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17일 LG아트센터
레게 스타일로 머리를 꾸미고, 검정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두 여인.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녀지간. 철제 상자로 가득 찬 세트 위에서 엄마와 딸은 힘겨루기를 하듯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지만 끝과 끝이 이어진 머리카락으로 인해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뿐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머리카락은 그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상징하는 동시에 모녀 사이에 존재하는 증오와 고통 그 자체다.
크라쿠프의 스타리극장 예술감독이자 폴란드 출신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연출가 얀 클라타가 첫 내한한다.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에서 얀 클라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유태인계 폴란드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딸의 이야기 속에 개인과 사회, 조국과 역사의 흐름을 중첩시키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과 오라토리오의 형식, 다양한 음악 장르까지 결합시킨 무대는 이미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과 극장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폴란드 연극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얀 클라타의 무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