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완규

귀를 열 때 비로소 밀려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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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8월 1일 9:00 오전

Meet the Artist

배우 박완규

귀를 열 때 비로소 밀려오는 것

2022년 백상예술대상 남자 연기상(연극부문) 수상 이후,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며

2010년 한 해 동안 연극 관련 시상식의 신인상을 모조리 휩쓴 배우가 있다. 당시 언론의 주목을 일제히 받은 그는 2011년 본지 1월호에 연극 분야 유망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2년, 그는 백상예술대상 연극분야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배우 박완규의 이야기다. 12년의 세월 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성숙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좋은 배우가 되었는지, 현재 극단 백수광부의 ‘서교동에서 죽다’ 공연 중인 그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유망주’였던 시간과의 재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극단 백수광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연습실 피아노 위에 ‘백상예술대상 이성열’ 트로피가 있었습니다. 갖고 싶었는데, 연극 분야가 없어졌다고 해서 포기했죠. 4년 전 부활한 이후로 저보다 젊은 연극인들이 받아서 저는 이 상을 받을 나이가 지났나보다 생각했어요. 작년에 후보로 올랐다가 떨어졌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올해 수상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부모님께서 특히 좋아하셔서 제대로 어버이날 선물을 해드린 것 같습니다(2022년 백상예술대상은 어버이날 이틀 전인 5월 6일에 개최됐다).

2011년 차세대 유망주에서 올해 백상예술대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때와 지금,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2011년에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대중은 박완규라는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를 때였습니다. 당시 여러 작품으로 상을 받고 주목받다 보니 설렘도 있었고 기분도 유망주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층 여유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유망주 때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지금은 “변하지 말고, 더 공부하고, 꿋꿋이 해서 모범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후배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전에는 선배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저를 바라보는 후배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공부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고, 귀를 더 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수상을 이끌었던 ‘붉은 낙엽’(원작 토머스 H. 쿡/연출 이준우)의 에릭은 매우 섬세한 캐릭터였습니다.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으며, 어떻게 역할에 접근하셨나요?

에릭이 의심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이 작품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에릭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 상황들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에릭을 만들어준 건 아들의 행동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고, 과거의 아버지와 형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를 하는가’보다는 그 상황이 가장 중요했죠. 작가와 연출이 그런 포석을 잘 깔아주었고, 다른 배우들도 그런 역할을 함께 해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물 분석을 열심히 합니다. 이건 이성열 연출가에게 많이 배운 부분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 즉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분석하고 통찰하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휴식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선호하는 유형이 있나요? 그리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선호하는 유형은 딱히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다 좋아요. 요즘에는 특히 한 작품에 여러 성격이 녹아들어 있는 인물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파우스트 엔딩’의 메피스토, ‘붉은 낙엽’의 에릭, 지금 공연 중인 ‘서교동에서 죽다’의 진영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인물이 놓인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성격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피부가 검기에 ‘오셀로’를 해보고 싶긴 합니다.(웃음) 오이디푸스도 기존과는 다르게 약간은 비겁한 인물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떤 연출가와 작업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습니다.

극에 완전히 녹아든 연기 때문일까요, 관객은 ‘믿고 보는 배우 박완규’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어쨌든 작품이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고, 거기에 제 연기도 한몫했다는 것이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서교동에서 죽다’가 끝나면 8월에 ‘붉은 낙엽’을 영등포아트홀에서 재공연합니다. 그 외에는 작품을 잡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잠깐 쉬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쉬다 보면 무대가 간절해져요. 제대로 쉬어야 좋은 작품도 만날 수 있고, 그만큼 작품도 간절해집니다. 뿌듯하게, 보란 듯이 쉴 예정입니다.

글 배선애(연극평론가) 사진 스타터엔터테인먼트

Performance information
연극 ‘붉은 낙엽’ 8월 12~15일 영등포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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