망이 보이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나타냈다.
생황 연주자 김효영은 그가 10년간 활동하면서 만난 여러 음악가와의 작업물을 모은 앨범 세 번째 환생()’를 선보인다조윤성(피아노에르완 리처드(비올라박노을(첼로등과 자작곡 상주를 비롯박경훈·배동진·박승원(작곡), 후안 파블로 호프레(반도네온·작곡)의 작품을 신보에 수록했다한편 이번 앨범은 2011년 두 번째 음반 향가’ 출시 이후 10년을 돌이켜보는 동시에 지금까지 객석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표시하는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김민주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에디션

마리스 얀손스(지휘)/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합창단/ 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요한 보타(테너) 외 BR KLASSIK 900200 (57CD, 11SACD, 2DVD)

라트비아 출신의 지휘계 거장 마리스 얀손스는 지난 2019년 심장질환으로 향년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그는 2003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해 그가 생을 마감하는 해까지 지휘대를 지켰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자체 레이블(BR KLASSIK)을 통해 그의 초상을 70장의 음반으로 기록한 전집 박스 세트를 선보인다이번 음반에는 하이든부터 미사토 모치즈키(1969~)까지 총 42명의 작곡가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그중에서도 베토벤·브람스·말러 교향곡 전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3~9번이 주목할 만하다얀손스의 생전 미발표 음원도 포함되어 있다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비롯해 차이콥스키 R. 슈트라우스의 리허설 현장도 음반으로 만나볼 수 있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외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빈 필하모닉/ 엘리나 가랑차(메조소프라노) C major 805108, 805204 (Blu-ray)

크리스티안 틸레만(1959~)은 현재 독일어권 최고의 인기 지휘자다그는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에 집중하는데변화무쌍한 템포와 숙련된 강약 조절로 자신만의 독일 사운드를 창조해낸다. 2020년 100주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여름 음악제에서는 텔레만이 빈 필하모닉의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지휘했다라트비아의 카리스마 넘치는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1976~)는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을 노래해 찬사를 받았다.

 

라모 플라테

마르셀 베크만(플라테)/제니 드 비크(폴리에)/ 로버트 카슨(연출)/윌리엄 크리스티(지휘)/ 레자르 플로리상/아르놀트 쇤베르크 합창단 외 C major 804708 (2DVD), 804804 (Blu-ray)

라모(1683~1764)는 바로크 시대 프랑스 궁정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다대부분 진지한 작품을 썼지만 플라테만큼은 배꼽 빠지는 희극이다못난이 개구리 플라테가 구애를 받고 기고만장해하지만이 모든 것이 장난이었음이 밝혀진다는 이야기다오페라 연출가 로버트 카슨(1954~)은 무대를 현대의 고급식당과 연회장으로 바꾸어 재미를 더했다여성으로 변장한 네덜란드 테너 마르셀 베크만(플라테)의 열연과 소프라노 제니 드 비크(폴리에)의 절창이 돋보인다.

 

바그너 지크프리트

마르틴 일리에프(지크프리트)/크라시미르 디네프(미메)/ 비세르 게오르기에프(알베리히)/플라멘 카르탈로프(연출)/ 파벨 발레프(지휘)/소피아 오페라 오케스트라 Dynamic 37899 (2DVD), 57899 (Blu-ray)

바그너(1813~1883)의 인생 역작이자 오페라 역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3부 지크프리트’ 실황 영상이다. 1908년 설립 이후 베이스 니콜라이 기아우로프소프라노 게나 디미트로바 등을 키워낸 불가리아 국립 오페라가 공연했다모든 출연자와 제작진이 불가리아인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며불가리아를 대표하는 바그너 테너 마르틴 일리에프가 지크프리트 역으로 참여했다.

 

하이든 천지창조

한나 엘리자베트 뮐러(소프라노)/막시밀리안 슈미트(테너)/ 미카엘 볼레(베이스)/주빈 메타(지휘)/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합창단 Dynamic 37909, 57909 (Blu-ray)

주빈 메타(1936~)가 2020년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피렌체의 오월 음악제음악감독 데뷔 50주년을 맞아이를 기념하는 공연 실황이다독일어 오라토리오답게 베이스 미카엘 볼레 등 독일을 대표하는 성악가가 다수 참여했다당시 앉아서 지휘할 만큼 연로한 메타와 심각했던 코로나 상황으로 마스크를 쓴 오케스트라·합창 단원들이 눈에 띄지만그들의 뛰어난 실력만큼은 빛난다.

‘A’ 바이올리니스트의 ‘B’ 베토벤·베르크·버르토크 성찬
프랑크 페터 치머만&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키릴 페트렌코·대니얼 하딩·앨런 길버트(지휘)/베를린 필하모닉/ 프랑크 페터 치머만(바이올린) Berliner Philharmoniker BPHR 210151

베를린 필하모닉의 중요한 음악 파트너에는 세계적인 지휘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정기적으로 베를린 필과 호흡을 맞추는 훌륭한 솔리스트들도 있다그들의 협연과 협업은 오케스트라에 자극을 주고 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도 열어준다이런 소중한 음악가들과 함께 베를린 필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치머만(1965~)은 그중 대표적인 음악가다. 1985스무 살의 치머만은 베를린 필의 발트뷔네 콘서트에서 베를린 필과 첫 호흡을 맞추며 악단과 긴밀한 사이가 되었다이후 베를린 필을 찾는 영향력 있는 지휘자치고 이 출중한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강력한 파트너십이 빚어낸 소중한 네 개의 공연이 베를린 필 레이블(BPHR)에서 독점으로 출시되었다. 2016·2019·2020년에 선보인 베토벤·버르토크·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실황으로앨범에는 공연 실황은 물론 치머만과 베를린 필 단원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45분 분량··일어 자막).
64쪽 분량의 책자에는 에세이·작품 소개·공연 사진도 담겨 있다앨범 디자인은 독일 현대미술의 젊은 거장 요린데 포크트(1977~)가 맡아 화집 같은 품격을 갖췄고현대음악과 상통하는 상상의 이미지를 제공한다이외 다운로드 코드와 디지털 콘서트홀 이용권(7)도 수록되어 있다.
치머만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에베레스트라고 말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Op.61로 대니얼 하딩의 지휘와 함께 하는 2019년 12월 실황이다치머만의 독주와 악단의 긴밀한 맞물림 속에서 작품에 내재된 미래지향적인 특성이 돋보이는 명연이다하딩의 지휘는 소문난 대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이다.
치머만이 꼽은 최고의 협주곡 중 하나인 알반 베르크(1885~1935)의 협주곡 어느 천사를 회상하며의 2020년 9월 실황이다베르크와 친했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딸 마농의 죽음을 기리는 진혼곡으로현대오페라와 음악에 능한 키릴 페트렌코 특유의 해석과 낭만적인 음조가 도드라진다치머만은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영혼 한 조각을 빼앗겼다라고 말한다.
앨런 길버트와 함께한 버르토크(1881~1945)의 두 협주곡 1번 Sz36과 2번 Sz112은 각각 2016년 11월과 12월 실황이다작곡가가 1번에 담은 사랑과 열정, 2번에 담은 감각적 선율과 독창적인 형식이 도드라지는 수연으로치머만은 특히 2번에 대해 지금까지 작곡된 위대한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라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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