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베토벤 페스트, 모두의 감각을 겨냥한 소리의 축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10월 2일 9:00 오전

GAEKSUK’S EYE

from GERMANY

 

본 베토벤 페스트

8.25~9.17

모두의 감각을 겨냥한, 소리의 축제

 

매해 여름 끝자락, 베토벤의 고향 본에는 독일 최고(最古) 클래식 음악 축제 중 하나인 ‘본 베토벤 페스트’가 열린다. 축제를 탄생시킨 건 프란츠 리스트(1811~1886)다. 그는 1845년 베토벤의 일흔다섯 번째 탄생일을 맞아 첫 행사를 조직했다. 존경하던 작곡가에 대한 특별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3일간의 소규모로 출발한 축제는 오늘날 4주간 이어지는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다. 올해도 100여 회의 프로그램이 도시 일대 27개 공간을 채웠다. 이반 피셰르/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개막을 알렸고,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쾰른 WDR 심포니·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앙상블 레조난스 등이 관현악의 향연을 이어갔다. 에벤 콰르텟,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피아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이자벨 파우스트(바이올린), 마르틴 프뢰스트(클라리넷), 안나 프로하스카(소프라노) 등도 다채로움을 더했다. 피아니스트 서형민은 지난해 본 베토벤 콩쿠르 우승자로 축제에 초청됐다.

앙상블 스파이라 미라빌리스 ©Michael Staab

앙상블 레조난스 ©Michael Staab

 

 

 

 

 

 

 

음악극 ‘유다’ ©Sophia Hegewald

 

 

 

 

 

 

 

 

 

정통적인 클래식 음악 공연 외에도 실험적인 무대도 폭넓게 마련되었다. 이는 축제의 주춧돌이 베토벤의 ‘작품’이라기보다 ‘혁신’을 거듭한 그의 정신임을 보여준다. 올해는 특히 색다른 공연 형식이 돋보였는데, 연주자와 곡목, 장소 등을 티켓 구입 이후 안내하는 ‘시크릿 콘서트’나, 관객의 반응에 따라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이어가는 ‘베토벤 안에서 길을 잃다(Lost in Beethoven)’ 등이 관객의 발걸음을 이끌어 냈다.

또, 여러 소공연이 ‘모든 사람(Alle Men-schen)’이라는 이번 축제의 모토를 실행에 옮겼다. 우선 어린이 관객에 시선을 던졌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중 ‘스플래시!’는 공연의 2회 차가 모두 매진되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수영장을 개조한 공간인 빅토리아바트에서 ‘물’을 주제로 진행된 인터랙티브 공연이었다.

‘스플래시!’ ©Ursula Kaufmann

 

 

 

 

 

 

 

 

 

 

 

연주자 4인은 악기로 물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물과 수증기, 얼음 등이 만드는 소리를 음악화했다. 여기에 ‘당신은 물로 무엇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어린이들의 대답을 실시간으로 녹음하여 반복적으로 재생(Loop)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리듬이 되는 짜릿함을 느낀 관객은 더욱 열린 귀로 이 자원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경청했다.
한편, 어둠 속에서 연주와 감상이 이뤄진 ‘다크 콘서트’는 다른 사각지대에 빛을 비췄다. 연주를 맡은 비전 스트링 콰르텟은 2012년 창단해 2016년 제네바 콩쿠르와 베를린 멘델스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모두 시각 장애를 지닌 단원들은 이번 공연의 ‘비전’을 시각 장애인의 삶을 공유하는 데 뒀다. 위르크 프레이(1953~), 블로흐, 쇼스타코비치, 라벨의 현악 4중주를 발췌해 약 1시간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서로의 숨소리만으로 만들어 내는 완벽한 호흡에서 감탄하긴 일렀다. 하나의 감각이 닫히니, 소리의 파동은 귀와 피부에 더욱 높은 해상도로 전달됐다. 그간 인식하지 못한 프레이즈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 사이에는 사전 녹음된 시각 장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들이 느끼는 어둠, 그리고 소망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가려져 있던 사회 구성원도 감각하도록 했다. 이러한 실험의 효과는 관객석에서 즉각 증명됐다. ‘다크 콘서트’가 끝나고, 어둠 속에서 한 관객이 소리쳤다.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다른 관객들 역시 박수로 동의를 표했다. 베토벤이 꿈꾼 혁신의 다음은 이런 장면이 아니었을까.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본 베토벤 페스트

 


GAEKSUK’S EYE

from ITALY

 

비첸차 페스티벌 ©Federico Balestro

 

 

 

 

 

 

 

 

 

이탈리아 전역을 물들일 가을 축제

볼로냐·비첸차·스폴레토

 

가을을 맞아 이탈리아 곳곳은 다양한 축제로 풍성하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이탈리아에 만나볼 수 있는 10월의 축제를 소개한다.

제41회 볼로냐 음악 축제(3.30~10. 27)는 ‘새로움과 예스러움(Il Nuovo l’Antico)’이란 주제로 가을을 물들인다. 2012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콰르텟의 연주(10.6)와 클라비코드를 비롯해 모던 피아노와 전자 피아노의 경계를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엠마누엘레 아르치울리는 존 케이지(1912~1992), 줄리아 울프(1958~), 미시 마졸리(1980~)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10.11). 신예 퍼커셔니스트 시모네 루비노는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시와 전자음악을 융합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10.17). 한편,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스타이어는 고전의 원형을 보여준다.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을 시대악기로 연주할 예정이다(10.20). 엔리코 오노프리/이마지나리움 앙상블은 17세기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아지오 마리니(1594~1663), 마르코 우첼리니(1603~1680) 등의 600년대 희귀한 작품으로 페스티벌을 마무리한다.

제10회 비첸차 페스티벌(6.17~10.22)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비첸차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극장인 올림픽 극장(Teatro Olimpico) 등 명소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 바로크 전문 소프라노 실비아 프리가토의 음성과 바이올리니스트 페데리코 굴리엘모가 이끄는 고음악 전문 앙상블 라르떼 델 라르코(L’Arte dell’Arco)가 연주하는 보케리니(1743~1805)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몬테베르디(1567~1643)의 마드리갈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전투’ 등이다.

제5회 비첸차 오페라 페스티벌(10.21~ 24)에서는 이반 피셰르 오페라 컴퍼니가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나사의 회전’를 선보이며 전통적인 올림픽 극장의 분위기를 바꾼다. 지휘자 이반 피셰르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는 주요 공연뿐만 아니라 비첸차의 요양원과 병원을 방문하여 음악을 함께 나눈다.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작은 도시 스폴레토는 오페라 작곡가 잔 카를로 메노티(1911~2007)의 도시라 여겨진다. 도시는 그의 생전인 1958년 ‘두 세계의 음악제(Festival dei Due Mondi)’를 열어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오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딴 제9회 메노티 아트 페스티벌(9.22~26)은 스폴레토를 세계의 예술과 작가들의 실험적 정신을 만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그를 기억하기 위해 열린다. 120개의 전시 공간은 35개국의 3,000여 명의 화가·조각가·음악가·문학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며 다채로운 작품들로 채워진다. 카사 메노티(Casa Menotti)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과 조각가 로렌자 알타모레(Lorenza Altamore)의 미공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도 열린다.

글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성악가)

 

엔리코 오노프리/이마지나리움 앙상블 ©Bertrand Pichène

시모네 루비노 ©Marco Borggreve

 

 

이반 피셰르 ©Akos St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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