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S EYE 독일/영국/이탈리아/세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5월 6일 8:00 오전

GAEKSUK EYE

 

 

FROM GERMANY

 

함부르크 오페라 2.24~10.11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

 

오페라 강국의 선구적인 어린이 오페라

 

함부르크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

독일은 ‘킨더오퍼(Kinderoper)’의 천국이다. 킨더오퍼란 ‘어린이 오페라’를 의미하는 독일어로, 각 극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관객을 오페라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대적인 보수공사 끝에 2024/25 시즌에 다시 문을 여는 쾰른 극장의 경우는 아예 킨더오퍼 전용 극장을 마련했는데, 200석을 갖춘 공간에 오케스트라 피트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혹은 로시니의 ‘신데렐라’처럼, 동화를 소재로 한 소위 ‘가족 오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며 지금도 자주 공연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과 음악의 난이도, 공연 시간을 고려하면 결단코 이 작품을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작곡했다고 할 수 없다. 반면 킨더오퍼는 온전히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만 작곡된 오페라이다. 앞서 말한 쾰른 극장은 1996년 창안한 가장 오래된 킨더오퍼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다. 쾰른을 시작으로 유럽 극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음악극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한 쾰른 극장은 2018년에 최초로 유니세프 후원 기관이 됐고, 2019년에는 “특별하고도 매우 존경스러운 사회적 헌신”이라는 찬사와 함께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상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의 감수성을 존중하는

뮌헨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

최근에는 함부르크에서 새로운 킨더오퍼가 큰 호평을 받았다. 고르돈 캄페(1976~)가 2013년에 작곡한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라는 어린이 오페라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원작은 스웨덴 작가 울프 스타크(1944~2017)가 발표한 동화 ‘휘파람 할아버지’로, 스웨덴에서는 산타클로스 이야기처럼 성탄절마다 되풀이될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두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울프와 베라는 서로 장난감을 보여주며 한창 정답게 놀다가 이를 멈춘다. 울프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울프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할아버지라며, 오후에 함께 낚시도 하고 생일 축하 케이크도 먹을 거라고 자랑한다. 이 말에 할아버지가 없는 베라는 시무룩하다. 울프는 그런 베라를 위로하며 양할아버지를 찾으러 양로원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아이들은 초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닐스라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함께 나무 위를 오르거나 케이크를 먹으며 추억을 쌓는다. 유쾌한 닐스 할아버지는 오래전 사별한 아내의 이름이 담긴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라는 노래를 시종일관 흥얼거린다. 실제로 이 노래는 1934년에 남성 중창 그룹인 ‘코미디언 하모니스트’가 불렀던 오래된 유행가이다. 오페라 내내 옛 곡조가 다양한 악기의 변주로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캄페의 이 작품은 어린이들의 어린 감수성을 존중한다. 그래서 난해하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적인 기법이라도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어린 관객들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베라가 마침내 휘파람을 불 수 있게 되어 닐스 할아버지에게 보여주고자 할 때,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없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에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경험하며 성장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상실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오페라는 죽음을 비극적으로만 다루는 게 아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때 나눌 수 있는 행복에 집중한다.

‘휘파람을 불 수 있나요, 요한나?’는 함부르크 이전에도 뮌헨·하노버·베를린·프라이부르크·데트몰트 등 독일의 수많은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됐다. 공통점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보통의 경우 성인 성악가가 울프와 베라 역할을 맡지만, 2019년의 뮌헨에서는 9~11세의 어린이를 캐스팅했고, 성인들이 함께 노래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주영(독일 통신원·성악가) 사진 뮌헨 극장·함부르크 극장

 


 

FROM UNITED KINGDOM

 

어린이에게 입히는 고전의 옷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시간

 

런던에는 연중 알차게 운영 중인 어린이 전용 극장들이 있다. 이 극장들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술가를 발굴 및 육성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폴카 극장(이하 폴카)과 런던 교 부근의 유니콘 극장(이하 유니콘)이 대표적이며, 두 극장 모두 각 300여 명과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과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폴카는 어린이 관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으로 1979년 문을 열었으며, 지난 2021년 대대적인 개발을 통해 새롭게 단장했다. 유니콘은 영국 전역을 돌며 공연을 펼쳤던 연극 연출가 캐릴 제너(1917~1973)의 이동 극장에서 시작되어 2005년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극장으로 모여라!

이들은 0~12세까지의 어린이라는 분명한 대상을 갖고, 포용성과 접근성을 기조로 관객의 다양성을 대변한다. 폴카에서 2007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린이들을 위해 개발했던 ‘편안한 공연(Relaxed Performance)’은 지금까지도 많은 극장에서 시행 중이다.

폴카는 미래의 성인 관객이 아닌 ‘현재의 관객’으로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어린이 자문 패널인 폴카 영 앤 영거 보이시즈(Polka Young&Younger Voices)를 운영한다. 영 보이시즈는 8~13세 청소년들로, 영거 보이시즈는 4~7세 어린이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공연 제작 단계에 참여해 연습을 참관하고 의견을 내며 극장은 이를 작품에 반영한다.

극장을 기반으로 한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프로덕션이 지역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 공연하고 방과 후 연극 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후원 기금을 조성해 극장을 방문할 여력이 없는 학교에 무료 관람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고전을 재해석

유니콘 극장 ‘오디세이’

3월 2일부터 4월 14일까지 폴카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9~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힙합 버전의 비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 주고받는 아름다운 소네트를 비트박스로 바꾸고, 작품 속 10대 주인공들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 소통한다.

유니콘에서는 3월 17일부터 4월 21일까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를 공연했다. ‘정말 정말 정말 긴 여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작품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험기이자 성장기로, 영상 효과보다 연극적 표현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두 공연 모두 단 네 명의 배우만이 무대에 올랐지만, 이들이 여러 인물을 넘나들며 무리 없이 극을 이끌었다.

어린이 전용 극장이지만, 객석에는 어른 관객도 많았다. 특히, 조부모 혹은 부모와 함께 공연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아 보였다. 이들은 익히 알려진 고전이나 동화를 배경으로 한 공연 내용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대화된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의 어린이 전용 극장들은 어린이의 관점에서 해석한 작품으로 가족 간, 그리고 세대 간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정재은(영국 통신원) 사진 유니콘 극장

 


 

FROM ITALY

 

어린이 교육 프로젝트

‘모두 산타 체칠리아로’

 

음악의 키를 쑥쑥 키우는, 로마의 음악문화

 

‘오즈의 마법사’ ©Musacchio, Pasqualini MUSA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에서는 매년 ‘모두 산타 체칠리아로(Tutti a Santa Cecilia)’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새로운 세대가 음악 세계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교육하는 목적을 가졌으며, 0~5세, 6~10세, 11~18세의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각 그룹에 맞춘 풍성한 프로그램은 더 나아가 이에 참여하는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하며, 다년간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교육 자료는 누구든지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2021년에는 이탈리아 음악평론가협회가 1988년부터 주관해 온 아비아티상을 받기도 했다.

 

 

 

연령대별 맞춤 프로그램

‘피터와 늑대’

지난해부터 이어온 이번 2023/24 시즌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각 프로그램은 연령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우선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2023/24 시즌 개막 공연 프로그램인 작곡가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소나무·분수·축제)과 연계하여 로마의 상징인 소나무를 그리는 사생대회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베이비 사운드’는 가장 어린 청중과 어머니,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한 공연으로, 이들을 위한 엄선된 레퍼토리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교감과 음악 안에서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 코미디 앙상블 도스토와 옙스키(Dosto&Yevski)가 재즈에서 탱고, 오페라에서 랩, 맘보에서 바로크 등 다양한 음악 장르 사이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웃음 넘치는 공연 ‘콘서트 코미크’, 다양한 타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재미와 리듬을 통한 집중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 ‘드럼 월드’도 있다. 현악기를 탐구하는 프로그램 ‘현악기의 정원에서’는 현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며, 재활용 재료로 악기도 직접 만들어, 환경오염과 관련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외 목관악기·관악기·하프 등 다양한 악기군에 헌정하는 음악회, 비눗방울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 직접 참여하는 합창 수업 등 음악을 더 가까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가 사랑하는 동화 원작을 활용한 ‘오즈의 마법사’ 음악회는 어린이 합창단과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극을 선보인다.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인 ‘피터와 늑대’ 음악회에는 배우 스테파노 프레지(1974~)와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의 유소년 오케스트라가 마법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각 캐릭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흥미로운 이야기와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음악회를 선사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을 만나는 음악회, 어린 환자를 위한 병원에 찾아가는 유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 등은 함께 하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산타 체칠리아에서 자체 기획한 ‘모차르트 작품과 디스코 음악 사이의 모든 것’은 시간 예술인 음악의 형식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으로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형식을 배우게 돕는다.

15~18세의 관객에게는 클래식 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 수업 프로젝트를 연다. 2023/24 시즌 속 관현악 및 실내악 공연에 관한 교육 과정으로, 각 공연을 음악학자가 미리 강의로 진행하여 악곡에 대한 분석적인 청취와 문학·역사·철학·시각 예술 등을 통합적으로 알려준다. 또 산타 체칠리아 국립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이 학생들에게 공개되며, 청취 가이드와 함께 하여 진행을 이해하고 공연에 참석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성악가) 사진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FROM WORLD

 

실시간 생중계로 만나는 신예들의 등용문

5~11월의 콩쿠르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Sihoon Kim

나비넥타이 차림의 앳된 얼굴의 소년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곧이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아니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그 영상’.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연주 영상이다. 콩쿠르 당시 밴 클라이번 재단 유튜브 계정에 게시된 영상 조회수는 4주 만에 5백만 회를 넘겼고,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은 약 1천4백만 회에 이른다.

팬데믹을 지나며 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했다. 공연 실황은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영상 매체를 통해 생중계된 지 오래이며, 외신 혹은 평론가의 평에 의존해야 했던 해외 콩쿠르 실황 역시 이제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중계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다가올 5월, 젊은 연주자들의 해외 무대 등용문이 되는 주요 콩쿠르가 연달아 시작된다. 듣는 것만큼 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신예들의 ‘꿈의 무대’를 생중계로 함께 즐겨보자(괄호 안의 유튜브 계정에서 콩쿠르 중계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이수빈이 각각 2, 3위를 수상한 캐나다 몬트리올 콩쿠르(@Concours Montreal)가 올해는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다. 2002년 처음 개최된 몬트리올 콩쿠르는 매년 바이올린·피아노·성악 세 개의 부문을 번갈아 심사한다. 2021년에 김수연이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

2015년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자 임지영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되는 게자 안다 콩쿠르(@Concours GezaAnda Zurich)는 피아니스트 게자 안다(1921~1976)를 기리기 위해 1979년 처음 시작됐으며, 3년마다 열린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심사위원장으로, 준결승은 미하일 플레트뇨프, 결선 무대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봉을 잡는다. 본선 진출자 42명 중 한국인은 총 7명으로, 2016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1위의 박진형, 2022년 롱 티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1위를 수상한 이혁 등이 명단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매해 바이올린·피아노·첼로·성악 부문을 번갈아 심사하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Queen Elisabeth Competition)는 올해 바이올린 부문을 개최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1858~1931)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콩쿠르인 만큼, 바이올린 부문의 권위가 남다르다. 역대 바이올린 부문 한국인 수상자로는 1976년 강동석(3위), 2012년 신지아(3위), 2015년 임지영(1위)이 있다.

체코에서 매년 5월 열리는 프라하의 봄 콩쿠르(@Prague Spring Festival)도 바이올린·호른 부문을 개최한다. 30세 이하의 젊은 음악가를 대상으로 하며, 심사위원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슈파체크·윤소영, 호르니스트 앙드레 카잘레·루카 베누치 등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독일 바이에른 방송의 TV 및 라디오 중계로 만나볼 수 있는 ARD 콩쿠르, 메디치·아마데우스 TV에서 무료로 시청 가능한 리즈 피아노 콩쿠르 등 굵직한 국제 콩쿠르들이 올 하반기 개최를 앞두고 있다.

홍예원 기자 사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밴 클라이번 콩쿠르·몬트리올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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