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4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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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듣다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놀랍고 즐거운 음악여행!

모자 왕국 ©Nintendo

힘차게 땅을 달리며 띠용! 야무지게 코인을 먹으며 띠링! 1985년 ‘슈퍼 마리오브라더스’로 출발한 슈퍼 마리오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게임 시리즈이며, 오늘날까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오랜만에 마리오를 다시 만나게 된 분들은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로 출시된 2017년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이하 ‘오디세이’)의 플레이 화면을 보고 깜짝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마리오는 고작 점프하고 블록이나 두들기는 게임이었는데?’라면서요.

 

 

 

도시 왕국 ©Nintendo

새로운 마리오 위한 세계여행

프로듀서인 고이즈미 요시아키(1968~)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게임 시리즈 속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마리오 시리즈를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여행이라는 구상은 아주 탁월하고도 매력적입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면 모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듯, 세계여행은 기존 마리오 시리즈에서 가져오기 어려웠던 새로운 요소를 쉽게 표현하게 해줍니다.

대마왕 ‘쿠파’에게 납치된 공주 ‘피치’를 구하러 떠나는 시리즈 전통의 이야기는 언제나 똑같지만, ‘오디세이’에서 마리오가 된 여러분은 비행선에 올라 3D로 정교하게 구현된 세계 곳곳을 탐험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마리오는 15개의 가상의 왕국을 돌아다니는데, 각 왕국에는 현실에 있는 실제 국가의 특징이 녹여져 있습니다. 가령 처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모자 왕국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검은 매연과 스모그, 신사복을 입은 주민들로 런던을 연상하게 합니다. 게임의 중반부에 거치는 도시 왕국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모방한 건물, 노란 택시, 바쁜 회사원 복장의 주민을 통해 뉴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리오의 세계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음악’입니다. 게임음악 작곡가 구보 나오토는 한 인터뷰에서 “마리오가 개성 넘치는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것에 맞추어 음악 역시 왕국에 따라 크게 변한다면 여행하는 느낌이 훨씬 살아날 것이다. 각 지역의 특색이 살아나는 음악을 작곡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그 이색적인 음악을 살펴볼까요?

 

모래 왕국 ©Nintendo

음악이 만들어 준 세계여행

멕시코의 문화를 가져온 ‘모래 왕국’의 주민은 ‘아뜨레나인’입니다. 이들이 사는 마을의 구조나 색감은 전형적인 멕시코의 마을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뜨레나 마을에서는 서부 멕시코의 민속음악인 ‘마리아치’ 풍으로 작곡된 음악이 흘러나와 멕시코 시골의 향취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비우엘라(스페인의 류트)·기타 혹은 기타론(멕시코의 기타), 트럼펫으로 편성된 마리아치 음악은 때때로 멕시코인에게 애국심을 자극하여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도 하고,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여 멕시코인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아뜨레나 마을의 음악에서 트럼펫과 바이올린은 글리산도 기법을 사용해 선율을 전개해나가고, 마라카스와 봉고가 통통 튀는 리듬을 반복해 멕시코 마을의 신나고 흥겨운 정취를 더합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땅이 추운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포근한 분위기를 가진 ‘눈 왕국’은 여러 문화적 요소가 범박하게 융합됐습니다. 눈 왕국의 영문명은 ‘시베리아’(Shiveria)로,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방에서 따온 것이지만, 눈 왕국에 사는 주민의 표정이나 행동은 중국의 상인을 떠올리게끔 합니다. 동시에 마을의 건축양식이나 분위기는 북유럽의 모습을 채택했고, 음악은 독특하게도 아일랜드 민속음악으로 작곡됐습니다. 선율은 5음음계(편집자 주_한 옥타브를 5개의 음으로 나누는 방식)가 기반이 되고 아일랜드 음악 특유의 꾸밈음이 재치 있게 멜로디를 장식합니다. 첫 박이 아니라 둘째 박을 강조해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아일랜드 민속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관악기 틴 휘슬(아일랜드 민속 피리)과 피들(민속 바이올린)을 사용했습니다.

‘잃어버린 왕국’에서는 더욱 구별되는 음악이 등장합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이 왕국은 인도네시아 혹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연상하게 하죠. 잃어버린 왕국의 음악은 드뷔시·라벨에게 인상적인 충격을 준 인도네시아의 전통음악 ‘가믈란’으로 작곡되었습니다. 4+3+4 또는 3+4+4의 단위로 혼합된 11박자는 일반적인 서양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2박, 3박, 4박에서 벗어나 있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낯선 느낌을 선사합니다. 또한 목관악기 ‘술링’(Suling), 음정을 가진 타악기 ‘보낭’(Bonang), 북처럼 가죽을 두드리는 ‘켄당’(Kendang)이 사용돼 이국적인 느낌을 더욱 강화합니다.

 

눈 왕국 ©Nintendo

예상치 못한 음악과의 조우

모든 왕국이 이렇게 특정한 국가의 민속 음악 요소를 따온 것은 아닙니다.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풍경과 정취를 음악으로 담아낸 왕국도 있죠. 바로 ‘숲 왕국’입니다. 청정한 자연과 인공로봇 ‘가든인’이 살고 있는 숲 왕국은 알프스산맥을 모티브로 했고, 앞서 살펴본 여러 왕국처럼 알프스 지역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사용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왕국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는 그 유명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주제곡’을 작곡한 곤도 고지(1961~)입니다. 그는 플레이어는 물론 게임에 공동으로 참여한 제작진마저 혀를 내두를만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바로 무성한 나무와 숲이 가득한 왕국의 배경음악을 ‘서프 록’(Surf Rock)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서프 록은 1960년대에 큰 인기를 얻은 음악 장르로, 무겁고 습도가 높은 잔향 효과, 기타의 빠른 스타카토 주법을 통해 서핑을 즐길 때의 신체적인 즐거움과 흥분을 그려내는 음악입니다. 1960년대 당시 미국 젊은 세대의 쾌락적인 문화를 상징하고 해변의 낭만을 그리던 서프 록이 숲 왕국에 사용되다니, 여러모로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마 곤도 고지가 숲 왕국의 음악을 서프 록으로 작곡한 까닭은 눈으로 보이는 숲 왕국의 시각적인 요소를 더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그 때문에 다른 왕국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 화면 속 장면과 훨씬 더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가령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후 화사한 하얀색 꽃밭과 그 뒤로 펼쳐진 산맥을 마주할 땐 조용하게 시작하는 금관악기가 차츰차츰 화음을 쌓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피콜로의 고음으로 묘사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흘러나오는 서프 록은 오늘날의 기준에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숲 왕국의 인공적인 구조물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칠이 벗겨져 있거나 녹이 슬어있는 철제 건물들, 구식 탱크를 떠올리게 하는 탱크 몬스터 등 눈앞의 낡은 물건들은 찬란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때의 서프 록은 참으로 적합한 음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오디세이’가 그려낸 음악의 세계지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실 ‘오디세이’에는 지역적인 특색이 담긴 음악뿐만 아니라 특정한 모티브를 사용해 게임의 줄거리를 표현하는 음악이나, 마리오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도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음악이 가득한 게임 안에서 여러분은 모험심이 불타오를 수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한 번쯤 마리오가 되어 여행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놀랍고도 즐거운 음악의 세계여행을!

※본 기사의 내용은 닌텐도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숲 왕국 ©Nintendo

글 이창성
서울대 작곡과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게임과 음악의 관계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며 게임음악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KBS 1FM의 PD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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