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카메론 카펜터, 그의 가방에는 거대한 오르간이 담겨 있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4월 23일 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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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하는 연주자들 인터뷰

 

오르가니스트 카메론 카펜터

그의 가방에는 거대한 오르간이 담겨 있다

 

고정된 ‘악기의 제왕’을 교회 밖으로 꺼내 파격과 젊음을 불어넣는 연주자

 

(c)Dovile Sermoka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음악에는 각 장르의 경계를 박차고 나와 본인만의 자유를 거침없이 분출해 내는 예술가들이 있다. 타인의 의심 어린 시선을 개의치 않고, 끝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영감을 외부로 터트리는 존재들. 우리는 그들을 흔히 ‘이단아’라 부른다.
그런데 어쩌면 이들은 예술의 경계를 벗겨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익숙하고 당연하다 믿었던 시야를 한 겹씩 걷어내고, 상상하지 못했던 감각을 열어주면서 이미 존재하는 예술의 지평을 한 뼘씩 넓혀주는 존재들.
미국의 오르가니스트, 카메론 카펜터는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칭하면서도 오르간의 ‘황홀한’ 음향에 대해선 누구보다 격렬하게 반응하는 인물. 그는 자신을 둘러싼 우려와 비판에도 단호히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즐긴다는 사실이다”라고 응수한다.
2016년, 롯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 초청으로 내한했던 카펜터는 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오랜만의 내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귀보다 눈으로 먼저 만난 음악

카메론 카펜터는 전형적인 음악가의 계보와는 거리가 멀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시각예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종교적 배경 또한 갖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에서 11세까지 홈스쿨링을 받았고, 어린 시절에는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채 자유롭게 생활하기도 하며,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던 유년기를 보냈다.
종교가 없어 교회에는 발도 들이지 않았던 그가 처음 오르간에 매혹된 계기는 여섯 살 무렵, 어린이 백과사전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었다. 라디오 시티 뮤직홀의 오르간과 거대한 스크린이 함께 놓인 장면이었다.
카펜터는 단순히 처음 본 오르간에 매료되었고, 연주 행위가 아닌 ‘이미지’로 인식하게 됐다고 회상한다. 이 시각적인 경험은 이후 카펜터의 연주를 규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1993년 아메리칸 보이콰이어 스쿨에 진학하며 그는 비로소 클래식 음악과 본격적으로 마주한다. 합창지휘자 제임스 리튼 교수를 사사하며 오르간을 정식으로 배웠다. 카펜터는 당시 합창음악·건반 악기 등으로 음악적 기반을 쌓았지만, 동시에 싱어송라이터 조 잭슨의 음반 ‘나이트 뮤직’에 코러스로 참여하며, 대중음악 장르에서도 활동했다. 이 시기부터 카펜터는 오케스트라 및 피아노 작품을 오르간으로 편곡 및 전사하는 작업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2000년,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시절의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방증하듯 클럽 문화와 대중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카펜터로 하여금 의상과 젠더 표현 역시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했다.
2008년 텔락 레이블과의 독점 계약을 통해 발표한 데뷔 음반 ‘레벌루셔너리(Revolutionary)’는 오르가니스트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클래식 음악계에 그 이름을 독특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2012/13 시즌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역사상 최초로 상주 오르가니스트에 선정됐다. 그는 이 시절을 “오르간과 그 미래에 대한 철학을 증명해 보여줄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관습을 넘어 스스로의 궤적을 그리며

클럽 문화의 영향 덕분일까? 카펜터의 스타일은 1970년대 글램룩을 연상시킨다. 윤기 나는 가죽 재킷과 밀착되는 탱크톱, 직접 디자인한 수천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번쩍거리는 오르간 슈즈(부츠에 가깝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세계 곳곳의 교회와 대형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으며, 뉴욕 콜리지엇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그에게 오르간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겼다.
그에게 음악은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시각예술’이다. 그렇기에 오르간 연주자가 콘솔(건반과 레지스트레이션을 조작하는 오르간 연주대)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는 구조는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카펜터는 전통적인 파이프 오르간의 문제를 짚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악기의 특성은 그에게 근본적인 한계로 다가왔다. 연주자는 악기가 설치된 장소를 따라 이동하지만, 처음 본 새 악기에 적응할 수 있는 연습 시간은 길어야 8~12시간에 불과하다. 결국 연주는 필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카펜터는 이와 같은 물리적 조건이야말로 오늘날 오르간의 이미지와 표현 범위를 고착시켜 온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의 문제의식은 곧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됐다. “오르간을 이동시켜야겠다!”
2014년, 그는 오르간 제작사 마샬 앤 오글트리(Marshall & Ogletree)와 함께 디지털 기반의 이동식 오르간인 ‘인터내셔널 투어링 오르간(이하 ITO)’을 완성했다. 카펜터가 직접 구상하고 제작에 참여한 결과물이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오르간은 최소 3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이상이다.
10여 년에 걸친 설계와 제작 끝에 탄생한 이 악기는, 장소마다 다른 파이프 오르간의 제약을 넘어 본인만의 연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카펜터는 이를 두고 “어떤 공간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일관되게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ITO는 3시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하다. 콘솔을 포함한 오르간은 대형 트럭 한 대에 실리며, 베를린과 매사추세츠 니덤 본사 등에 상시 음향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투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같은 해, 그는 ITO를 활용하여 처음 녹음한 음반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If You Could Read My Mind)’을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매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4번, 번스타인의 ‘캉디드 서곡’ 등을 오르간으로 편곡해 담은 음반이다. 이는 단순한 편곡 작업을 넘어,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레퍼토리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악기가 아닌, 해석의 영역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If You Could Read My Mind)’ SONY 88883796882

이번 내한 공연에서 카펜터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오르간 작품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두 작품을 구성한 이유는 명확한 대비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오르간의 강렬한 음악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에게 오르간으로 이 작품들을 연주하는 이유를 묻자, 단호하게 답했다. “어려움은 악기보다 음악 그 자체에 내재돼 있다.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다.”
특히 후반에 연주되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그가 이미 여러 차례 연주하며 다듬어온 레퍼토리다. 지난해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이 곡을 연주했을 당시에는 원곡 작품이 가진 상상력과 카펜터의 편곡이 어우러진 자유롭고 대담한 해석을 선보였다.
카펜터는 “잘 알려진 작품을 연주할 때는 항상 도전이 따른다”며 “사람들은 이미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선호를 갖고 오는데, 내 연주는 관중들의 기대와 다를 것”이라며 내한 연주에 앞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르간에서 내려온 그의 일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카펜터는 연주를 떠난 시간에는 음악을 듣는다거나, 생각하지 않고 철저히 분리된 일상을 유지한다.
대신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디빌딩으로 운동 시간을 가득 채운다. 온몸으로 연주하는 악기인 만큼, 균형 잡힌 코어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는 “피아노는 이해하기 쉬운 만큼 많은 사람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오르간은 그저 독특한 악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을 바친 이 까다로운 악기를 계속 연주하는 삶 자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카펜터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바탕으로 무성 영화를 라이브 상영하는 것이다.
“제가 사랑하고 평생 배우며 익혀 온 악기로 음악가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제 삶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유내리 기자 사진 롯데콘서트홀

 

카메론 카펜터(1981~) 미국 출생의 오르가니스트. 아메리칸 보이콰이어 스쿨과 노스캐롤라이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012/13 시즌 베를린 필하모니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고, 2017/18 시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카메론 카펜터 오르간 독주회
4월 7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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