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음악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4월 3일 9:00 오전

SEASON’S ISSUE

 

부활절과 음악

2천여 년 전의 부활 소식은 오늘날 음악이 되어 역사에 흐른다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 그가 말씀 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마태복음 제28장 5~6절)

원죄를 입은 인간을 대신해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지만, 그의 부활로 인류는 다시 구원을 받았다.

이러한 성서의 메시지는 전례에 따라 미사와 예배 속으로 음악이 되었다.

나아가 오늘날 이 음악들과 전례의식은 종교를 넘어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4월 9일 부활절을 맞아 국내외 부활절의 음악풍경을 두루 살펴본다.

기획·총괄 임원빈 기자

 

Part 1. HISTORY

부활절 음악의 역사와 오늘날의 음악 _이가영

Part 2. FESTIVAL

유럽의 부활절 축제 _박찬미

Part 3. PREVIEW

국내 부활절 풍경 이모저모 _임원빈

Part 4. RECORD

음반으로 부활절 들여다보기 _이재준

 

Part 1. HISTORY

 

부활절 음악의 역사와 주요 작품

종교에

기반을 둔

음악의 변천사

 

©Spotkanie Fiorentina

 

 

 

 

 

 

 

기독교 문화는 서양의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면서, 그 안에 머무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 등에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이들이 창조한 다양한 형태의 예술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서양의 건축·미술·문학은 기독교 또는 이와 관련된 주제를 배제하고서는 말하기조차 어렵다. 때로는 균형과 조화로, 역동과 과장된 입체감으로 구축된 성당 건축이 그러하고, 이러한 성당 벽면을 메우고 있는 그 수많은 회화와 조각상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클래식 음악 역사 역시 기독교 문화와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여도 큰 과장이 아니다. 기독교의 전례(典禮)가 음악을 요구하고, 또 전례가 곧 음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독교와 음악의 관계는 단순히 ‘밀접하다’라는 서술어로는 설명이 불가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은 기독교 예배의 일부였고, 여기서 연주되는(엄밀하게 말하면,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예식이 진행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음악은 ‘교회력(敎會曆)’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교회력은 예수의 탄생과 부활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주요 절기를 표시한 달력이다.

따라서 서구의 음악 전통에서 볼 때, 바흐(1685~1750)와 같은 교회 음악가들의 창작 일정과 일상도 교회력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그러니, 이들이 교회력에서 중시되는 절기, 예를 들면, 성탄절, 성금요일, 부활절에 연주될 수난곡과 오라토리오 창작에 더 공을 기울인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바흐 역시 이러한 절기를 기념하는 작품을 창작하였고, 오늘날 이들은 예배라는 틀에서 벗어나 국내외 공연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수난곡이란 고난주간의 정점인 성금요일 예배에서 연주되는 다악장 형식의 음악으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수난, 다시 말해, 체포·심판·십자가형·장사지냄 등을 가사로 차용한다. 신약성서는 총 4개의 복음서를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남아 있는 바흐의 수난곡은 ‘요한’ BWV245와 ‘마태’ BWV244뿐이다. ‘요한 수난곡’의 경우 요한복음서 제18장과 19장, 그리고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서 제26·27장의 텍스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작품에는 ‘복음사가’로 불리는 테너 독창자가 등장하여 성서 구절의 변형 없이, 있는 그대로 읽어 나가는데, 이들의 성서낭독이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바흐의 수난곡이 성서 구절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작곡가는 성서라는 뼈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살을 붙여나간다. 즉, 복음사가가 일련의 수난사를 낭독하면, 이것의 의미를 묵상하는 아리아 등이 뒤따르고, 이어 코랄(다성부 합창으로 노래되는 찬송가)이 수난사의 신학적 메시지를 새겨나가는 방식으로 작품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흐의 수난곡은(국내외의 표준적인 공연 레퍼토리이지만), 철저하게 ‘종교적’인 성격의 음악이다.

 

오라토리오와 수난곡의 유사점

한편, 오라토리오 역시 구조적·음악적 측면에서 수난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바흐가 남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WV248도 그의 수난곡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이 작품도 마가복음서와 마태복음서의 제2장에 기록된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서사를 읽어 나가며, 성서 구절 사이사이를 시적인 명상으로 가득 찬 아리아와 합창, 코랄이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런데 바흐의 ‘부활절 오라토리오’ BWV249의 가사는 성서를 인용하지 않고, 부활 사건을 느슨한 내러티브로 재구성한다. 바흐의 모든 수난곡과 오라토리오는 엄격한 종교음악이지만, ‘부활절 오라토리오’의 경우, 성서 가사를 낭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종교음악이라 할 것이다(당대 성서가 지녔던 권위와 무게를 고려하면 그렇다). 이러한 측면에서,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바흐의 ‘부활절 오라토리오’는 닮았다. ‘메시아’ 역시 관련된 성서 구절을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탄생·수난·부활이라는 서사를 시적으로 재구성하여 노래하기 때문이다.

바흐와 헨델의 수난곡과 오라토리오는 독창자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청중의 정서를 흔들고, 힘 있는 합창이 예수의 탄생과 부활의 기쁨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더불어 섬세하게 노래하는 기악 앙상블이 두 작품을 이끌어간다. 이들 작품에서 한 걸음만 물러서면, 당대의 오페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성(聖)과 속(俗)의 당대 구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엄정한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바흐와 헨델에게만 이러한 장르의 음악이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바흐와 동시대 작곡가인 텔레만(1681~1767), R. 카이저(1674~1739), G.H. 슈첼(1690~1749) 등도 성서구절을 인용한 수난곡과 오라토리오를 작곡했고, 바흐의 아들인 C.P.E. 바흐 역시 수많은 수난곡을 창작하였다.

 

변화의 뿌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명성

이후 낭만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예수의 부활을 주제로 하는 작품은 지속적으로 작곡되었다. 1824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는 ‘장엄 미사’를 발표했다. 예수 부활을 다루는 악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전형적인 낭만의 화성, 긴 호흡으로 펼쳐지는 선율, 그리고 특유의 화려한 음색을 버무려 부활이라는 신학적 주제에 천착하게 한다.

1888년, 러시아 출신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는 ‘러시아 부활절’ 서곡이라는 기악곡을 작곡하였는데, 이 안에서 작곡가는 수난의 고통과 슬픔이 부활의 기쁨으로 극복되는 과정을 다양한 음악적 정서로 그려내고 있다. 1911년 작곡된 영국의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의 ‘다섯 개의 신비의 노래’는 바리톤과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부활절’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에서 발견되는 부활절 음악보다는 간결하고 규모가 작은 작품이지만, 독창자와 합창을 통해 표현하는 부활의 기쁨과 감동은 결코 간결하지 않다.

19세기 이후 등장하는 성탄절, 수난절, 부활절 음악은 종교적인 엄격함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함이 배제되어 있다고 해서 이들이 세속적이라 말할 수도 없다. 비록, 작품의 가사로 성서를 인용하지는 않으나 19세기 이후 출현하는 교회음악 역시 깊이 있는 내면의 성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찰은 구원과 용서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인 영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교회음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가영(음악학자·성신여대 작곡과 교수)

 

 

Part 2. FESTIVAL

 

2023 유럽의 부활절 축제

평화와 포용의

가치를 품고

 

바덴바덴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 ©Monika Rittershaus

 

 

 

 

 

 

 

 

 

2022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의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Ruth Walz

 

 

 

 

 

 

 

브르노 부활절 페스티벌 ©Easter Festival of Sacred Music Brno

 

 

 

 

 

 

 

 

 

 

유럽의 여러 부활절 축제는 기독교 축일 기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회음악의 아름다움을 농축해 선보이는 자리이자, 다른 문화와 예술을 비롯하여 세대에 대한 관용을 넓히며 성서의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는 장이기도 하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축제 주간(4.2~10)은 1996년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1942~)이 창설했다. “다양한 정체성은 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추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하던 그의 가치관에 따라 ‘관용’은 축제의 주요 키워드이다. 지난해에는 모차르트의 ‘다폰테 3부작’(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성과 사랑을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이번 시즌 베를린 슈타츠오퍼가 제작 초연한 바그너 ‘링 사이클’과 교회음악 전통에 작곡가 고유의 어법이 어우러진 베토벤의 장엄미사 Op.123가 전면 배치됐다.

2013년부터 베를린 필을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는 바덴바덴 부활절 페스티벌(4.1~10)은 개막작으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을 택했다. 미국 출신 연출가 리디아 스타이어가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의 감각을 입힌 무대를 준비 중이다. 대니얼 하딩이 이끄는 무대는 세기말 변화를 포착한 말러와 쇤베르크의 관현악에 방점을 찍는 한편, 폐막의 영광은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바덴바덴 주립청소년오케스트라에 주어진다.

지난 10년간 크리스티안 틸레만/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한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4.1~10)은 올해 새로운 장을 펼친다. 매해 다른 객원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축제를 꾸리는 것이다. 첫 주인공으로 안드리스 넬손스/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른다. 이들을 중심으로 오페라·합창·무용·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그너 ‘탄호이저’가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로메오 카르텔루치의 연출로 오르고, 브람스 ‘독일 레퀴엠’을 지나 에마누엘 가트의 무용 신작 ‘꿈(Träume)’이 세계 초연된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볼프강 한스 아이슬러, 티에리 에스카이흐 등의 현대음악은 물론, 바그너를 전자음악으로 해석하는 DJ 베스트밤의 무대도 준비됐다.

프랑스의 도빌 부활절 페스티벌(4.22~5.7)은 1997년,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명성을 얻기 전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안겔리치 등 4인이 주축이 되어 창설했다. 이들의 목표는 뚜렷했다.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실내악에 대한 열정을 나누는 것이다. 꾸준히 규모를 키우던 축제는 올해 27회를 맞이해 르노 카퓌송·줄리앙 쇼뱅·김범준·에벤 콰르텟 등과 함께한다. 몬테베르디·프란체스코 카발리·마랭 마레의 아리아와 20세기의 상징적인 프랑스 샹송으로 꾸며지는 폐막이 기대를 모은다.

미스테리아 파스칼리아 ©Wojciech Wandzel

 

2023 엑상프로방스 부활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앙상블 보칼 드 로잔 ©Christophe Voisin

 

 

 

 

 

 

미스테리아 파스칼리아 ©Spotkanie Fiorentina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극장 ©Forstenlechner

 

 

 

 

 

 

 

음악적 소양과 세계적 네트워크를 쌓으며 중견 음악가로 거듭난 르노 카퓌송(1976~)은 2013년 또 하나의 축제를 출범시켰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엑상프로방스 부활절 페스티벌(3.31~4.16)이다. 특히 풍성한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축제는 모차르트 대미사 K427, 로시니 ‘작은 장엄미사’ 등의 교회음악부터 영화 팬으로 알려진 르노 카퓌송의 프랑스 영화음악 콘서트 등으로 채워진다. 악기 제작, 지휘의 기초 등을 주제로 한 전 연령 대상 워크숍도 무료로 진행된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이고르 레비트·유자 왕·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소프라노 및 지휘자 바바라 해니건, 클라우스 메켈레/파리 오케스트라, 이반 피셰르/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다니엘 러스/앙상블 보칼 드 로잔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올해 폴란드 베토벤 부활절 페스티벌(3.26~4.6)은 베토벤 서거일에 개막한다. 축제는 작곡가 펜데레츠키의 부인인 엘즈비에타가 1997년 창설했다. 크라쿠프에 보관돼 있던 베토벤 주요 작품의 자필 악보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크라쿠프에서 수도 바르샤바로 둥지를 옮긴 베토벤 부활절 페스티벌은 올해 정치용/크누아심포니오케스트라(협연 문지영)와 포문을 연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펜데레츠키 교향곡 5번 ‘한국’으로 끝맺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공연이 잘 보여주듯 축제는 베토벤과 펜데레츠키를 비롯한 20세기 작곡가, 두 축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한편 크라쿠프에는 고음악에 뿌리를 둔 미스테리아 파스칼리아(4.4~16)가 열린다. 중세 시대부터 18세기에 이르는 교회음악을 당대연주로 만나는 자리로, 그 명성은 조르디 사발·르네 야콥스·파비오 비온디·마르크 민코프스키 등 그간의 라인업으로 가늠할 수 있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폴란드의 고음악을 탐구할 예정이다.

체코 제2도시 브르노에서는 부활절 종교음악 페스티벌(4.2~16)이 매해 종려주일(부활주일 바로 전 주일)에 개막해 자비주일(부활 제2주일)에 막을 내린다. 체코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티셰크 무질(1852~1908)의 ‘스타바르 마테르’, 드보르자크 ‘테 데움’, 슈베르트 미사 5번 등이 연주된다. 이밖에 오라토리오, 오르간 콘서트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활 주일에는 성 토마스 교회 미사 예식에서 크누트 니스테트(1915~2014)의 ‘미사 브레비스’를 선보인다.

런던 세인트존스 스미스 스퀘어는 1728년 개관한 성당 건축물로, 오늘날 영국의 주요 클래식 음악 공연장 중 하나다. 이곳의 세인트존스 스미스 스퀘어 부활절 축제(4.2~7)는 합창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역사에 따라 올해 킹스 콜리지 콰이어·퍼셀 싱어즈·런던 합창 신포니아 콰이어·테네브레 합창단 등과 함께한다. 바흐, 퍼셀, 드보르자크 등의 작품과 더불어,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 맥밀런(1959~)의 ‘미제레레’ ‘영원을 보았네’ ‘어둠이 뒤덮고’ 등 21세기 교회음악을 만난다.

가톨릭 문화가 뿌리 내린 이탈리아에는 축제 분위기가 가득하다. 로마 주요 성당과 회당에서 개최되는 부활절 페스티벌(4.1~5.28)과 북부 지역 가르다 호수를 끼고 펼쳐지는 아르코 부활절 페스티벌(일정 미정)은 올해 각각 26회와 51회를 맞는 대표 축제다. 이외에도 몬테풀치아노 부활절 페스티벌(4.8~23), 슈테르칭 부활절 페스티벌(3.30~4.18) 등이 관객을 맞을 채비 중이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Part 3. PREVIEW

국내에서 맞이하는 부활절

거룩한 강단을 넘어 무대로!

 

서울모테트합창단

 

 

리베라 소년합창단

 

 

 

 

 

 

 

성서에 따르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이스카리옷 유다(가롯 유다)의 배신으로 재판받게 된 예수는 당시 로마제국 유대 속주의 다섯 번째 총독이었던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형을 선고받는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지만, 사흘 만에 부활하여 승천한다.

부활절(개신교) 또는 부활 대축일(가톨릭·성공회)은 예수가 부활하기 전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을 40일간 묵상하는 사순 시기(또는 사순절)부터 시작된다. 가톨릭과 성공회에서는 교회력에 따라 전례 음악이 매주 울려 퍼지고, 개신교에서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묵상하기 위한 특별 예배가 열린다.

개신교는 부활절 일주일 전부터를 고난 주간으로 지키고 있으며, 개신교에서는 특별히 부활절 4일 전인 목요일 저녁을 세족목요일로 지킨다. 예수가 고난받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한편, 가톨릭에서는 예수와 열두 제자의 최후의 만찬일을 기념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올린다. 부활절 3일 전인 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임으로 개신교에서는 성금요일로, 가톨릭에서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으로 지키고 있다. 이러한 부활절의 의식에는 음악이 함께 한다. 그래서 4월 9일 부활절을 맞아 국내 곳곳에서 열리는 미사와 예배, 공연을 살펴보며 다양한 부활절 풍경을 모았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는 부활 대축일 4일 전인 성 목요일부터 미사를 거행한다.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의 주례로 4월 9일 12시에 부활 대축일 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발행한 ‘성주간·파스카 성삼일 전례 성가’에 따라 미사곡이 연주된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고난 주일인 4월 2일 이건용 작곡의 ‘마태오 수난 복음을 위한 낭송 곡조’를 노래하며, 부활 대축일에는 장지형/세실리아 성가대의 합창으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포함해 도날드 피셸의 ‘알렐루야 알렐루야’ 등을 노래한다.

개신교에서도 부활절을 기념한 칸타타가 성대하게 연주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금요일인 4월 7일부터 3일간 칸타타를 올린다. 먼저, 7일 데이비드 클라이스데일의 ‘I AM’으로 포문을 연다. 부활절인 9일에는 박지훈 작곡의 ‘두 제자’를 이수범/임마누엘 찬양대의 노래로 만난다. 정동교회에서도 웨슬리 찬양대의 노래로 부활절을 기념할 예정이다.

2022년 명동성당 부활 대축일 미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성당

 

 

 

 

 

 

 

 

한경arte필하모닉

 

 

 

 

 

 

 

여의도 순복음교회

 

 

 

 

 

 

 

 

 

거룩한 합창과 수난곡이 무대로

성가는 예배와 미사를 넘어 단독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신약 성서 마태·누가·요한·마가복음에 각 제자가 기록한 예수의 수난과 부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바흐는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을, 현대음악 작곡가 펜데레츠키(1933~2020)는 ‘누가 수난곡’을 작곡했다.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상임지휘자 박치용이 이끄는 서울모테트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 부활절과 창단 주년을 기념하며 바흐의 ‘마태수난곡’(4.4/롯데콘서트홀)을 선보인다. 어린이 합창단을 포함한 3개의 합창단과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대작으로, 마태복음 제26장 1~56절의 내용을 바탕에 둔 작품이다. 바흐가 죽은 뒤에 자주 연주되지 않아 초연 이후 100년이 지난 1829년에서야 다시 연주될 수 있었는데, 역사에 잊힐 뻔했던 작품을 멘델스존이 다시 무대에 올리며 오늘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총 2부로 나누어 약 3시간 동안 공연된다. 지휘자 박치용은 “마태수난곡은 장대한 길이와 깊이 때문에 쉽게 연주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 합창이 아닌, 당대 연주로 들을 기회가 적었다”라며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009년 연주 이후 14년 만에 연주되는 만큼, 당대음악에 정통한 성악가들로 무대를 꾸몄다”라고 이야기했다. 복음사가 역에는 조성환(테너), 예수 역에는 이건욱(베이스)이 참여하며, 강혜정(소프라노)·김미순(알토)·김미순(메조소프라노)·정록기(베이스) 등이 참여한다.

영국 리베라 소년합창단도 내한을 앞두고 있다(4.5/예술의전당). 합창단 이름인 ‘Libera’는 라틴어로 ‘자유’를 뜻한다. 런던의 세인트 필립스 교회 합창단에서 시작된 리베라 합창단은 파헬벨의 카논 변주곡 선율에 성찬 전례 때 부르는 ‘상투스’의 가사를 더해 이색적인 합창곡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현재는 교회에 속해 있지 않고, 이름처럼 ‘자유’롭게 여러 무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합창음악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내한에서는 ‘상투스’를 포함해 로버트 프리즈먼(1952~2021)의 ‘거룩하신 성체’를 공연하고 성체 안에 현존하는 예수를 찬미하는 레모 지아조토(1910~1998)의 ‘아베 베름’ 등을 선보인다.

권민석/한경arte필하모닉은 소프라노 서예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 K165를 선보인다(4.26/롯데콘서트홀). 모테트는 다성부 성악 장르 중 하나이지만, 17세기 이후 독창자를 위한 모테트가 등장했다. 테아티노 수도 참사회원의 미사를 위해 작곡된 모차르트의 모테트는 당시 오페라에 주로 올랐던 카스트라토인 베난지오 로치니가 노래했지만, 이후 소프라노들에 의해 불리고 있다. 글 임원빈 기자

 

 

Part 4. RECORD

명음반에 담긴 부활절 음악

거장들이 남긴 종교음악의 미학

❶ DHM G010001416713A

❷ Archiv 4276482

❸ Harmonia Mundi

 

 

 

 

 

 

❹ BIS BIS2500

❺ PHI LPH031

❻ Linn CKR419

 

 

 

 

 

 

2019년 미국 분석 기업 닐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활절 주간에 그와 관련된 음반 또는 음원 판매량은 그 전주에 비해 무려 24%나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바흐 ‘마태 수난곡’으로 나타났다. ‘부활절=수난곡’이란 막연한 도식은 사실이었다. ‘마태 수난곡’은 아날로그 시대 지휘자 카를 리히터와 오토 클럼페러의 육중한 해석이 사랑을 받았다. 통곡하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두 연주는 1980년대 당대연주가 봇물 터지듯 등장하면서 고색창연한 스타일로 치부됐다. 바로크 대가들이 백가쟁명을 벌이던 20세기 말, 지휘자 구스타프 레온하르트❶ Deutsche HM와 존 엘리엇 가디너(첫 번째 녹음)❷ Archiv 필리프 헤레베헤(첫 번째 녹음) ❸ Harmonia Mundi는 3대장으로 통했다. 2중 합창의 입체감과 밀도 있는 음악극이 지금까지도 빛바래지 않았다. 가디너가 극적인 연출을 띠고, 레온하르트는 내성적이고, 헤레베헤는 그 중간쯤 위치한다. 세기가 바뀌면서 나온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도 그들에 필적할 만한 수작이다. 최근작 중에는 2020년 당대음악 거장인 지휘자 스즈키 마사아키가 21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녹음❹ BIS이 단연 발군이다. 그의 바흐 시리즈 연장선에서 온화하고 풍만한 음량 속에 1999년 첫 녹음보다 고양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마태 수난곡’과 함께 부활절 필수 곡인 ‘요한 수난곡’도 상기한 지휘자들이 각축을 벌인다. 헤레베헤의 1984년 첫 녹음과 자신의 레이블에서 낸 2020년 세 번째 음반❺ PHI이 모두 명반인데, 후자의 사운드가 더 매력적이다. 특필하고 싶은 것은 존 버트/더니든 콘소트의 연주다.❻ Linn 초연 당시 성금요일 예배 형식을 복원한 구성이 독특하며, 소규모 구성을 따랐으면서도 녹음에 힘입어 필요한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수난곡 외에 바흐가 라이프치히 시절 부활주일을 위해 만든 칸타타 BWV4, BWV31, 부활절 오라토리오 BWV249도 이 시기 맞춤형이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닐슨의 조사에서 ‘마태 수난곡’ 다음으로 많이 찾은 작품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였다. ‘메시아’는 통상 성탄절에 자주 연주되지만, 수난과 부활을 내용으로 삼고 있고, 워낙 유명세가 강해 부활절 감상용으로도 나무랄 데 없다.

❼ Philips 4383562

❽ Archiv 4775904

❾ Linn CKD285

 

 

 

 

 

 

❿ Hyperion CDA66294

⓫ Decca 4256922

⓬ Archiv 4778077

 

 

 

 

 

 

150종이 넘는 음반 중 세대별로 딱 세 가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의 1966년 첫 번째 녹음❼ Philips, 트레버 피노크의 1997년 녹음❽ Archiv, 버트의 2006년 음반❾ Linn을 추천하고 싶다. 데이비스는 연주자 규모를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19세기 윤색된 악보의 거품을 걷어내며 현대 당대연주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피노크는 시대악기의 투명한 텍스쳐와 합창의 양감, 솔로들의 오페라풍 아리아를 융화해 격조 높은 풍모를 보여준다. 더블린 초연 버전을 선택한 버트는 시대 악기 연주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의 합창과 기악을 활용하여 시종 앙상블의 묘미를 가득 전달한다.

⓭ Decca 4550232

⓮ DG E4491782

⓯ Chandos CHAN8780

 

 

 

 

 

 

⓰ DG 4791497

⓱ Harmonia Mundi HMC902149

⓲ Sony G010001403117B

 

 

 

 

 

 

 

페르골리지와 로시니, 풀랑크로 이어지는 성모 축일 음악

가톨릭 신자들에겐 ‘슬픔의 성모’로 번역되는 ‘스타바트 마테르’가 각별할 듯하다. 엄밀하게는 성모 축일 음악이지만 십자가 위 예수를 비통하게 바라본 모성은 성금요일의 고난을 묵상하기에 적격이다. 폴리포니 태동기부터 수많은 명작이 나왔는데 페르골레지와 로시니, 풀랑크의 ‘스타바트 마테르’가 가장 널리 감상 된다.

특히 26세 요절 직전에 쓴 페르골레지(1710~1736)의 작품은 슬픔의 정수를 담아 장르를 대표한다. 1980년대 나온 지휘자 로버트 킹❿ Hyperion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⓫ Decca의 앨범은 당대 명 바로크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각각 질리안 피셔-마이클 챈스, 엠마 커크비-제임스 보우만)의 정갈한 어울림으로 마음을 격동시키는 양대 고전이다. 현대악기 연주에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두 번째 녹음⓬ Archiv을 추천한다. 로시니는 4성부 솔로와 합창, 관현악을 활용해 베르디 ‘레퀴엠’에 앞서 오페라풍의 종교음악을 창조했다. 케르테스의 아날로그 앨범⓭ Decca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빛나는 ‘하이D’만으로도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디지털 시대엔 정명훈⓮ DG과 리처드 히콕스⓯ Chandos가 솔로-합창-오케스트라의 균형과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다. 1950년 작곡된 풀랑크(1899~1963)의 악곡엔 작곡가 특유의 재치와 화성적 미감이 빨리 주류 프로그램에 안착했으며 음반도 꽤 많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⓰ DG와 다니엘 로이스⓱ Harmonia Mundi의 트렌디한 연주가 곡을 잘 알거나 처음 듣는 음악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킬 것이다.

⓳ Hänssler 98397

⓴ Hänssler 98289

㉑DG 4778860

 

 

 

 

 

 

㉒ DG 4778860

㉓ Archiv 4531732

㉔ DG 4799951

 

 

 

 

 

 

동시대 옷을 입은 수난곡

부활절 음악은 과거에만 갇혀 있지 않다. 2000년,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아 독일 바흐 국제 아카데미 위촉으로 바흐 정신을 이어받은 21세기판 수난곡 4편이 탄생했다. 중국 출신의 미국 작곡가 탄둔(1957~)의 ‘신 마태수난곡-워터패션’⓲ Sony, 독일 작곡가 볼프강 림(1952~)의 ‘누가 수난곡’⓳ Hänssler,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1931~)의 ‘요한 수난곡’⓴ Hänssler, 아르헨티나 작곡가 오스발도 골리호프(1960~)의 ‘마가 수난곡’ ㉑DG이 그것이다. 4편 4색의 신작들은 음반으로 나오자마자 애호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대 감각으로 기존 틀을 파괴하면서도 그다지 난해하지 않은 점이 주효했다. 이 중 골리호프의 ‘마가 수난곡’은 축제 분위기의 라틴 민요와 재즈를 적절히 섞어 가장 대중 친화적이라는 평을 얻었는데, DG가 전격적으로 리코딩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바흐보다 41년 앞서 태어난 하인리히 비버(1644~1704)는 15단 묵주기도(현재는 20단)를 바탕으로 수태고지부터 탄생, 수행, 고난, 부활, 승천 등을 독주 바이올린을 통해 음화했다. 바로 ‘묵주 소나타’ 혹은 ‘미스터리 소나타’이다. 변칙 조율(스코르다투라)과 시대를 앞선 더블스토핑 기술, 현란한 음표의 향연은 성악과 다른 방식이지만 동일한 수준의 경건함을 자아낸다.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트 멜쿠스의 고전㉒ Archiv과 그의 제자 라인하르트 괴벨㉓ Archiv 이 신구 스타일을 대표한다.

단지 부활주일 당일을 배경으로 한다는 이유로 마스카니(1863~ 1945)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떠올리는 애호가도 많을 것이다. 성당 합창으로 시작해 산투차의 아리아가 가세하는 ‘부활절 찬미가’는 남녀 치정극에서 성과 속을 가르며 마법 같은 장면을 만든다. 카라얀 음반㉔ DG에서 피오렌차 코소토의 강렬한 저음과 순도 높은 합창이 그 재미를 배가했다.

이재준(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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