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HOT 오스트리아| 빈 국립 발레 수석 강효정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4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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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국립 발레 수석 무용수 강효정

가벼움과 강함이 공존하는 몸짓으로

‘오네긴’과 ‘아더 댄시스’로 인기를 모은 그녀를 만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오스트리아 빈 국립 발레의 수석으로 이적한 무용수 강효정(1985~)이 바야흐로 자신만의 우아하고 매력 넘치는 빈 시대를 열고 있다. 강효정은 지난 17년간 몸담았던 독일을 떠나, 2021년 9월 빈에 새로운 둥지를 텄다.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하던 때여서, 몇 개월 동안 적응하면서 함께 춤출 파트너를 고르는 데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강효정은 2004년에 슈투트가르트 발레에 입단해 2008년 데미 솔로이스트, 2010년 솔로이스트, 2011년 수석 무용수로 승격하며 10년간 명성을 크게 얻었다. 빈 국립 발레의 감독 마틴 슐래퍼의 발탁으로 빈에 오게 된 강효정의 기회가 언제 올 것인가 많은 이들이 기대했는데, 이적 3개월이 된 2021년 12월 ‘오네긴’과 2022년 1월 ‘아더 댄시스(Other Dances)’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명성을 안겨준 ‘사랑의 파드되’

아더 댄시스’는 안무가 제롬 로빈스(1918~1998)가 1976년, 당대 최고의 무용수 나타리아 마카로바·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신고전주의 발레이자, 모든 무용수의 ‘출연 희망 1호’이기도 한 ‘아더 댄시스’는 쇼팽의 피아노곡 마주르카·왈츠를 배경으로 추는 남녀 한 쌍의 사랑의 파드되(2인무)다. 고전주의의 파드되에서 해설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앙트레(입장)-파드되-솔로 변형-코다로 구성됐다. 강효정의 상대 무용수는 최근 유명한 이탈리아의 발레 상 ‘프레미오 D&D’를 수상한 수석 무용수 다비데 다토(1990~)였다.

무대 위의 강효정과 다비데 다토가 쇼팽의 마주르카 Op.17-4에 맞춰 앙트레와 파드되를 춘다. 이어 4회의 솔로 변형이 따른다. 다토가 마주르카 Op.41-3으로, 강효정이 왈츠 Op.64-3으로, 다시 다토가 마주르카 Op.63-2로, 다시 강효정이 마주르카 Op.33-2로 독무를 춘다. 마지막은 두 사람의 파드되로 이뤄진 ‘코다’. 마주르카 Op.63-2 중에서 주요 동기만을 추려 상응, 반복되는 가운데 대단원을 이루면서 끝났다.

초연 당시 팬데믹의 갑작스러운 심화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만 진행된 후 공연되지 못했던 ‘아더 댄시스’는 지난 9월에 재개되어 3월 9일까지 큰 성황을 이루면서 끝났다. 이 공연은 3부작 발레 ‘사랑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으며, ‘아더 댄시스’는 그 공연의 한 부분. 안무가 루신다 차일드의 미니멀리즘적 작품 ‘콘체르토’와 조지 발란신의 안무를 빈에서 재생한 ‘사랑 가곡 왈츠’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강효정이 이 작품에서 큰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출연을 통해 ‘제롬 로빈스 저작권 신탁 위원회’의 허가를 받았다는 데에 있다. 이는 ‘아더 댄시스’의 초연 무용수와 대등하거나 혹은 훨씬 높은 수준의 무용수들에게만 작품의 출연을 허가하고자 생긴 것이다. 지난 3월 10일,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발레 스튜디오에서 만난 강효정은 전날 ‘아더 댄시스’ 공연이 훌륭했다는 인사말에 이렇게 답했다.

“피아노에서 흐르는 선율을 시간과 공간으로 몸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제롬 로빈스 안무가도 음악이 춤을 추도록 하라는 안무 지침을 내렸지요. 저의 외조부님이 음악교수이자 지휘자셨고, 이모님도 성악가셨어요. 저도 어머니로부터 11세까지 피아노를 열심히 배운 음악적 배경 덕에 로빈스의 안무 지침이 몸에 깊숙이 익은 것 같아요.”

 

슈투트가르트의 양분으로 성공한 ‘오네긴’

강효정의 명성을 높인 것은 ‘아더 댄시스’ 출연에 앞서, 2021년 12월 공연된 존 크랑코(1927~)의 ‘오네긴’이었다. 러시아 문호 알렉산더 푸시킨의 서사시 ‘예브게니 오네긴’을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제작한 작품으로, 강효정은 여주인공 타티아나 역으로 열연했다.

‘오네긴’ 공연을 통해 강효정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그녀가 발레 ‘오네긴’의 양분을 섭취한 무용수라는 점이다. 1965년 ‘오네긴’을 처음 안무해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초연한 존 크랑코는 강효정을 2002년 자신의 발레 학교에 수제자로 받아들인 장본인이다. 강효정 또한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이미 ‘오네긴’의 올가 역을 비롯해 주역을 공연한 경험자였다.

둘째로는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강효정의 높은 수준의 기교와 연기, 창조성이 돋보인 것이다. 순간의 몸짓과 정감으로 만들어내는 공간 창조를 통해, 황홀한 연결을 보여주는 그녀만의 무용성이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그녀의 마법 같은 장악력은 오네긴과의 파드되, 남편 그레민 왕자와의 파드되에서 빛났다.

셋째로 강효정의 상대를 맡은 오네긴 역의 브렌단 사예(빈 발레 수석 무용수), 제이슨 라일리(슈투트가르트 발레 수석 무용수)와의 완벽한 궁합이었다. 특히 후반부 오네긴 역을 맡은 제이슨 라일리는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강효정과 함께 ‘오네긴’을 춘 파트너였다. 두 사람의 2인무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커플로서 절찬을 누렸다.

발레 전문지 ‘탄츠’의 무용평론가 에디스 울프 페레즈는 강효정에 대해 격찬했다. 그녀는 “타티아나 역에서 강효정은 기술적으로나 형상화에 있어서 탁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효정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쌓은 높은 수준을 지니고 실수의 위험을 초월한 무용수가 되었다”라며 “올가 역에서 타티아나로 성장한 그녀는 가벼움과 강한 몸짓을 적절한 혼합으로 그려내며 춤을 추는 무용수로 성장했다”라고 호평했다.

강효정은 “발레 ‘오네긴’이 주고 있는 모든 영광이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왔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라며, “지금 당장의 집념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준 빈 발레 감독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그의 이름과 영광을 빛내는 무용수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글 김운하(오스트리아 통신원) 사진 빈 국립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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