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의 개혁을 이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12월 1일 1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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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원호 김

박수예

조현진

유다윤

심사위원장 맡은 오귀스탱 뒤메이(11월 내한 예정) ©Elian Bachini

 

 

 

 

 

 

 

 

 

 


제16회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10.7~21

경연의 개혁

축제로 변모한 현의 각축장

폴란드 제6회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가 6년 만에 막을 올렸다. 34개국에서 200여 명이 지원했고, 영상 심사를 거쳐 선발된 바이올리니스트 41인이 포즈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대강당에서 2주간 본선을 치렀다. 1라운드에는 한국의 박수예·알렉산더 원호 김·유다윤·조현진 4인이 함께 했다. 그중 유다윤과 조현진이 2라운드(준결선)와 결선에 올라 기량을 펼쳤다.


좋은 음악가를 찾는 여정

콩쿠르는 1935년 폴란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비에니아프스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수도 바르샤바에서 시작됐다. 첫 해 1·2위로 지네트 느뵈(1919~1949)와 다비트 오이스트라흐(1908~1974)를 배출한 역사의 콩쿠르는 포즈난으로 거점을 옮기고 5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그간 김봄소리(2016년 2위), 윤소영(2011년 1위), 한수진(2001년 2위) 등이 유럽 무대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이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한 해 미뤄진 제16회 콩쿠르는 새로운 얼굴과 함께한다. 막심 벤게로프의 뒤를 이어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1949~)다. 1988년 카라얀의 발탁으로 베를린 필과 데뷔한 이래 세계 주요 악단과 협연해온 솔로이스트이자 지휘자이고,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와 오랜 듀오로 실내악을 탐미했으며, 2004년부터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젊은 음악가를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뒤메이는 콩쿠르의 새로운 시대를 제시했다. 그 시작으로 심사위원단에 개혁을 꾀했다. 대부분 바이올리니스트로 꾸려지던 구성원을 지휘자, 작곡가, 아티스트 매니저 등으로 다각화했다. 뒤메이는 이런 변화의 이유를 “최근 콩쿠르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왜 오늘날 위대한 지휘자들이 콩쿠르 결과를 중요시하지 않을까요? 저는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콩쿠르가 교수들의 행사가 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고요. 경연 결과에 개인적인 관심을 두지 않는 심사위원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음악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했지요.”

경연 과정은 기존 4라운드에서 3라운드로 압축됐다. 1라운드는 바흐와 베토벤, 파가니니와 비에니아프스키로 이뤄진 리사이틀로, 참가자의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1라운드에서는 박수예가 전 프로그램에 걸쳐 안정감 있는 테크닉과 표현력으로 호연을 이뤘으나, 2라운드 진출이 불발되는 이례를 낳았다.

2라운드는 낭만 시대 작품들로 구성된 자유 리사이틀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V364다. 특히 모차르트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비올리스트와의 호흡이 요구되었고, 1악장만 연주하던 지난 경연들에서와는 달리 전 악장을 이끌어 나가는 지구력이 필요했다. 조현진은 비올리스트와의 유려한 음악적 대화가 특히 빛났고, 1라운드에서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던 유다윤은 마지막 악장까지 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집중력을 발휘해 리듬감을 피워 냈다.

심사위원장 뒤메이는 오는 11월 내한을 앞두고 있다(11.24/롯데콘서트홀).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과 함께 베토벤, 모차르트, 슈만,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6인의 결선 무대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박수예의 1라운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심사위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 연주자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자, 부위원장인 다니엘 스타브라와(1955~)는 “언론에 밝히기보단 연주자와 직접 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젊은 음악가를 배려하는 따뜻함을 내비쳤다.

스타브라와는 뒤메이가 ‘듀오’로 칭할 만큼 그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1986~2021년 베를린 필 악장을 맡았고, 베를린 필하모니아 콰르텟을 설립했으며 베를린 필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지휘자로서 나이젤 케네디, 알브레히트 마이어 등과 협연했다.

결선은 두 협주곡을 연달아 선보여야 하는 체력전이었다. 베토벤·브람스·드보르자크·멘델스존 중 한 곡, 그리고 비에니아프스키의 두 협주곡 중 하나를 선택한다. 3일간 객석은 매진되고도 입석 티켓을 산 관객들로 북적였다.

유다윤(2001~)의 베토벤은 무난했다. 1악장 카덴차는 흡입력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라를 끌고 나가는 힘을 좀 더 기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 라운드에서 드러난 장점이 비에니아프스키에서 극대화되면서 청중을 압도했다. 그는 여섯 연주자 중 유일하게 1번 f단조를 골랐다. ‘경연했다’보다 ‘공연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확신 있는 연주를 펼친 그는 기립박수로 화답 받았다.

다음날 조현진(1997~)은 비에니아프스키 2번과 브람스를 택했다. 교과서적으로 야무진 소리가 특징적이었지만, 다이내믹과 감정의 스펙트럼이 좁아 두 낭만 작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빠른 기교의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음악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느린 패시지에서 소리의 흐름을 균질하게 끌고 가는 것 또한 비르투오소의 하나다. 조현진의 여기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카자흐스탄의 메르우에르트 카르메노바(1993~)가 주목할 만했다. 파이널 리스트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이미 오스트리아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경험 많은 연주자다. 이 점이 연주에서도 드러났다. 안정적인 테크닉과 감정 표현에 더해, 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개성까지 겸비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날 오른 히나 마에다(2002~, 일본) 역시 관중을 사로잡는 폭발적 에너지가 돋보였다. 이외에도 하나 장(일본·싱가포르·미국), 칭주 웡(중국) 등이 기량을 펼쳤다.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앞 도로공사까지 멈추게 한 3일간의 드라마 가득한 결선은 히나 마에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카르메노바와, 칭주 웡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입상자 콘서트는 다섯 대륙의 20개국에서 60회에 걸쳐 이뤄진다. 2023년 9월 서울 예술의전당도 찾을 예정이다. 입상자 콘서트는 다섯 대륙의 20개국에서 60회에 걸쳐 이뤄진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Performance information
오귀스탱 뒤메이 바이올린 리사이틀

11월 2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제16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

2023년 9월 3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히나 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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