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화제의 신보 | 발렌티나 리시차 쇼팽 4개의 스케르초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5월 18일 9:00 오전

4_이달의 신보

RECORD 화제의 신보

 

리시차의 새로운 도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 Op.28 외

발렌티나 리시차(피아노) NaÏve V7583

 

 

 

 

 

쇼팽 4개의 스케르초 외

발렌티나 리시차(피아노) NaÏve V7700

 

 

 

 

 

2022년부터 나이브(NaÏve) 레이블과 손잡고 야심 찬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인 발렌티나 리시차(1973~). 우크라이나 출신의 리시차는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음악가이다. 그동안 그는 데카(Decca) 레이블에서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다수 발매해왔다. 나이브에서의 첫 번째 앨범(V7583)은 초절기교 난곡 두 작품이다. 수록된 두 곡 모두 1908년 탄생한 작품으로 어둡고 기괴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베르트랑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타나 1번도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근간으로 한다. 라흐마니노프 작품 중에서도 특히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어 피아노 소나타 2번에 비하면 연주 빈도가 매우 적은 편이다. 두 작품 모두 손쉽게 제압하는 ‘악마의 기교’ 리시차의 테크닉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사실 리시차는 경력 초기부터 쇼팽을 핵심 레퍼토리로 선보여 왔다. 두 번째 앨범(V7700)에서는 쇼팽 ‘4개의 스케르초’를 새롭게 도전한다. 풍부한 색채의 이 작품은 1831년에서 1841년 사이 10년에 걸쳐 작곡되었으며 쇼팽 작곡 인생에 이정표가 되었다. 쇼팽 마지막 대작인 ‘환상 폴로네이즈’, 서정성과 웅장함의 대비가 훌륭한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너무도 유명한 ‘환상 즉흥곡’까지 쇼팽 로맨티시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리시차의 새로운 면모를 엿보게 한다. 센티멘털한 지금까지의 쇼팽과는 차원이 다른 강하고 매운맛을 가진 쇼팽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장혜선

 

다시, 플레이리스트

384

클래식을 듣는 당신에게

에밀 길렐스·머리 퍼라이아(피아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외 Universal DU42241 (2CD)

 

 

 

 

 

 

세상의 모든 음악 12집-친애하는 당신에게

카롤리네 크루거· 릴라 다운스(싱어송라이터) 외 Aulos Media AMC2198

 

 

 

 

 

 

원하는 음악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다시 ‘사람이 고른’ 플레이리스트 콘텐츠가 인기다. 내 취향에 맞춘 알고리즘보다 취향 좋은 누군가의 추천이 더 좋은 발견을 가능케 하기 때문. 당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2003년 문을 연 풍월당(대표 박종호)은 음악 관련 서적과 음반을 판매하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신보 ‘클래식을 듣는 당신에게’는 입문자를 위한 명곡 25곡을 선별해 담았다.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1916~1985),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 등 시대를 대표하는 연주자부터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1984~) 등 동시대 연주자의 음악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박종호 대표는 “클래식 음악이 외롭고 힘겨운 시간 속에서 좋은 벗이 되길 바란다”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이 12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친애하는 당신에게’를 주제로 프로그램에서 사랑받은 월드뮤직 17곡을 빼곡히 담았다.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카롤리네 크루거가 플라멩코 기타 선율에 노래하는 ‘꿈은 절대 속이지 않아요(En Drøm Er Aldri Utro)’, 이스라엘의 가수이자 배우인 야코브 샤피로가 이디시어로 부르는 ‘어린 시절(Kinder Jorn)’ 등이 수록됐다. DJ 전기현은 “든든한 버팀목인 청취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매일매일 작은 위로의 음악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송 시작 20년을 맞아 앞서 나온 11장과 한데 묶은 12장짜리 박스세트도 발매됐다.

박서정

 


 

춤추는 20세기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

베를린 필, 런던 필, 모스크바 심포니 외 Warner Classics 9029647715 (22CD)

 

 

 

 

 

 

 

20세기 폭스트롯 4집-프랑스와 벨기에

고틀리프 발리슈(피아노) Grand Piano GP855

 

 

 

 

 

 

 

음악사에 남은 춤의 흔적은 짙다. ‘쿵-짝짝’ 3박자 리듬의 왈츠, 춤에서 유래해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 잡은 폴로네이즈 등 방식도 다양하고, 그 역사도 오래됐다. 20세기, 프랑스 등지에서 발견한 춤의 흔적을 담은 두 음반을 소개한다.

‘발레 뤼스’는 1909년 디아길레프가 설립한 발레단이다. 각 분야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였고, 이들의 협업은 발레는 물론 음악·시각 예술에 큰 파문을 가져왔다. 작곡가들은 ‘발레 음악 작곡’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쳤고, 이는 오늘날 당대의 음악 사조를 대변할 명곡들로 남았다. 지난 20년간 워너 클래식스에서 녹음한 이 명곡을, 22개의 CD로 집대성했다. 차이콥스키·프로코피예프·스트라빈스키·무소륵스키를 포함해 수많은 19·20세기 작곡가들을 ‘춤’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낼 수 있다는 레이블의 자부심이 돋보인다.

피아니스트 코틀리프 발리슈(1978~)의 폭스트롯 음반 발매는 2020년부터 이어졌다. ‘폭스트롯’은 원래 미국에서 시작해, 보통빠르기의 래그 타임이나 재즈 템포의 4분의 4박자 곡을 의미했다. 후에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쳐 20세기 작곡가들이 작품에 이 특징을 반영했다는 것이 이 음반에서 따라가고 있는 맥이다. 이번 4집은 프랑스어권 국가들에 영향을 미친 이른바 ‘흑인 열풍’을 추적한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작곡가들, 다리우스 미요·생상스 등이 얻은 영감은 피아노 연주로 명료하게 전달된다.

허서현

 

현재로 흐르는 과거의 악기

하프시코드를 위한 이탈리아 현대음악

루카 퀸타발레(하프시코드) Brilliant Classics 96408 (2CD)

 

 

 

 

 

 

 

384

Are You Still Somewhere?

라비니아 마이어르(하프) Sony Music S80636C

 

 

 

 

 

 

 

오랜 역사를 머금은 하프시코드와 하프가 오늘의 음악가들과 만난다. 과거가 현재로 편입되는 동시에 당대의 시간이 오늘의 음색 속에 간직된 앨범들이다.

하프시코드의 짧은 음가와 현의 날카로운 음색은 바로크 시대를 떠오르게 하지만, 동시대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음향’이 된다. 하프시코디스트 루카 퀸타발레(1983~)는 이탈리아 동시대 작곡가 19명의 하프시코드 독주곡을 한데 모았다. 저음의 독특한 음향을 활용한 마우릴리오 카차토레(1981~)의 ‘토카티나’를 포함해 전자음악을 연상시키는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전위적인 하프시코드 독주곡인 ‘모르덴티’와 ‘네우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에게 하프시코드가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이었다면,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르(1983~)에게 하프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기록의 수단이다. 한국계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정통적인 레퍼토리를 벗어나 동시대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재즈와 아방가르드 음악 등 폭 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는 이번 신보에 대해 “누군가와 연결되고 이어지는 수많은 관계성 속에서 존재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이자 내면의 고민들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자작곡 ‘Showing Me’와 음반의 타이틀곡 ‘당신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나요?’ ‘또 다른 외로운 밤’을 포함해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임원빈

 


위대한 지휘자들

카를로스 클라이버/게오르그 솔티/레너드 번스타인/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출연) C Major 760604 (4 Blu-ray)

전설로 남은 네 명의 마에스트로의 삶과 음악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출시됐다.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이 인터뷰로 담겼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생전의 활동 영상과 여러 실황이 담겨있어 흥미를 끈다. 클라이버를 다룬 ‘나는 세상에서 잊히고’(2011)와 솔티를 다룬 ‘일평생의 여정’(2012), 번스타인을 다룬 ‘전설로 남은 삶’(2016)은 C Major에서, 카라얀을 다룬 ‘은막의 마에스트로’(2009)는 아트하우스(Arthaus) 레이블에서 남긴 다큐멘터리다.

 

 

바그너 바이로이트

악셀 브뤼게만(대본·연출)/카타리나 바그너· 크리스티안 틸레만·배리 코스키(출연) 외 Naxos 2110708(DVD), NBD0139V(Blu-ray)

꺼지지 않는 ‘바그너 숭배 현상’을 탐구한 다큐멘터리다. 바그너가 축제극장을 건립한 바이로이트 시내의 상인, 바그너 음악을 버리지 못하는 유대계 지성인 등을 만난다. 바그너가 반유대적이었다는 점은 그의 행적 속에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바그너 숭배는 독일어권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오페라 연출가 배리 코스키 등은 유대인이지만 바그너 권위자들이다. 다큐멘터리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담았다.

 

 

슈트라우스

안드리스 넬손스(지휘)/보스턴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DG 4862040 (7CD)

넬손스(1978~)는 2014년부터 보스턴 심포니, 2018년부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연임 중이다. 넬손스를 다리로 두 악단 간 교류도 활발하다. 신보는 두 악단이 함께하는 리코딩과 투어(2022년 4~5월 예정)로, 각 악단이 같은 비중으로 녹음하고, 함께 ‘축전 서곡’을 연주해 R. 슈트라우스로 연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요요 마(첼로)와 유자 왕(피아노)이 각각 R. 슈트라우스 ‘돈키호테’와 ‘부를레스케’를 협연한다.

 

모차르트 ‘루치오 실라’

로랑스 에퀼베(지휘)/인슐라 오케스트라/ 프랑코 파지올리(카운터테너)/ 알레산드로 리베르토레(테너) 외 ERATO 9029637734 (2CD)

프랑스 출신 지휘자 로랑스 에퀼베(1962~)가 직접 창단한 인슐라 오케스트라와 신보를 발매했다. 로마 장군·루치우스 코르넬리우스·술라의 인생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어린 모차르트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가득하다.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인슐라 오케스트라는 2020년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발매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카운터테너 프랑코 파골리와 테너 알레산드로 리베라토레, 소프라노 올가 푸도바 등이 참여했다. 2016년 프랑스 불로뉴 실황.

 

쇼팽 발라드&소나타

조재혁(피아노) Orchid Classics ORC100193

베토벤 소나타(2018·Sony), 베토벤·리스트 협주곡(2019·Sony),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3번(2021·Evidence Classics)에 이어 조재혁(1971~)의 2022년은 쇼팽이다. 음반 발매 내력이 보여주듯 대형 협주곡에만 매진해온 시간과 달리 이번 음반에서 발라드 1~4번과 소나타 3번으로 쇼팽과 마주한다. 오케스트라에 대항하는 굵직한 선과 힘보다, 조재혁 특유의 섬세한 손길과 작곡가를 응시하는 눈길이 잘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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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김주홍과 노름마치 뮤직앤뉴 WMED1255

“기닥” “지갠” “둥” “집” 등은 사물놀이를 이루는 타악기 소리를 입으로 흉내낸 구음(口音)이다. 김주홍과 노름마치는 사물놀이의 소리를 말로 하는 이른바 ‘구음 사물놀이’를 세상에 알렸다. 신보에서 구음 사물놀이는 동시대의 옷을 입는다. ‘허튼소리’는 함부로 지껄이는 소리를 뜻하지만, 김주홍과 노름마치는 고뇌와 기행의 과정에서 이룬 자유로운 소리를 ‘허튼소리’라고 재해석했다. EDM 음악과 전통음악의 만남을 통해 ‘도시 국악’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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