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교향악축제 다양성과 정체성으로 무장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5월 23일 9:00 오전

CLASSICAL MUSIC

2022 교향악축제

다양성과 정체성으로 무장하다

4월 2~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홍석원/광주시향

이번 교향악축제에는 총 20개의

악단이 참여하였다. 코로나로 제한되었던 대편성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며 잠시 잊고 있던 관현악의 우렁찬 포효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최근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들의 무대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이번 기사에는 4월 2일부터 17일까지의 축제를 관람한 음악 칼럼니스트 4인(김주영·류태형·송주호·최은규)의 이야기를 종합했다.

축제의 첫 포문은 장윤성/부천필(4.2)이 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2부에서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스크랴빈의 교향곡 4번 ‘법열의 시’를 연주했다. 김주영은 “거침없이 음악을 주도해 나가는 임지영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2부에서 연주한 스크랴빈 교향곡 4번 ‘법열의 시’는 “깔끔한 연주”이자 “더 추가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작품을 연주하며 더욱 작품의 진실성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동시대를 품다

 

이번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본 독자라면, 흠칫했을지도 모르겠다. 최수열/부산시향(4.8)이 존 케이지의 피아노 작품인 ‘4분 33초’ 연주를 예고한

것. 이 작품은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를 하지 않는다. 협연자(?)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등장했고, 최수열은 연주의 시작을 암시하듯 지휘봉을 들었다. 그리고 객석에서는 작품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청중이 일부로 핸드폰 벨소리, 책 소리, 박수 소리 등 소음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3악장(악보에는 악장의 구분이 없다)에서는 누군가 큰소리로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송주호는 “무의도의 의도성 음악”이라고 설명하며 “아무 연주를 하지 않을 때 적막 속에서 발생하는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가 일상 속에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중이 인위적인 소리 만들어 낸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색다른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최수열/부산시향

류태형과 최은규는 한편으로는 기발한 기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류태형은 “그러한 시도를 상상할 수 있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협주곡과 교향곡으로만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게 느껴져서 좋았다”라고 후기를 전했고, 최은규는 “최수열과 부산시향은 본연의 색깔이 확실히 찾아간 것 같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연주였다. 어렵게만 느껴졌을 현대음악과 창작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 간 것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축제에는 창작곡 공모를 통해 오종성의 ‘관현악을 위한 미미’와 최병돈의 ‘관현악을 위한 음악’을 선정해 세계 초연하며 동시대 음악도 짚었다. 오종성의 ‘관현악을 위한 미미’는 지난 제1회 KSO지휘콩쿠르 2위에 입상한 윤한결과 국립심포니(4.16)가 초연했다. 이 작품은 ‘미미(Mimi)’라는 단어가 갖는 다의성을 가지고 푸치니 ‘라보엠’의 등장인물 ‘미미’의 테마를 이용하여 단어가 품은 초월적 시간을 풀어낸 작품이다. 스포르잔도(갑자기 세게 연주하는)로 등장한 트럼펫의 음형이 다른 악기군으로 옮겨가고 배음은 점점 넓어져 축제의 팡파르를 연상시키는 음형으로 발전해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 송주호는 최근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두고 “새로운 시도보다, 곡을 어떠한 시나리오로 전개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면서 “오종성은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배음을 연구해 리듬을 입히는 작업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신예 피아니스트들의 무대

 

김도현

김수연

박재홍

이혁

무엇보다 이번 축제에 기대를 모은 건 신예 연주자들이었다. 최은규는 “궁금했던 콩쿠르 우승자들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축제”라고 평가했다.

신예 피아니스트들의 무대를 두고 김주영은 “대부분 훌륭한 연주를 선보였다”고 이야기하며 이들의 무대를 하나씩 짚으며 설명했다. “김도현(1994~)은 최희준/수원시향(4.6)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일반적인 악상과 전통적인 연주법을 따르지 않고, 본인만의 해석을 만들어 가면서 신선하고 독특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또한 몬트리올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김수연(1994~)의 연주를 “잘 연주되지 않는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여 유연하게 풀어낸 연주자”로 기억했다. 김수연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3번 K415를 제임스 저드/대전시향(4.7)과 협연했다. “연주를 거듭할수록 음향의 조화를 잘 맞춰가며 다듬어 갔다. 특히 템포 변화가 자유로운 부분에서는 고전주의 작품인 것을 의식하지 않고 로맨틱한 감성을 많이 드러냈다.”

한편, 쇼팽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였던 이혁(2000 ~)은 홍석원/광주시향(4.13)과 함께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했다. 김주영은 “자신 있고 당찬 연주 스타일이 돋보였다”면서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과 그의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이 화려하고 외향적인 멘델스존의 작품과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또한 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박재홍(1999~)의 무대를 보며 지난해 자네티/경기필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가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박재홍은 윤한결/국립심포니(4.16)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연주를 보며 굵직한 선이 있는 라흐마니노프나 차이콥스키의 작품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연주를 통해 브람스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라며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주자”라고 이야기했다.

때로는 거대한 진동으로

한편, 류태형과 최은규는 홍석원/광주시향(4.13)의 무대를 현재까지(4.2~4.17 기준) 최고의 무대로 손꼽았다. 광주시향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1905년’을 연주했다. 류태형은 “놀랄만한 사운드가 광주시향에서 나왔다”며 “바늘같이 날카로운 관악 파트의 자극과 총주에서 등장한 스네어 드럼의 미친 듯한 연주 등,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곡에 집중하게 했다”라고 했다. 최은규는 “서사에 집중해야 하는 작품인 만큼 오페라에 정통한 홍석원에게 적합한 레퍼토리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4악장의 ‘피의 일요일’ 사건(편집자 주_1905년 불평등한 사회체제에 억눌린 러시아인들이 벌인 비폭력시위를 정부가 유혈진압한 사건)을 파노라마처럼 쭉 보여주어 몰입감이 높았다. 혼신을 다한 연주였다”며 당시 뜨거웠던 객석의 분위기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김주영은 이 작품의 배경이 비극이라는 점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음악이 아닌 처절함이 필요한 곡”이라고 설명하며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에서 금관이 내는 포르테 소리는 환호 소리가 아닌 비명에 가깝다. 금관의 균형이 더 적절했으면 어떠했을까”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8년 경기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마시모 자네티는 올해 8월 임기를 마쳐 이번 무대가 교향악축제에 서는 마지막 무대(4.5)가 되었다. 최은규는 이번 연주를 보며 그동안 그가 만들어온 무대들을 떠올렸다. “마시모 자네티의 해석은 언제나 좋았다. 이번 무대를 보며 그와 함께하며 악단의 소리가 더 다듬어진 것을 새삼 느꼈다”라며 특히 현의 섬세한 연주를 손꼽았다.

글 임원빈 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마시모 자네티/경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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