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화제의 신보
THEME RECORD
건반으로 펼쳐진 네덜란드 음악 줄기
빌름스 피아노 협주곡 1집
로날드 브라우티함(포르테피아노)/ 마이클 알렉산더 윌렌스(지휘)/쾰른 아카데미 BIS BIS2504
네덜란드의 대가들
루카스 유센·아르투르 유센(피아노) DG 4819859(2CD)
네덜란드 클래식 음악계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암스테르담에 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나 네덜란드 바로크 음악 외에는 낯선 것이 사실이다. 네덜란드 피아노 음악사의 맥락을 짚을 수 있는 두 음반이 발매돼 이목을 끈다. 베토벤과 동시대를 살은 작곡가 요한 빌헬름 빌름스(1772~1847)의 탄생 250년 기념 음반이다. 아버지와 맏형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배운 후 독학으로 플루트를 습득한 후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던 빌름스는 1847년 사망할 때까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다. 빌름스의 음악은 한때 베토벤보다 더 자주 암스테르담과 라이프치히에서 연주됐다. 네덜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브라우티함(1954~)은 퀼른 아카데미와 함께 현존하는 5개의 빌름스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으며, 본 음반에서는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의 3곡(Op.3·12·26)을 수록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인기 피아노 듀오인 유센 형제 역시 20세기 네덜란드 작곡가를 기리는 의미 있는 음반을 발매했다. 빌렘 페이퍼(1894~1947)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시작으로, 2021년 세상을 떠난 거장 루이스 안드리센(1939~2021)의 ‘세리에’, 레오 스미트(1900~1943)의 ‘디베르티멘토’, 한스 헨케만스(1913~1995)의 듀오 작품이 이어진다. 동시대 작곡가인 테오 뢰벤디(1930~)의 ‘투게더’와 조이 루컨스(1982~)의 ‘인 유니슨’은 세계 최초 녹음이다. 지휘자 카리나 카넬라키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과 협연한 ‘인 유니슨’의 강렬한 사운드는 압도적 매력을 발산한다. 장혜선
연륜이 깃든 하이든 소나타 시리즈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Vol.10
장 에플람 바부제(피아노) Chandos CHAN20191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Vol.4
레온 맥컬리(피아노) Somm SOMMCD0643
피아노를 배워나가는 출발점에는 언제나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가 기다리고 있다. 피아노 발전의 시작과 그의 피아노 소나타 작곡이 나란히 함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초기 피아노 소나타는 오늘날의 피아노가 아닌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이다. 특유의 작고 섬세하며 좁은 폭의 다이내믹을 가진 포르테피아노 작품을 현대 피아노 위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어떠한 음도 함부로 튀어 나가지 않도록, 가장 기초이지만 완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집중을 요구한다.
여러 피아니스트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에 매료되는 것은 이 맑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묘한 긴장감일지도 모른다. 2010년부터 이어진 장 에플람 바부제(1962~)의 하이든 소나타 전곡 녹음 시리즈는 어느새 10번째 음반에 다다랐다. 피아노 소나타 3·4·28·60번 등 초기·중기·후기의 작품을 고루 담은 그의 앨범들은 ‘BBC 뮤직’ 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유럽 매체가 꾸준한 호평을 보내고 있다.
레온 맥컬리(1973~) 역시 하이든 피아노 소타나 전곡 시리즈의 4번째 음반을 발매하였다. 새로 나온 포르테피아노를 이리저리 실험해 보려는 하이든의 유쾌한 정서가 잘 담겨 있는 1·30·35·48·49·51번, 총 6개의 작품이 담겨 있다. 당시의 악기를 고려하듯, 현대의 피아노로도 가벼운 소리를 재현해 내려 한 그의 의도가 빛나는 음반이다. 이의정
20세기 위대한 첼리스트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Op.8
야노스 슈타커(첼로) Soundtree STCL1013(LP)
재클린 뒤 프레 전집
재클린 뒤 프레(첼로) 외 Warner Classics 9029661138(23CD)
음반에는 음악 외에 음악가의 숨소리, 허밍, 발 굴리는 소리 등 많은 것이 기록된다. 그 기록은 때론, 그들이 여전히 음악으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전설적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와 재클린 뒤 프레의 연주가 음반을 통해 다시 우리 곁에 살아난다.
헝가리 출신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로 굴곡진 20세기를 살았다. 그는 냉철한 이성주의와 관념주의의 절대미를 추구한 연주를 선보인 첼리스트이다. 이번에 재발매된 음반은 1948년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 후 얼마 되지 않은 1950년 녹음된 음반으로 그의 젊은 날의 기록이다. 동향 출신 작곡가 코다이(1882~1967)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가 LP 음반에 담겨 있다.
몸에 마비가 오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30세의 나이로 무대를 내려온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1945~1987)는 짧은 전성기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활시위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20세기 위대한 첼리스트로 기억되는 그의 워너 클래식스 산하 음반을 모두 모은 전집(23CD)이 발매됐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비롯해 드보르자크, 슈만 등의 첼로 협주곡과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등이 수록되어 있다.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실내악곡도 만날 수 있다.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 1971년 연주가 추가되고, 미발매 음반인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Op.114가 최초로 소개된다. 임원빈
세계로 퍼진 ‘한국’의 무용
파리 오페라 발레의 아주 특별한 시즌
박세은(수석무용수)/프리실라 피자토(연출)/ 오렐리 듀퐁(예술감독)/파리 오페라 발레 외 Bel Air Classiques BAC196, BAC496(Blu-ray)
테로 사리넨 컴퍼니 ‘제3의 작법’ & ‘날개로 뿌리를 내리다’
테로 사리넨(안무)/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음악)/ 헬싱키 바로크 오케스트라/테로 사리넨 컴퍼니 외 Bel Air Classiques BAC198, BAC498(Blu-ray)
춤에 담긴 안팎의 이야기, 양쪽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에게 이름만으로도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무용수들로 인해 가능하게 된 경험이다.
2021년, 누레예프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커튼콜에서 에투알(수석무용수)로 지목된 박세은(1989~)은 이제 우리에게 ‘파리 오페라 발레의 아이콘’이다. 지명되던 당시 무대 과정이 담긴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발레 팬들에게 더욱 귀한 자료가 되었다. 영상에는 팬데믹 동안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은 단원들이 다시 공연을 준비해나간 과정이 담겨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혁신적인 성과를 세운 안무가 누레예프가 남긴 작품을 준비하는 이들의 특별한 시즌이다.(7월, 한국을 방문하는 박세은과 파리 오페라 발레 단원들의 공연 소식은 p.84에)
핀란드의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1964~)은 국립무용단 ‘회오리’로 각인된다. 한국무용과 함께 현대적 움직임을 담아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 창단 이래 처음 해외 안무가와의 만남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활동상을 담은 이번 다큐멘터리 ‘날개로 뿌리를 내리다’에는 2014년에 첫 선을 보였던 ‘회오리’에 대한 내용도 비중 있게 다룬다. 테로 사리넨의 신작 ‘제3의 작법’도 영상으로 소장할 수 있다. 르네상스(제1작법)와 바로크 음악(제2작법)에 모두 능했던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의 음악을 사용하며 그 용어를 착안해온 작품이다. 허서현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줄리안 허바드(파르지팔)/그레이엄 빅(연출)/ 오메르 마이어 벨버(지휘)/ 테아트로 마시모 오케스트라 외 C Major 759308(2DVD), 759404(Blu-ray)
이탈리아 마시모 극장이 볼로냐 극장과 공동 제작, 2020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인 실황이다. 현대 중동을 배경으로 선보인 무대 효과는 4시간에 달하는 공연에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마시모 극장의 음악감독 오메르 마이어 벨버는 젊은 이스라엘 지휘자로, 바그너(1813~1883)가 초연 당시 표시한 각 막의 러닝타임까지 지키며 본질에 충실했다. 커버로 연습에 참여하다 개막 당일 파르지팔 역으로 무대에 오른 줄리안 허바드가 호평받았다.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벤자민 베른하임(호프만)/다니엘레 핀치 파스카(연출)/ 켄트 나가노(지휘)/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외 EuroArts 2068598(2DVD), 2068594(Blu-ray)
작가 E.T.A 호프만을 주인공으로 한 오펜바흐(1819~1880)의 ‘호프만의 이야기’가 영상물로 발매됐다. 술에 취한 호프만이 들려주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태를 이루어 그의 기억 속 등장하는 세 명의 연인을 한 명의 성악가가 연기한다. 2021년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실황이며, 소프라노 올가 페레트야트코가 여러 여인을 연기하고, 테너 벤자민 베르하임이 호프만 역을, 바리톤 루카 피사로니가 악마 역을 맡았다.
보이토 오페라 ‘네로네’
라파엘 로하스(네로네)/올리비에 탕보시(연출)/ 디르크 카프탄(지휘)/빈 심포니/프라하 필 합창단 외 C Major 761208(2DVD), 761304(Blu-ray)
보이토(1842~1918)는 베르디 만년의 ‘오텔로’와 ‘팔스타프’ 대본작가로 유명하다. 젊은 날 바그너를 추종해 작곡도 했는데, 로마 폭군을 다룬 ‘네로네’는 베르디가 죽은 후 작곡에 착수해 18년간 매달렸으나 미완성으로 남았다. 토스카니니와 조력자들이 5막 중 4막까지 마무리했다.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전설로 남은 독특한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실황.
야나체크 오페라 ‘예누파’
카밀라 닐룬트(예누파)/다미아노 미켈레토(연출)/ 사이먼 래틀(지휘)/베를린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외 C Major 760408, 760504(Blu-ray)
2021년,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선보인 야나체크(1854~1928)의 오페라 ‘예누파’ 실황이다. 2018년까지 베를린 필 음악감독을 역임한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속한 극장 포디엄에 선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아내 막달레나 코체나가 체코 출신의 소프라노인 것은, 래틀 음악 해석의 깊은 이해에 근간이 됐다. 얼음의 차갑고 단순한 이미지를 활용한 무대 연출, 예누파 역을 맡은 닐룬트의 열연 또한 좋은 반응을 얻은 공연이다.
노이비르트 오페라 ‘올란도’
케이트 린지(올란도)/폴리 그레이엄(연출)/ 마티아스 핀처(지휘)/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외 C Major 760708(2DVD), 760804(Blu-ray)
빈 슈타츠오퍼 150년 역사상 장편 작품을 공연한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 기록된 올가 노이비르트(1968~)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각색해 19장의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작품은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태어난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겪으면서 젊은 상태로 수백 년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1928년에 끝을 맺지만 노이비르트는 동시대 사회상까지 다룬다. 2021년 베를린 슈타츠오퍼 실황.
키스 자렛 ‘즉흥연주의 예술’
마이크 디브(연출)/키스 자렛(인터뷰) 외 EuroArts 2054119(DVD), 2054113(Blu-ray)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1945~)의 공식 다큐멘터리로, 자렛의 활동 전반에 대한 회상과 즉흥연주의 기교가 충실하게 담겨있다. 자렛은 1966년에 데뷔하여 1970년대부터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여러 바흐와 모차르트 음반이 증명하듯, 그의 손은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 블루스·가스펠 등의 장르 또한 섭렵하는 능력을 보면, 그의 탁월한 기본기와 경험에서 나오는 즉흥연주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