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로 흐르고,첼리스트 브래넌 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3월 14일 9:00 오전

RISING ARTIST

첼리스트 브래넌 조

현을 통해 발현되는 나의 언어

©Wild Oak Collective 2019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환경 과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래넌 조(1994~)는 미국 뉴저지에서 나고 자랐다. 노스웨스턴 대학 비에넨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미국의 자유로움(Liberty)과 풍요로움을 음악으로 흡수했다.

9세의 브래넌 조가 첼로를 처음 안았을 때 그는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울림통을 지나 악기와 맞닿은 가슴으로 전해지는 현의 진동을 몸에 아로새겼다. 그보다 앞서 피아노를 배웠지만, 첼로의 음색이 왠지 모르게 모국어처럼 다가왔고, 현의 파동은 그의 몸에 새겨진 음악적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국경 없는 음악의 나그네가 되었다.

국경 넘어, 오직 음악의 언어로

한국계 미국인 연주자들에게 흔히 우리는 그들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속하여’ 있는지 묻는다. 마치 그 질문은 음악에도 국적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음악가들에게는 음악이 유일한 그들의 언어이자 국경이기에 그 질문은 공허하게 들린다. 물론, 그의 부모님이 한국인이기에 그의 몸이 기억하는 한국의 소리는 여전히 안에 남아있다. 그는 “미국에서 자랐기에 나의 음악적 추억은 그곳에 있지만,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이나 가야금, 해금과 같은 전통악기의 음색은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나움베르크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노 콩쿠르 등 묵직한 이름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무대 경력을 넓혀왔던 그의 이름이 수면으로 떠오른 건 2018년 파울로 첼로 콩쿠르에 우승하면서부터였다. 2019년 금호문화재단의 ‘라이징 스타’로 처음 국내 무대에 선 그는 같은 해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하반기에는 리사이틀을 포함해 김규연(피아노)·조진주(바이올린)와 함께 트리오 서울을 창단하여 국내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관객에게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과 흥(excitement)이 많고, 음악가들을 향한 지지와 성원을 아낌없이 보내준다”라며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한국 관객의 열정을 제일 먼저 꼽았다. 이어 “같이 연주하고 싶은 한국의 음악가가 너무 많다.(웃음) 최근 한국에서 연주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대들이 많이 생겨서 기쁘다”라며 해외에서 만난 한국 연주자들과 더 많은 무대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김한(클라리넷)·양인모(바이올린)·박종해(피아노)와 함께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선보인 무대에서였다. 5번째 곡인 ‘예수님의 영원성에 대한 찬양’은 첼로와 피아노의 연주로 이어졌는데, 수십 마디에 거쳐 진행된 크레셴도를 고음역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그려낸 그의 첼로 연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때의 무대를 이렇게 기억한다. “크레셴도로 소리가 더 커지면서도 음악 안에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이 훨씬 느리게 가는 느낌이었다. 커지는 소리가 그 다른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박동(pulse) 같다고 느꼈다. 박종해와 함께 느꼈던 그 감정은 음악이 이어질수록 더 생생하고 강해졌다. 그리고 그 곡에서 양인모와 김한은 잠잠히 앉아 있었지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이 음악에 에너지를 더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무대 너머에서

그는 오랜 시간 첼리스트 한스 예르겐 옌센에게 배웠다. 악기의 걸음마와도 같은 운지법과 기교뿐만 아니라 시간 활용법을 배웠다. 그리고 훗날 그 가르침은 그가 많은 연주를 하게 되며 빛을 발했다.

“옌센 선생님은 짧은 시간이라도 잘 연습하는 법,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연주 스케줄이 점점 더 많아지고, 감당해야 할 새로운 레퍼토리도 많아지면서 연습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느낀다. 30분이라도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연습하면서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고쳐 나갈지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배우고 있다.”

반면 스승의 곁을 떠나 온전히 혼자 무대에 서게 된 지금,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스승이다. 그는 “무대에서 발생한 실수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이상적인 소리를 머릿속에 되뇐다. 그 방법이 더 나은 나 자신을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시킨다”라고 전했다.

그가 선보인 공연을 구상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니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9년 무대에서는 보케리니(1743~1805)부터 브람스, 현대음악 작곡가 핀처(1971~)의 작품을 다루며 폭넓은 음악 세계를 보였다. 코로나로 취소되었지만 3월 리사이틀에서는 쇼팽과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를 비롯해 친차제(1925~1991)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이쯤에서 그가 어떤 작곡가와 작품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는 작품을 시대 별로 나누지 않고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한다고 전했다.

“연주자와 작곡가들 사이에 200~300년 차이가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사랑, 고통, 자연과 같은 인생의 경험에서 음악적 영감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을 때, 현대적 기교나 효과들에 집중하기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인간의 깊은 감정을 더 느끼려고 한다.”

브래넌 조는 클래식 음악 외에 역사와 자연에도 관심이 많다. 매일 한두 시간씩 역사와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팝캐스트를 듣는다며 “역사를 통해 작곡가가 어떤 상황에서 자랐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 그 고민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과거로부터 흐르는 시간과 존재해온 자연은 지금의 시간 속에 여전히 흐르고 있기에 동시대 예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취미는 LP 모으기이다. “LP를 들을 때는 음반이지만 내 바로 앞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소리의 질감과 온도가 참 따뜻하다고 느껴진다”라며 데뷔 음반을 LP로 발매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글의 끝에 서서 그와의 대화를 돌아보니 그의 관심은 인간에서 인간으로 향한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작곡가의 감정이 발화된 시점을 가슴에 안고 다시 현시대로 돌아와 그 감정을 다시 무대에 풀어 놓는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우리는 그의 음악을 만난다. 하반기에는 더 많은 그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가 어느 시대를 여행하다 돌아와 우리에게 작곡가의 마음을 건네줄지가 궁금하다.

글 임원빈 기자 사진 금호문화재단

 

브래넌 조(1994~) 뉴저지에서 태어나 노스웨스트 대학 비에넨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했다. 2015년 나움베르크 콩쿠르, 2013년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 201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2018년 파울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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